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10년내 '디지로그'시대 도래"
"인터넷은 경제 뒷받쳐주는 중요한 축"



`한국이 다음 세대의 디지털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세계의 관심이 온통 여기에 쏠려 있다. 한국이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연달아 내놓으며 세계 디지털 산업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세계인들의 관심에는 향후 1∼2년이 지난 10년간 이뤄놓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뒤섞여 있다.

이에 디지털타임스는 한국 문화 예술계의 원로이자 석학인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전 문화관광부 장관)와 `싸이월드` 신화로 한국만의 독창적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낸 SK커뮤니케이션즈 유현오 사장 간 신년 대담을 마련, 한국 IT산업과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 가는 미래와 미래 디지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IT업체들이 고민해야 할 바를 들어보았다.

◇대담 :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전 문화관광부 장관),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사회 : 박재권 논설위원

IT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과, 한국의 IT 기업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 대해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한국은 짧은 기간 동안 IT인프라 구축단계를 지나 `활용과 산업화'의 전형을 보여주었고 또 IT와 더불어 발전해 가는 독특한 일상과 문화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와 사회에서 한국의 IT 기술과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제, 한국이 다음 세대 디지털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놓여져 있다. IT 기술의 발전 속도로 보았을 때, 향후 1~2년은 지난 10년 동안 이뤄놓은 것 보다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그 안에 섞여 있다.

이러한 때, 한국 문화 예술계의 원로이자 석학인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전 문화관광부 장관)와 `싸이월드' 신화로 한국만의 독창적인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낸 SK커뮤니케이션즈 유현오 사장은 한국 IT 산업과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 가는 미래에 대해 어떤 예측을 하고 있는 지, 또 미래 디지털 세상을 위해 IT 업체들이 고민해야할 화두는 무엇인지, 신년대담 자리를 빌어 들어 보았다. <편집자주>

△박재권 논설위원 = 아날로그 문화를 대표하는 지성과 디지털 문화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싸이월드 성공의 주역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이어령 교수께서는 지식의 시대와 상상력의 시대에 대해 자주 말씀을 해 오셨다. 그것의 디지털 사례가 싸이월드라는 생각이 든다. 싸이월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문화로 자리잡은 데 이어, 이젠 해외로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 지식의 시대가 과거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문화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두 분의 생각을 듣고 싶다.

△이어령 교수 = 프락시스(Praxis)는 `실천'하는 지성을 일컫는 말이다. 대개 이론과 실제라 하면 이게 따로 있는 것으로 안다. 교과서적이라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오래 전부터 싸이월드를 만든 분들께 묻고 싶은 게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부터 디지로그(Digi-Logue)에 대한 연구를 해 오고 있다. 한국문화의 10년 후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ue) 문화를 합친 `디지로그'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싸이월드를 바라보면, 이는 리얼월드와 디지털 세상을 결합해 놓은 전형적인 디지로그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싸이월드는 디지로그 시대에 적합한 3가지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싸이월드는 먼저 한국인과 한국 문화의 특성인 `관계'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관계로 인식한 것이 주효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사이'라는 말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우리말 `사이'는 곧 관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관계이다. 인터넷에서 `인터'(Inter)를 중시하는 것이 서양에서는 신기한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관계의 문화를 디지털화한 것이 바로 싸이월드라는 얘기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세상의 트랜드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서는 인터넷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웹2.0'이라는 말을 쓴다. 예전(웹1.0) 시대에는 공급자(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모든 것을 다 제공했지만, 지금의 공급자는 네티즌을 연결만 시켜주고 나머지는 전체가 다 알아서 한다. 지식인 서비스가 비근한 예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싸이에서도 개개인들이 서로 참여해서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냈다. 인터넷 이용 문화가 달라진 것이다. 이처럼 싸이는 세계 인터넷의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여태까지는 익명의 매스(대중)가 모인 곳이 인터넷이었지만, 실제로 아는 사람들을 모이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 미국에서도 인간 관계의 6단계 법칙(The Six Degrees of Kevin Bacon)이라는 게 있다. 싸이월드와는 약간 달랐지만 미국에서도 이를 구현한 비슷한 사이트가 존재했고 이 사이트도 단기간에 수 많은 회원을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개념은 디지로그 시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아날로그나 디지털 하나만으로는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IT 강국이라고 하고 있지만 정작 디지털 세상의 트랜드를 주도할 어떤 모델도 갖지 못했다. 싸이는 한국의 문화를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통하는 모이다. 디지로그 시대를 여는 한국인의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사회= 이 교수께서 싸이의 성공 요인을 새로운 시각으로 말씀해 주였다. 유현오 사장께서는 이 같은 분석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현오 사장 = 우리 쪽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이어령 교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싸이월드는 관계 속에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싸이는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표현하는 미디어적 특징도 갖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것이 개인홈피나 블로그로 나타났다.

