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몇 등 안에 들던 우등생이 전체 평균점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면 그 심경은 어떠했을까. 공부를 게을리 하지는 않았는가. 다시 따라잡을 수는 있을까. 만감이 교차할 게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마치 낙제생의 경우와 비슷한 처지가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8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미국(2.6%) 일본(2%) 등 주요 국가의 경기 회복에 힘입어 3.2%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이 우리나라 성장률이 세계 평균보다 낮게 전망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 2분기 성장률이 1.9%로 급락한 데 대해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인 1980년의 마이너스2.1%와 1998년 외환위기 때의 마이너스 6.7%를 빼고는 1962년 경제개발 착수이후 40여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라고 지적, 우려를 표시했다.

세계경제는 회복국면을 맞고 있는 데 한국경제는 위기상황으로 추락하는 이유는 뭘까. IMF는 세계경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건전성 규제 강화로 인한 가계대출 둔화 및 신용카드 연체 증가 등으로 인해 내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경련은 정부의 리더십부재를 개탄했다. 참여정부 출범 초부터 성장이냐 분배냐를 놓고 정책이 우왕좌왕한 데다 집단이기주의와 강성노조의 잦은 파업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국정혼란을 빗대 리더십 운운한 게 아닌가 싶다. 즉, 현 위기상황의 원인을 내수부진(IMF)과 대 정부 신뢰감 상실(전경련)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은 5%중반이라는 게 정설이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2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5.5%로 추정하고 그에 걸맞게 올해 경제운용 계획을 짰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북핵문제, 이라크 전쟁, 그리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확산 등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국내에서도 카드연체, SK글로벌 분식회계, 그리고 대규모 파업 등이 이어졌다. 올 하반기에도 현대ㆍ기아ㆍGM대우차 등 대형 노사분규에 태풍피해까지 겹쳐 경제가 뒤틀어지고 있다. 자동차 3사의 파업손실액이 4조5000억원에 달하고 제 14호 태풍매미의 재산피해액도 4조800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여기에다 잦은 비와 태풍, 냉해 등으로 농작물작황이 부진한 것도 국내총생산(GDP)에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의 우리 경제는 청년실업과 상시 구조조정으로 인한 중ㆍ장년층의 고용불안이 가계 지출을 줄여 내수부진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을 초래하여 고용부진으로 부메랑이 돼서 되돌아오는 악순환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일자리를 늘여야 경제성장을 거둘 수 있고, 성장이 이뤄져야 일자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일자리와 경제성장은 어느 것이 먼저랄 게 없는 동행지수라고 할 수 있다. 2030실업(청년실업)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월급도둑)와 같은 속어가 유행하는 한, 낮은 성장률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고용안정이 물가안정보다 더 중요한 때다.

송하식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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