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산, 광주 고객센터를 분산형으로 연결하는 총 800석 규모의 삼성생명 IP 컨택센터가 지난 8월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IP 컨택센터로 평가되는 삼성생명 고객센터는 기업용 통신시장이 공중통신망(PSTN)을 매개로 한 일반 전화시대에서 IP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IP시대로 전환되고 있음을 예고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삼성생명 IP 컨택센터 프로젝트가 본격화 되기 시작한 지난 2/4분기 이후, 국내에는 'IP 컨택센터 열풍'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기업 전산 담당자들은 물론 장비업체, 솔루션 업체들까지 이제는 IP 플랫폼을 염두에 두지 않고는 프로젝트나 연구개발 자체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기존 콜센터는 음성 전달에 전화망만을 이용하는 반면에 IP컨택센터는 음성 및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IP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이는 콜센터의 다양한 응용기술이 IP 네트워크상의 단일 플랫폼으로 제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존의 음성 전달 장비인 사설교환기(PBX), ARS, 녹음장비, 상담 전화기 등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인 연결 기능이 IP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해지는 시대가 열렸다는 얘기다.

고객이 기업에 상담을 하기 위해 공중망(PSTN)을 통해 전화를 하면 IP PBX가 음성을 IP로 변환시켜 ARS에 전달, 원하는 서비스를 들려주고 상담원 연결시에도 IP 전화기를 통해 의사소통이 이뤄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필요한 상담원이 원격지에 있어도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라면 IP 전화기를 통해 언제, 어느 곳에서나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동안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미뤄졌던 '재택 상담'도 가능하게 된다.

IP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초고속인터넷이 전국적으로 갖춰진 국내 IT 인프라 수준을 고려하면, PSTN 중심의 일반 전화를 이용할 때와 비해 지역적으로 분산형 고객센터를 구축할 수 있다. 아울러 고객과 재택 상담원간에 전화는 물론 이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IP 컨택센터를 통해 이처럼 지역구분 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 실제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인도에 IP 컨택센터를 구축해 고비용의 임금과 건물비 부담을 줄여 나가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생명 IP컨택센터를 시작으로 주로 금융권, 유통업체 중심의 IP 컨택센터 도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삼성생명 프로젝트를 필두로 교보생명, 농수산홈쇼핑 등 주요 금융권, 유통업체들이 IP 컨택센터를 구축하고 있고, 이같은 열기는 대기업, 금융, 유통, 제조 등 전체 업종으로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P 컨택센터 시장으로의 이같은 확산 추세는 실제로 IP 텔레포니 기술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외국 장비업체의 경영진들 조차 의아해 할 정도로 가속이 붙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IP 컨택센터의 통화품질 및 보안문제 등이 아직 검증이 덜 끝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IP 컨택센터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점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만일, IP 컨택센터에서 고객과의 통화품질이나 보안상의 취약점이 노출될 경우, 기업으로서는 고객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경영 전반에 커다란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컨택센터를 운영하는 개별 기업이나 장비업체, 솔루션업체들은 IP 컨택센터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일반기업이 고객센터를 구축하려 할 때 대다수 기업은 전통적인 PBX 대신에 IP 텔레포니 및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IP PBX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가입자단에도 일반 전화기 대신 IP 전화가 가능한 IP폰, 소프트 폰 등이 검토되는 추세다.

장비업체들도 PSTN 기반의 PBX 후속 모델 개발작업을 중단하고, 차세대 IP PBX 개발경쟁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상태다.

컨택센터 전문가들은 당초 올해 4000억원에 이르는 컨택센터 시장 가운데 IP 컨택센터 비율이 10%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를 감안하면 25%선인 1000억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국내 컨택센터 시장이 소강국면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던 장비 및 솔루션 업체들은 IP 컨택센터 시장으로의 전환을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IP 컨택센터 장비시장은 현재 다국적 통신장비업체인 어바이어, 시스코시스템즈, 노텔네트웍스 등 미국계 통신장비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그동안 기업용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알카텔, 지멘스 등 유럽계 업체들도 속속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국내 업체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 머큐리 등이 기존 PBX 기능에 IP 기능을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모델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다만, 엄밀한 의미에서 IP 컨택센터 구축을 위한 ALL IP PBX 모델 개발은 빨라야 올 연말 또는 내년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IP 컨택센터 시장으로의 변화는 SI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쳐, 한국HPㆍ한국IBM 등 외국계 대형 SI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강화된 반면, 국내 CTI 전문업체들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IP 컨택센터 시장으로의 변화가 전체 시장규모를 확대하고 관련 업체들의 양적인 성장을 일구는 계기임에는 틀림없지만,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쌓고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최경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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