싸이는 텍스트 기반의 블로그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사람들의 감성이나 생각을 테스트가 아닌 이미지나 스킨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 처음부터 블로그 보다 앞서 갔다. 이는 미니홈피가 만들어낸 작은 혁명이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6단계 법칙은 미국 하버드에서 나온 말인데 이를 말그대로 구현한 것이 싸이인 것은 맞다. 그런데 미국의 사이트는 관계를 구축해 주긴 하지만 성장하진 못했다. 이와 달리 싸이월드는 사회적 관계와 미디어적 특징을 결합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의 블로거들은 자신들이 꿈꿔왔던 미래를 싸이가 구현한 것에 대해 감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싸이월드에서 구현한 것이 한국인의 특징인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 갖는 보편적 정서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이라 할 지라도, 글로벌 환경에서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계라는 것은 다분히 사회적인 것이다.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것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이어령 교수 = 한국인의 특징은 산업사회에 적합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에서 주도한 산업사회는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고,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한국인들은 이 시대를 적응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로빈슨 크루소' 같은 소설이 나올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은 집단 속에서 존재한다. 개인이 스스로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모든 가치는 집단이나 사회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 속에 있다는 게 서구의 산업사회의 논리다. 이 세상에는 프라이버시가 가장 중요하고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다. 이것이 정보사회로 오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산업사회에는 서양 문화에 기울었으나, 신기하게도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한국의 특성이 글로벌화될 수 있는 통로가 생겨난 것이다. 이는 한국인의 특징이 정보사회과 궁합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 기술만 해도 그렇다. 이는 한국에서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해외 언론들이 하고 있다. 외국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것은 개인주의다. 그러나 우리는 외국인이 놀라듯이 예사로운 행위 속에서 아는 사람끼리 터놓고 지내고 있다. 우리말로 친하다는 것은 `너와 나 사이에는 프라이버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친분성과 교화성이 정보화시대에 적합했던 게 아닐까 싶다. 사이버라는 디지털 세상과 오프라인은 본래 상당히 멀리 있는 것인 데 우리는 이를 좁혀 놓은 것이다.

이런 예에서 볼 때 산업화 시대에는 영국인과 미국ㆍ독일인들이 전세계를 활보했지만 정보화사회는 한국인들이 정형화된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인간 관계를 리소스로 해서 탄생한 싸이월드는, `후기 정보사회'가 갖는 통합적 세계를 만들어 가는 기반이 될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품앗이와 같은 문화나 나 보다는 `우리'라는 말에 익숙한 것, 즉 복수나 집단의 문화가 정보사회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상호성 속에 존재하는 한국인의 기질이 정보사회의 특성과 같다는 얘기다.

이 같은 한국 문화의 특징을 보아도 싸이월드는 독특하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유현오 사장 = 우리 또한 사용자에 대한 연구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초기 핵심 타깃은 20대 여성층이었고 교수님 말씀처럼 실제 생활에서 20대 여성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 가를 관찰해서 이를 온라인으로 연결 시켜 놓는 데 주력했다. 싸이월드 내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고 있지만 서비스 기재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기반하고 있다.

