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헐리우드에서 인정받은 DRM만 쓰겠습니다."

올해 안에 인터넷(IP)기반의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해 준비중인 KT가 지난 21일 내놓은 VOD시스템 기술요구서에서 밝힌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시스템 요건이 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KT는 VOD 콘텐츠의 불법 복제 및 배포를 차단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DRM 시스템의 요건으로 "워너 브라더스, 유니버설 스튜디오, 파라마운트, 월트 디즈니, 20세기 폭스, 소니 콜롬비아 트라이스타로부터 콘텐츠를 제공받아 서비스한 이력이 있어야 한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개발했고 외국에 수출한 적이 없는 국산 DRM 솔루션은 아예 납품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KT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헐리우드의 유명한 콘텐츠 업체들이 인정하는 DRM 솔루션은 두세 손가락에 꼽는 외국의 유명 제품들이다. 그런데, KT는 미국 헐리우드의 영화 콘텐츠를 공급받아 VOD 가입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워너 브라더스 등의 헐리우드 영화사들이 자사 콘텐츠를 VOD 사업자들에게 제공함에 있어서 완벽한 저작권 관리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헐리우드 영화사들을 안심시키면서 VOD용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면, 이들 영화사들이 인정하는 DRM 솔루션을 VOD 시스템의 필수 사양으로 갖춰야 한다.

문제는 글로벌 콘텐츠 업체들이 디지털 저작권 관리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과 케이블TV망을 기반으로 한 VOD서비스가 확산될 수로 DRM 및 제한수신시스템(CAS) 등 외국의 저작권 관리 소프트웨어에 대한 국내 사업자들의 종속구도가 심화될 것이란 사실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국내 업체들이 하루빨리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디지털 저작권 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미국 헐리우드 등의 콘텐츠 업체들로부터도 인정을 받는 길이다. 그러나 국내 DRM 시장이 여전히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는 국내 시장의 활성화에 따른 국산 솔루션의 해외 진출, 국내 VOD사업자들의 국산 DRM 선택의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없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콘텐츠유통기술연구팀을 이끌면서 지난달 DRM 솔루션 개발작업을 마친 윤기송 팀장은 이같이 말했다.

한편 KT는 VOD시스템의 기술요구소에서 지역국사에 배치돼 해당 지역의 가입자에게 VOD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트리밍서버의 경우 ISO/IEC에 규정된 MPEG-2MP@ML 수준의 비디오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MPEG-1 오디오와 MPEG-2 오디오, AC-3(돌비) 규격을 지원해야 하며, 735Mbps 이상의 스트리밍 성능 및 동시접속사 195명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KT는 지난 6월 VOD 사업을 위해 107억원의 예산을 확정했으며, 이중 VOD시스템 구축에 70여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KT는 이르면 오는 10월초 VOD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연내 전국 주요 도시 30개 전화국사에 VOD 서버를 설치하기로 했다.

박창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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