환경오염 줄이고… 난치병 잡고… 풍성해진 식탁…
생명공학의 발달 인간과 자연 함께 웃는다



21세기를 흔히 '생명공학시대'라고 부른다. 생명공학은 말 그대로의 의미에서 '생물학'(Biology)과 '공학'(Technology)이 결합된 단어(Bio+technology=Biotechology, BT)로 기존의 기초 연구 중심의 생물학이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을 기초로 한 공학적인 개념을 도입, 생명현상을 우리의 생활에 이용해 보려는 시도를 말하고 있다.

생명공학이 21세기의 중요한 한 분야로 자리 잡은 이유는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이용 가능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앞으로 생명공학은 21세기에 우리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는 인식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그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포, 생명공학이란=세포와 유전자로 생물학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을 살펴보자. 인간을 예로 든다면 우리 인간은 대략 6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는 유기체다. 그 유기체 속에는 다양한 세포 소기관들이 있고 각 기관들은 각각의 맡은 역할을 담당한다. 이 가운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DNA는 핵이라고 하는 세포 소기관에 존재한다. 이 DNA는 대장균의 경우 그 길이가 대장균 키의 300배 정도인 1mm정도이고, 사람의 경우 하나의 세포에 존재하는 23쌍의 DNA를 다 풀어 길이를 잰다면 정확하게 183cm정도 된다고 한다.

세포 각각의 크기는 다르지만 핏속에 있는 적혈구의 경우 큰 것이 0.008mm 정도 된다고 한다. 그 작은 세포에 그것도 작은 하나의 소기관인 핵속에 존재하는 것이 2m정도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비에 둘러싸인 DNA를 처음으로 그 구조를 밝히면서 우리가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배경을 마련한 것은 미국 유학생 왓슨과 클릭이다. 1972년에는 유전자 재조합기술 즉, 원하는 유전자를 분리하고 이를 발현시킬 수 있는 기술이 확립됐다.

그리고 1990년에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출범하고 30억 개의 DNA염기 정보를 해독하려는 시도가 미국, 영국 주도로 세계 18개국의 나라에서 공동으로 진행됐다. 마침내 2003년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인간 유전체 지도의 완성을 선포하게 된다. 재미있게도 2003년은 왓슨과 클릭이 DNA구조를 밝힌 지 정확하게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로 그 의미를 더욱 더해 주었다. 과연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 막대한 자금을 들여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단순한 문자의 서열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지식으로 이러한 유전자의 염기 서열인 DNA가 RNA의 도움을 받아 우리의 세포와 피부와 같은 각 기관들의 근간이 되는 단백질을 만드는 직접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기에 그 정보를 잘 이용한다면 생명체가 가진 여러 가지 비밀, 특히 유전병과 같은 불치병을 치유하는 중요한 열쇠를 찾을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의료분야=인간게놈프로젝트 이후 다양한 공학분야의 기술에 힘입어 그 파급효과는 이제 사회 전반에 끼치고 있다. 생명공학은 과거 질병치료 중심의 의료 체계에서 벗어나, 이제 가능성 있는 질병을 미리 예측하고, 우리가 앓을 지도 모를 유전병이나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의 추정을 가능케 한다. 이를 통해 그 근본적인 원인과 예방이 가능한 예측 의학(Predictive medicine)이 가능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또한 피부 속에 이식된 바이오 칩이 하루하루 변화하는 몸의 상태를 파악해 그 정보를 의료기관과 각자에게 알려 주고 이상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바이오 센서의 실용화도 가까이 와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축적되고 상용화된다면 개인의 체질이나 상태에 따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약물처방을 할 수 있고, 개개인의 상태에 따른 약물의 개발도 가능하며, 각 유전형에 맞는 다양한 치료 방법이 가능한 이른바 개인의학(personalized medicine)시대가 곧 도래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줄기세포기술이 한층 더 발전을 한다면 기존의 불치병으로 치부됐던 뇌에 발생하는 파킨슨ㆍ치매ㆍ뇌졸증, 근육의 루게릭, 뼈에 문제가 되는 류마티즘ㆍ관절염 등의 근본적인 치료 또한 가능하리라 본다.

◇농업 및 식품분야=우리의 먹거리와 직결돼 있는 이 분야에는 기존에 우리가 상상도 못한 다양한 기술들의 발전이 진행중이며, 일부는 우리의 밥상과 손에 오기 직전 단계에 와 있다. 인류는 식량 부족의 문제에 당면해 수확량과 그 품질을 높이지 않으면 안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21세기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전의 녹색혁명이 고전적 교잡이나 재배 방법의 개선에 의한 것이라면,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기술은 기존의 교배방법과 비교되지 않는 시간과 효율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제공할 것이다.

