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얻은 대신 일자리를 뺏기면 과거 부당했던 권력도 그리워지나 보다. 독재시대를 회상하는 우리사회 일각의 한숨 얘기가 아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을 허물며 분단의 역사를 종식한 통일독일도 사회주의체제에 대한 왜곡된 향수가 아직 주변을 떠돌고 있는 모양이다.
독일영화 '굿바이 레닌'은 베를린 장벽 철거 후 몇 개월만에 급격한 사회변혁을 맞은 동독과 그 속에 사는 동독인의 삶의 박탈 과정을 한 가족 이야기를 통해 우회적으로 비꼰, 그러나 가슴 따뜻하게 그린 수작이다. 지난 2월 독일에서 개봉할 당시 동독 사회주의체제를 미화하고 그릇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비판과 함께 독일 영화사상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다.
영화는 아버지가 다른 여자를 따라 서독으로 망명한 후 사회주의 맹신자가 된 엄마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상처로 갖게 된 누나, 엄마를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나, 알렉스 이야기를 독백체로 그린다.
베를린 장벽 철거 직전 청년 알렉스는 자유 시위대에 참가하고, 이를 우연히 보게 된 엄마는 심장마비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 사이 동독 사회통일당수가 사임하고, 베를린 장벽이 사라지고, 서독 헬무트 콜 수상이 동독을 방문해 사실상 동독이 무너지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다.
8개월 후 엄마가 깨어나자 알렉스는 엄마가 충격으로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거짓으로 옛것 그대로를 복원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은 일. 그새 학교 교장은 알콜 중독자가 됐고, 노동계급의 영웅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첫 동독인 우주비행사는 택시운전사로 전락했다. 동독제 물건은 상점에서 죄 다 사라지고 동독 돈은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엄마를 위한 동독 사회 복원 작업은 우스꽝스럽고 눈물겹다. 동독제 피클병을 찾기 위해 온 동네 쓰레기장을 뒤지는가하면 우연히 엄마 눈에 띈 자본주의의 상징 '코카콜라' 광고를 변명하기 위해 코카콜라가 원래 동독 발명품이었다는 뉴스를 제작한다. 그의 거짓말은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서독인이 동독으로 물밀 듯 밀려오고 서독이 동독에 흡수된 사회주의식 통일이 이뤄졌다'는 엄마의 이상향이던 뉴스를 제작하며 절정에 달한다. 엄마는 알렉스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죽음을 맞는다.
영화는 사회주의 이상의 허망함을 가볍게 건드리며 가슴 뭉클한 가족애로 매듭짓는다. 선한 인간 본성, 노동의 신성함, 미래에 대한 희망 등 사회주의 요체는 결국 "아름답지만 너무 먼 '달'"처럼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이상향이었음을 보여준다. 열혈 사회주이자이던 엄마가 실은 서독으로 망명하고자 했음을 고백하고, 헤어졌던 아버지가 등장하면서 이념은 개인주의에 묻힌다. 동서독의 문제는 이념이 아닌 가족과 핏줄, 민족 화해의 문제였던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과 함께 이번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부문에 출품된 영화다. 24일 개봉 예정.
한지숙기자
독일영화 '굿바이 레닌'은 베를린 장벽 철거 후 몇 개월만에 급격한 사회변혁을 맞은 동독과 그 속에 사는 동독인의 삶의 박탈 과정을 한 가족 이야기를 통해 우회적으로 비꼰, 그러나 가슴 따뜻하게 그린 수작이다. 지난 2월 독일에서 개봉할 당시 동독 사회주의체제를 미화하고 그릇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비판과 함께 독일 영화사상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다.
영화는 아버지가 다른 여자를 따라 서독으로 망명한 후 사회주의 맹신자가 된 엄마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상처로 갖게 된 누나, 엄마를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나, 알렉스 이야기를 독백체로 그린다.
베를린 장벽 철거 직전 청년 알렉스는 자유 시위대에 참가하고, 이를 우연히 보게 된 엄마는 심장마비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 사이 동독 사회통일당수가 사임하고, 베를린 장벽이 사라지고, 서독 헬무트 콜 수상이 동독을 방문해 사실상 동독이 무너지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다.
8개월 후 엄마가 깨어나자 알렉스는 엄마가 충격으로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거짓으로 옛것 그대로를 복원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은 일. 그새 학교 교장은 알콜 중독자가 됐고, 노동계급의 영웅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첫 동독인 우주비행사는 택시운전사로 전락했다. 동독제 물건은 상점에서 죄 다 사라지고 동독 돈은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엄마를 위한 동독 사회 복원 작업은 우스꽝스럽고 눈물겹다. 동독제 피클병을 찾기 위해 온 동네 쓰레기장을 뒤지는가하면 우연히 엄마 눈에 띈 자본주의의 상징 '코카콜라' 광고를 변명하기 위해 코카콜라가 원래 동독 발명품이었다는 뉴스를 제작한다. 그의 거짓말은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서독인이 동독으로 물밀 듯 밀려오고 서독이 동독에 흡수된 사회주의식 통일이 이뤄졌다'는 엄마의 이상향이던 뉴스를 제작하며 절정에 달한다. 엄마는 알렉스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죽음을 맞는다.
영화는 사회주의 이상의 허망함을 가볍게 건드리며 가슴 뭉클한 가족애로 매듭짓는다. 선한 인간 본성, 노동의 신성함, 미래에 대한 희망 등 사회주의 요체는 결국 "아름답지만 너무 먼 '달'"처럼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이상향이었음을 보여준다. 열혈 사회주이자이던 엄마가 실은 서독으로 망명하고자 했음을 고백하고, 헤어졌던 아버지가 등장하면서 이념은 개인주의에 묻힌다. 동서독의 문제는 이념이 아닌 가족과 핏줄, 민족 화해의 문제였던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과 함께 이번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부문에 출품된 영화다. 24일 개봉 예정.
한지숙기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