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2일 청와대에서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 보고대회'를 열어 향후 5~10년간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는 2012년까지 이들 산업육성을 통해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선진경제에 진입한다는 게 그 요지다. 내년에 5천억~6천억원의 연구개발(R&D)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며, 민간부문에서도 정부지원금에 상응하는 5천억~6천억원을 매칭펀드 형식으로 투입하게 된다. 이번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계획은 천문학적 R&D예산을 투입하는 최대 국책사업이다.

앞서 정부는 침체된 내수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저금리기조와 함께 특소세인하, 근로소득세 경감, 임시투자세액 공제 확대 및 연장 등을 발표했고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지출을 늘렸다. 수출은 잘 되는데, 국내소비와 설비투자가 밑바닥을 기고 있어 단기적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던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단기 부양책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대책까지 연이어 제시한 것은 현실인식에 기초하고 있다고 하겠다. 한국경제는 1995년 이후 8년간 국민소득 1만 달러 덫(trap)에 묶여있고 선진국과의 격차는 좁히지 못한 채, 후발개도국 추격에 쫓겨 호두까기(nutcracker)신세다. 특히 올 2.4분기 경제성장률은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1.9%에 그쳐 외환위기 이후 4년6개월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시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는 1997/98년 환란 때 아픈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 기업연쇄도산과 대량실업, 마이너스 성장과 고금리, 국내자산의 해외 헐값매각 등을 목격했고 모든 게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자신의 일'이라는 걸 체험했었다. 그러므로 이번 정부 발표는 국내외 불확실성 증폭에 잔뜩 움츠러든 국내 산업계에는 미래의 희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범정부 차원의 정책 조화를 이뤄 두 대책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 한정된 연구개발재원을 감안할 때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했겠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더 많은 기술과 신 유망품목을 요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반인 눈에는 10대 산업이 정보기술(IT)산업에 몰려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둘째,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등이 신산업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일이 없도록 책임 있는 조직으로 개편돼야 한다. 셋째, 우수인력 확보 등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넷째, 작은 정부 구현과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 자율의 효율적 자원배분시스템 구축을 도와야 한다.

로버트 배로(Robert J. Barro) 미 하버드대 교수는 "후진국이더라도 경제정책을 잘 쓰면 선진국을 따라잡기(Catch-Up)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용어를 도입, 출산율ㆍ인적자본ㆍ개방경제ㆍ정부정책 등 제반 변수를 따졌을 때, 조건을 갖춘 나라만이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는 이론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참여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도 이런 조건을 충족시켜 과거 정부와 같이 장밋빛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송하식 경제부장.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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