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일관(初志一貫)'최근 만난 양기곤 벨웨이브 사장은 인터뷰 내내 `초지일관'이라는 단어를 되풀이해 강조했다.

설립 3년만인 지난해 26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대표적인 휴대폰 관련 벤처기업으로 자리잡은 벨웨이브의 수장인 양기곤 사장은 이처럼 성공반열에 오른 것이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겸손해했다. 하지만, 휴대폰 사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꼭 한 우물만 팔 것을 부탁하고 싶다는 그의 모습에서 한 분야에만 매진해 경지에 이르고자 노력하는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1999년 9월 설립된 벨웨이브는 휴대폰 ODE(Original Design Engineering) 분야에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제치고 세계 3위 업체로 급부상하면서 국내보다 해외, 특히 중국에서 더 유명해진 휴대폰 전문 개발업체다.

2001년 267억원의 매출을 올린 벨웨이브는 지난해 10배 가량 늘어난 2600억원의 매출로 업계를 놀라게 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2498억원의 매출을 올려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과 맞먹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01년 22억원에서 지난해 310억원, 올해 상반기 373억원으로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총 예상 매출액은 4500억 이상, 당기순이익은 5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벨웨이브의 이같은 성과는 노키아, 삼성전자, 모토롤러 등 세계적인 대형 휴대폰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휴대폰 완제품 시장에서의 경쟁을 피해 ODE라는 독특한 모델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몸담으면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개발을 담당했고, 코오롱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신세기통신의 기술경영 지원업무와 신정보통신 사업준비 업무를 맡으면서 이동통신 분야를 섭렵한 양기곤 사장은 ODE를 벤처업체의 대안으로 선택했다.

양 사장은 "공장이 없는 연구개발 전문기업, 기술료를 받는 기업, 고부가가치를 실현하는 기업, 미래지향적인 기업을 경영해보고 싶었다"며 "이러한 조건에 가장 적합한 분야가 휴대폰 ODE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ODE는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고 디자인과 개발만을 담당하면서 완제품 업체나 유통 전문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핵심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다.

벨웨이브는 전체 인력 380명 중 75%가 연구개발 인력이고, 이들 연구인력 대다수가 경력 5년 이상의 베테랑 엔지니어일 정도로 기술개발력에 강점을 가진 회사다.

벨웨이브가 짧은 시간 안에 세계적인 휴대폰 ODE 업체로 도약한데는 이처럼 우수한 기술인력 확보와 함께 400만달러를 투자한 주주사이자 협력업체인 미국의 TI로부터 유럽형이동통신(GSM) 칩셋과 프로토콜,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원천기술을 최적의 조건으로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TI는 한국에서 벨웨이브 외에 다른 회사에 투자한 선례가 없어 벨웨이브는 TI로부터의 투자유치로 그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 사장은 "TI측 관계자를 만나 TI의 GSM 칩셋을 중국에 직접 파는 것보다는 벨웨이브의 휴대폰에 탑재해 판매하는 윈윈 전략을 구사할 것을 제안했고, 벨웨이브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TI측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벨웨이브의 비즈니스 모델은 TI―벨웨이브―국산부품업체―중국업체로 이어지는 분업식 공동 협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원천기술, 제품개발, 생산유통, 부품 등 각각의 영역에서 전문화된 회사들이 모여 자기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벨웨이브는 TI사로부터 GSM 칩 솔루션의 소스코드를 받아 이를 기반으로 한 모듈과 GSM 휴대폰을 개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벨웨이브는 이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특히 세계 최대 휴대폰 단일 시장인 중국에서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다.

2001년 12월 중국의 아모이 소닉사에 개발 공급한 GSM 방식의 듀얼 LCD 폴더 휴대폰인 `판다' 시리즈는 단말기 대당 가격이 60만원 이상으로 고가인데도, 중국에서 공급이 딸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고, 특히 `A8' 모델은 출시한 지 20개월만에 520만대가 판매돼 지난해 단일모델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로써 벨웨이브는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 4% 이상을 차지해 휴대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지난해 산업자원부 집계 결과 1억3100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 단숨에 수출액 기준 2위 수출 벤처기업으로 부상했다. 이같은 성과로 지난해 산자부로부터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벨웨이브의 성공은 자율성을 강조하는 양 사장의 경영방침이 또 다른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 대내외의 평가다.

벨웨이브는 출퇴근 시간과 정해진 근무복장이 따로 없다. 또 지난 6월부터는 주 5일 근무제도 실시하고 있으며, 상여금과 인센티브 제도 역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이 때문에 벨웨이브의 이직률은 2% 미만에 머물고 있다.

양기곤 사장은 "외부에서 우리 회사가 주인이 많다고 하는데 이는 그만큼 직원들에게 권한을 많이 줬기 때문"이라며 "직원들이 권한 속에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양 사장의 투명한 경영방침도 이 회사 발전의 원동력이다. 전 임직원 중 122명이 주식 및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창업 이후 매년 국내 최대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올 정도로 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경영방침은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져 1인당 수익 창출액 1억5900만원이라는 놀라는 성과를 이루고 있다.

양기곤 사장은 회사 규모가 비약적으로 늘었음에도 완제품 생산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고 한 우물(ODE 비즈니스)만 팔 작정이다.

양 사장은 한국에서 무수히 많은 휴대폰 업체가 생겼지만,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사라진 회사가 너무 많다면서 "벨웨이브는 운이 따라줘서 성공했지만, 운에 의존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다. 운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있는 사업성 검증 후에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방면을 잘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한 분야만 심도 있게 파고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벨웨이브는 초지일관 ODE 전문영역만 주력할 것이며, 결코 자체 브랜드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2005년 말 ODE 비즈니스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목표"라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강동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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