△이어령 교수 = 허구 많은 데서 `도토리'가 사이버 머니인 이유는 무엇인가.

△유현호 사장 = 기획자 가운데 한 사람의 제안이 있었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살리자는 취지로 도토리가 채택됐다.

△이어령 교수 = 서양 사이버 머니 대부분은 포인트이다. 즉, 싸이월드 도토리처럼 아날로그적 감성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을 가장 닮은 열매가 도토리라는 것이다. 도토리는 또 집단화된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참 획기적이다. 사람들은 또 수집의 욕구가 있다. 우리는 특히 동물보다 식물채집 문화에 익숙한 나라이다. 그런 점에서도 도토리는 적합했고, 게다가 도토리는 먹는 것이었다. 한국인들은 먹는 것에 관심이 많다.

디지털은 아무리 발전해도 먹지는 못한다. 먹는 행위를 통해 많은 감성이 공유된다. 이 모두 아날로그적인 것이다. 디지털이 이를 가져가지 못한다. 반대로 먹는다는 아날로그적 감성은 디지털을 흡수할 수 있다. 도토리가 그랬다.

△유현오 사장 = 초기 20대 사용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10대와 30대로, 심지어는 40대로까지 사용자 층이 확대되고 있다. 50대 이상은 인터넷과 멀다 보니 많지 않는게 사실이다.

이 교수께서는 싸이월드의 보편적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우리 스스로 보는 시각에서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일단 IT 인프라의 보급이었다. 인프라가 구축된 이후 많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했다. 커뮤니티 관련 서비스도 그랬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노베이션을 이룬 것이다. 탄탄한 인프라 하부구조 속에서 다른 나라보다 2-3년 먼저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무선도 마찬가지다. 정부 차원의 공격적인 투자가 지금의 서비스들을 가능하게 했다. 인프라 위에서 콘텐츠 경쟁이 이뤄지다 보니, 경쟁 속에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왔던 것이다.

특히 싸이월드는 다른 서비스와 달리 실명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유지하고 확산시키면서 다른 어떤 커뮤니티보다 실명제가 잘 유지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가 실명제일 경우 자기 자신이 오프라인과 다른 형태로 행동하게되면 주변의 비난을 받게 된다.

△사회 = 지금껏 싸이월드를 소재로 디지로그 시대의 도래와 정보화 시대 한국인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그렇다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이어령 교수 = 인터넷 최초의 출발은 미국의 군용 통신망이었던 `아르파넷'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먼저 미국 어느 대학의 게시판에서 유례된 것이다. 대학 내 커뮤니티의 메모리 보드로 시작된 인터넷이 전세계 디지털 세상의 대표하는 툴로 성장한 셈이다.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이상주의자들과 수평 사회를 구현할 것이라는 그들의 생각이 인터넷에 많은 피해를 주었다.

이러한 문제는 웹 2.0시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주도하면서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본다. 2020년을 전후로 후기 정보사회가 시작된다면, 현실과 소통하는 인터넷 문화가 이 시대를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유현오 사장 = 문화는 워낙 광범위해서 한 마디로 정의하긴 힘들다. 특히 인터넷은 기술이자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섞여 있는 것이 디지털 문화이고 세상이다.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우선 인터넷이라는 것은 `개방성'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인터넷은 어떤 컴퓨터와도 통신할 수 있도록 해 둔 것이다. 기존의 사회와도 떨어질 수 없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밝은면과 어두운면이 모두 반영될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래도 인터넷의 `개방성'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터넷을 미디어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웹2.0'이라는 개념은 아직 확실하게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이 개념을 이용자 중심의 기술과 서비스를 총칭한다고 본다면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인터넷이 세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기존의 매스 미디어를 1인 미디어로 변화시킨 게 아닐까 싶다.

