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확대 쫓다 결국 "부실늪으로..."


한국의 신용카드산업이 외형 확대만을 제1의 가치로 추구하다가 결국 '부실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카드 이용액 기준으로 '세계 4위'의 신용카드 대국이 신용대란의 위기에 스스로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연초부터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는 업체간 과당경쟁이 빚은 불가피한 부산물이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동시에 한국적 신용사회의 허점을 생생히 드러낸 사례이기도 했다.

부채를 갚을 능력을 확인하기도 전에 길거리 호객으로 회원 수를 불리려는데 급급한 카드사의 편법 영업은 주유 할인 등 과도한 출혈성 부가서비스를 낳았고, 이는 마침내 카드업계의 경영부실로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카드사는 연체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재정부실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으며, 카드채 발행 마저 난관에 봉착하자 결국 두 눈을 그대로 뜬 채 유동성 위기를 맞기에 이르렀다. 특히, 신용카드사의 유동성 위기는 공교롭게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과 맞물리면서 국내 금융시장을 일순간에 혼돈으로 몰아넣는 가공할 파괴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부는 뒤늦게 나마 '4ㆍ3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으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의 LG카드사태를 통해 감지할 수 있듯이 카드사 부실에 따른 금융 불안은 도미노현상을 예고하는 징표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4ㆍ3조치 이후 6월말을 시한으로 내세우며 적기 시정조치를 발동키로 하면서 8% 조정자기자본비율 등 기준 미달업체에 대해 시장 퇴출을 불사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카드업계는 이같은 조치가 나오자 장부상으로 적기 시정조치 기준을 충족시키는 '눈 가리고 아웅'식 편법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는 데 급급했다. 6월말 당시 적기시정조치에 미달하는 카드사가 단 한곳도 적발되지 않은 것은 감독 부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결국 7월 이후 연체율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고, 연체를 일시적으로 유예한 대환대출을 감안하면 실질 연체율은 이미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었다.

카드사의 적자 규모는 수년간 축적해놓은 수익을 단번에 허물어뜨릴 정도로 파괴력이 컸다. 올해 전업 카드사들은 5조원이 훨씬 넘는 당기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월들어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신용불량 문제가 터지면서 마침내 LG카드발 사태가 재연되기에 이르렀다. LG카드는 현금서비스를 중단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신용불량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금융계에서는 LG카드에 대해 '사실상 부도'라는 진단을 내렸으며,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LG카드의 기업가치 및 주가 산정을 거부하고 나섰다.

LG카드는 채권은행단의 2조원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신세로 전락했다. LG그룹은 결국 금융업을 포기해 LG카드 사태의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은행계 카드사들도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다시 은행에 합병되는 등 카드사 처리문제는 내년 초까지 금융시장의 위기를 경고하는 복병이 될 전망이다. 우리카드 또한 우리은행 합병으로 가닥이 잡히는 등 카드사 처리문제는 이 순간에도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의 주장과 달리 '4ㆍ3조치'가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금융당국과 정책 입안자의 책임을 추궁하고 나서는 등 책임론을 거론하자 감사원은 뒤늦게 카드부문에 대한 정책 감사를 실시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카드사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카드사 사태는 내년 상반기를 고비로 또 한차례 격랑에 휩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김무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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