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사스(SARS) 여파가 사라지면서 대중국 IT수출이 호조를 띠면서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 경기가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10월이나 겨울쯤 사스 파문이 또다시 재연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경각심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는 사스가 중국 심천의 동물거래시장에서 별미로 판매되는 사향고양이, 너구리, 족제비 등 동물을 통해 전파된 것임을 사실상 입증했다는 보고서를 소개한 바 있다. 다만, 이같은 동물들이 사스의 중요한 발원지라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만 이들이 쥐와 같은 다른 원인체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사향고양이 등을 사스의 동물 숙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처럼 사스에 대한 분명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올 겨울 또다시 '사스 주의보'가 발령됨에 따라 사스에 대한 예방과 철저한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방은 늘 사후에 호들갑을 떠는 것 보다 훨씬 경제적이며 효과가 크다.

우선 올 봄에 전세계를 사실상의 '공황'으로 몰아넣었던 사스에 대해 보건당국이 철저한 환경위생관리 정책을 펴서 국내에서 만큼은 사스 피해를 차단할 수 있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선진국에서는 항생물질이나 전염병 예방약의 효과로 인해 전염병시대가 종언을 고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AIDS(에이즈)질병, 인수 공통전염병(동물에서 인간, 인간에서 동물로 전파되는 질병) 등이 지속으로 발생하면서 개인위생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면서 예방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당초 수인성 전염병ㆍ기생충ㆍ결핵 등 질병은 급수위생이 불량하고, 식품위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질병으로 치부돼왔다. 다만, 올 봄에 창궐한 사스 질병은 과거의 질병과 달리 원인 미생물을 찾는 데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등 초기대응때부터 적잖은 어려움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첫 번째 사스 환자를 발견해 치료하던 의사가 오히려 사스에 감염돼 사망하는 최악의 사태가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고열감기, 폐렴 등 고열 환자에 대한 격리 뿐 아니라 접촉했던 사람들까지 지속적으로 건강격리를 하다보니 결국 각 국의 무역이나 수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사례가 빈발하게 됐다.

사스 발생국인 중국, 홍콩, 대만에서 이뤄지는 모든 국제행사가 갑자기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랐고, 여행관광업계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스는 사전 오염예방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귀중한 사례가 됐다.

이번에 사스 발생지역의 주민들은 경제활동 위축이라는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마스크착용, 손 청결 등 환경 위생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아울러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에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도 하나의 작은 성과였다.

요즘 선진화의 척도는 단순한 경제성장관련 수치 뿐 아니라 상하수도보급률ㆍ위생적 쓰레기 처리ㆍ영아사망률 등을 주요 잣대로 삼고 있다. 또한 평균수명과 건강지수를 중시하는 추세다. 우리의 경우 상수도 보급률 87.8%, 하수도보급률 72%로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식품ㆍ급수ㆍ소독위생 등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대응태세가 사스의 2차 발생을 무력화한 일등공신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일각에서 김치가 사스 퇴치에 일조했다는 설을 내세워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여기에는 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학문적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김치속의 발효철학과 마늘의 건강학은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2002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수명인 76세를 2010년에는 85세 이상으로 향상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오염 예방체계를 강화하는 일이다. 다시는 사스와 같은 질병이나 외적 요인으로 인해 무역이나 국내 IT산업이 영향력을 받는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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