정제된 정보 구성 능력과 의제 설정 기능을 갖춘 프로 미디어와 그렇지 않은 일반(아마추어) 정보 생산자의 차이는 부정적 현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즉 1인 미디어적인 기능은 감춰진 정보까지 드러내고 공유하는 장점이 있지만, 방식에 따라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소화할 것인가에 달렸다. 간단하게는 긍정을 살리고 부정을 상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어령 교수 = 현실적으로는 그렇지만 인터넷과 디지털 세상의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데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인터넷으로 세상이 하나가 되는 것으로 생각했고 인터넷으로 인해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 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디지털 세상은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쉬운 예로 인터넷 쇼핑은 편리한 듯 보이지만, 바로 옆 동네에서 살 수 있는 것을 먼 곳에서 사야 하는 오류가 발생한다. 이 같은 시스템은 리얼 월드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또 인터넷은 글로벌한 세상을 만들 줄 알았는데, 잘 들여다보면 인터넷은 세상을 점차 로컬화하고 있다. 이것이 인터넷 정보시대 패러독스이다. 산업과 유통 인간관계에서 인터넷에 가정했던 것이 실상에서 깨지면서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은 글로벌한 산업 기술과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데, 거꾸로 이로인해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인터넷 상에 공적인 공간은 없어지고 사적인 것만 남고 있다. 프라이버시가 공적인 것을 깨고 있다. 1인이 미디어가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수평사회를 지향하면서 공적인 의사결정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인간 중심으로 복귀하게 하느냐는 게 관건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 안에서 인터넷 환경을 인간 중심의 따뜻한 것으로 바꿔갈 때, 디지털 세상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정보 패러독스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젊은이와 늙은이 인문학자과 공학자가 함께 만나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간극을 이어가는 구조가 절실하다. 또 한국 인터넷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새로운 뉴 트렌드를 만들어야 한다.

△유현오 사장 = 인터넷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얘기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인터넷은 자본주의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사회의 원동력을 바쳐 주던 것은 매스 미디어였다. 상품을 알리고 홍보하는 것에서부터 주요 역할을 맡아 왔다. 하지만 산업사회는 80년대 접어들면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했다.

이후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 가운데 상업화에 성공한 것이 IT였다. 80년대 이후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것을 소비로 이끌어 내기 위한 새로운 미디어가 필요했고, IT와 인터넷이 이를 지원하고 매스 미디어를 대신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 개인과 상품을 매개해 주는 역할을 맡았던 것이다. 앞으로도 이는 인터넷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새해에는 이러한 모델이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해 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네트워크 인프라 부문에서 선점 효과를 보았지만, 이는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 인프라 선점의 효과가 사라질 때 과연 우리들이 어떤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인 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답은 결국 인터넷 서비스와 문화의 글로벌화가 될 것이다.

이 교수께서 말씀하신 콘텐츠 부족의 문제는 사용자 생산 콘텐츠(UCC)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또 올해 부터는 무선과 홈네트워킹이 연계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도 새로운 블루 오션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어령 교수 = 한국인 뛰어난 문화적 기반은 정보화 시대와 어울린다는 말을 했다. 물론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세상 속에는 `엇비슷하다'는 개념이 없다. 자연과학적 사고에서 태어난 인터넷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앞선 우리가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 것을 심는 인문학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최근 동남아에 일고 있는 `한류' 또한 엄청난 것이다. 농경시대는 중국 문화가 전부였다. 산업시대는 일본이 그랬고, 이것이 우리의 문화 정체성이었다. 그러나 정보사회에서 접어들면서 한국은 한류를 일으켰다. 세계를 리드하고 있는 IT와 인터넷 문화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문제는 우리의 IT 업계도 문화 한류처럼 지속 가능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에 있으면 곧 내려오게 돼 있다. 배용준과 대장금으로 이어지는 문화 한류처럼 지속 가능한 성장 엔진을 만들어야 한다. 한류 문화도 그랬지만, 디지털 세상을 대표하는 인터넷 문화과 IT도 마찬가지이다. 문화화 산업이, 문화화 기술이 대립어였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이것을 서로 집어넣어야 한다. 그것이 `디지로그'의 시대이고 그곳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정리=이택수기자@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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