먼저 영양분을 향상시킨 다양한 식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비타민A를 함유한 쌀, 필수 아미노산 함양을 높인 옥수수, 전분이 제거된 감자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주사를 통한 다양한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덜 수 있게 바나나나 감자 등에 백신이 생기도록 하는 기술도 개발돼 있다. 특히 비타민A를 함유한 '금쌀'(golden rice)라고 불리는 쌀은 동남아나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이 영양소의 결핍으로 시력을 잃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세계 여러 국가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가 먹고 있는 토마토의 많은 부분은 열매의 과숙을 조절하는 에틸렌 가스의 농도를 조절, 쉽게 익는 것을 막아서 운반과 보관을 간편하게 한 제품이다. 또한 강원도 지역과 같은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 매년 문제가 되는 감자의 냉해 피해를 위해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는 감자도 개발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환경 스트레스에 의한 저항성 뿐만 아니라 병원균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병에 대해 저항성을 갖는 병해충 저항성 작물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병에 대한 농작물의 수량감소는 매년 5~50% 정도로 병원균 저항성 작물이 개발된다면 농민들의 수량증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보다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잡초'의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가 밭이나 논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데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잡초다. 이를 제거 위해 제초제를 사용하지만 농작물도 식물인지라 선택성이 아주 강한 제초제가 아니라면 대상 잡초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찾기 힘들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를 세균이나 다른 미생물에서 추출한 뒤 이를 특정 식물에 옮겨 제초제 저항성 식물을 만드는 방법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대두와 옥수수, 목화 등에 이 방법을 적용, 잡초를 제거하는데 획기적인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제초제 저항성 식물의 꽃가루가 잡초와 교잡해 제초제 저항성 잡초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환경, 에너지 분야=21세기 들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오른 것이 환경과 에너지 분야이다. 산업혁명 이후에 생산 주도형 산업형태와 인구의 도시 집중으로 인해 환경 파괴가 극심해 지고, 인구의 증가로 인한 에너지 자원의 고갈은 앞으로 우리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중요한 사안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생명공학 기법을 도입한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미 발생된 환경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하수 처리장과 같은 개념의 사후처리 기술에 주력해 왔지만 앞으로는 원천적으로 이런 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는 공정개발이 주가 될 것이다. 일단 오염물질이 생산되더라도 난분해성 물질을 손쉽게 분해할 수 있는 다양한 미생물을 이용, 유용한 물질로 전환시켜 다시 이용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기술이 개발됐다. 또한 영원히 썩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플라스틱을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형태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 접시나 포장지를 볼 날도 그리 멀지 않다.

자동자 연료분야의 경우 대체 에너지로 각광 받는 바이오 디젤이 있다. 이는 유채에서 자동차연료를 분리해 내는 것으로, 앞으로 이 디젤을 보다 높은 순도와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선보일 전망이다. 여기에 유전자 조작을 이용해서 해조류로부터 수소를 생성,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새로운 기술도 시도되고 있다.

◇융합기술=생명공학은 눈부시게 발전해 이제 우리 생활에 많은 부분에 침투해 있다. 이런 시점에서 생명공학과 다제간 학문 분야간의 융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시판된 쥬라기 공원의 작가 마이클 클라이튼의 소설 '프레이'(Prey)는 이전의 쥬라기 공원에서 주제로 삼았던 생명공학을 이제는 나노공학(NT)과 생명공학이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 가를 보여준다.

소설과 비슷하게 현재 진행중인 기술을 살펴보면, 공상과학 영화에서 봄직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 중이다. 암세포에만 몰려 발광을 해 우리 몸 속에 어디에 암이 발전되고 있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나노입자들, 발견된 암을 선택ㆍ공격해 그 기능을 상실시키는 것을 돕는 나노 물질, 혈관 속에 들어가 혈관 노폐물이나 독성 물질을 인식할 수 있는 나노 로봇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정보기술학(IT)을 응용해 혈액 한 방울이면 각가지 암의 유무와 전이 양식을 알 수 있는 유전자 칩을 이용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범죄 수사에서 생명공학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 예를 쉽게 이해하고 싶다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방영하여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CSI(Crime scene investigation)과 같은 TV시리즈를 보면 된다.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는 과학수사에 생명공학이 접목되지 않는다면 그 신뢰도를 높일 수 없게 돼 버렸다. 요즘 범죄현장에서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증거가 되는 것이 DNA이다. 이는 식별력이 뛰어나고 어지간한 조건에서 변형이 잘 되지 않아서 안전한 수사 방법으로 각광 받고 있다. 'STR'이라고 부르는 유전자 마커를 사용한다면 범인을 단시간에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대상 용의자들에 대한 DNA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를 나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이처럼 생명공학은 이제 우리의 삶에서 떼어 낼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생명공학이 없는 21세기는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은 생명공학이 생활 전반에 확산되는데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어, 이제 머지 않아 생명공학의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명공학의 발전은 동시에 다양한 문제점도 양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전자 조작에 대한 불신과 동물이나 인체 세포를 이용하는데 대한 윤리적인 문제는 아직 생명공학분야에서 극복하지 못한 숙제 중에 하나다. 과학자들은 일반 대중과 계속해서 그 공감대를 넓혀가고 그 접점을 찾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리=강희종기자@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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