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사회각계의 새로운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가정에서 가족들을 후원하는 역할에만 머물러있던 여성들이 정치와 경제ㆍ사회 각 분야 변화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여성들을 사회의 중심으로 이끌어내지 않고서는 국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정부와 기업들도 여성이란 인적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IT분야는 일찍부터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한 분야. 국내 대표적인 IT기업으로 손꼽히는 SI기업 3사의 여성 인력만 2400명이 넘는다. 삼성SDS는 전체 인력의 15%가 여성이고, LG CNS는 21%, SK C&C는 전체 인력의 22%가 여성이다. 섬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여성비율이 전체의 10%를 밑도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이 중에서도 IT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인터넷 기업들의 경우 가히 여성 천국이라 할만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500명의 직원 중 여성이 240명으로 전체 50%를 육박하고 있으며, 야후코리아도 전체 245명에서 절반인 115명이 여성이다. NHN 역시 전체 인력의 30%(210명)가 여성 인력이다. 이밖에 네오위즈ㆍ옥션 등도 여성의 비율이 30~40%에 이른다.

IT업계에 여성들의 수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여성들의 파워가 거세지면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요직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여성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인터넷 솔루션 업체인 버추얼텍 서지현 사장을 비롯해 XMLㆍEDI 분야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이포넷 이수정 사장, 유무선 및 인터넷망 통합시스템 전문업체 헤리트 한미숙 사장, 이지디지탈 이영남 사장, 에스오엔코리아 이수복 사장, 애드온 최영선 사장, 인터넷시큐리티 강형자 사장, 아이에스디지털 김정신 사장 등이 모두 손꼽히는 여성 CEO들이다.

특히 풍부한 감수성과 상상력이 요구되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디지털콘텐츠의 경우 여성들의 강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온라인게임 `테일즈위버'로 중국 진출에 성공한 소프트맥스 정영희 사장, 모바일게임으로 일본에 진출한 컴투스 박지영 사장, 게임 `피파(FIFA) 시리즈'로 유명한 EA코리아 한수정 사장, 웹에이전시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디자인스톰 손정숙 사장 등이 험난한 IT업계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 여성 CEO들은 IT산업의 핵심인 인터넷ㆍ소프트웨어ㆍ디지털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사업수완을 발휘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물론 수적으로는 IT업계 전체 CEO의 5%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실질적인 활동이나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상당히 높다.

무엇보다도 이들 여성 CEO들은 벤처와 지식경영이라는 새로운 기업환경의 패러다임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짧은 기간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0년 이후 각종 벤처기업 대상의 경영평가에서 대통령상을 비롯해 정통부 장관상 등을 휩쓸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왜 여성 인력인가= 유독 IT업계에 여성인력들의 진출이 활발한 것은 다른 전통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들의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인맥이나 로비능력 등 능력 외적인 요인에 의해 승진이나 성공이 많이 좌우되는 다른 분야에 비해 IT분야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만 좋으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여성개발원 정숙경 연구원은 "IT업계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은 IT 문화자체가 남녀차별적 문화에서 비교적 자유로와 능력만으로 평가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돼 있기 때문"이라며 "능력에 비해 저 평가된 여성 인력들이 자기 능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IT기업에 몰리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인정을 받게 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컴퓨터공학ㆍ산업공학ㆍ전자ㆍ전산 등 IT업계에서 선호하는 분야에 대한 여성인력의 공급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금녀' 학과였던 이들 학과에 진학하는 여성들의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공대를 졸업한 여성이 늘면서 여성 개발자와 엔지니어들도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는 여성이 경쟁력= 21세기는 여성성이 경쟁력이 되는 때다. 산업사회의 표상이었던 강인한 육체적 힘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섬세함, 치밀성, 그리고 유연성 등 일반적으로 여성의 특성으로 분류되는 특성들이 요구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더욱이 20세기를 지배했던 이성보다는 감성이 새로이 힘을 갖는 가치로 부각됨에 따라 여성의 감성은 그저 격려해야 할 미덕이 아니라 전문적인 직업세계를 구성하는 주요 자원으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특히 여러 방면의 지식을 유연하게 네트워킹 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IT산업이야말로 그 어느 분야보다도 여성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 때문에 여성인력의 효과적인 개발과 활용이 개인은 물론 국가경쟁력 강화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사회도 더 늦기 전에 여성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영남 여성벤처협회 회장은 "21세기 디지털시대에는 여성 특유의 정직함과 섬세함, 그리고 포용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꼭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여성인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 나아가 국가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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