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문 삼성전기 대표

양덕준 사장과는 삼성전자에서 20년 간 동고동락한 사이여서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막상 `양 사장은 어떤 사람인가`를 말하고자 하니 작은 딜레마에 빠져버렸다. 한 사람의 인물평을 쓸 때는 그 사람의 특별한 개성이나 장점을 중심으로 다소 과장도 하고 가공도 해서 돋보이게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양 사장을 이렇게 표현하자니 실제와는 너무도 다른 사람이 될 것만 같아 조심스럽다. 한 번이라도 양 사장을 만나 본 사람이면 내가 왜 고심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인콤을 방문하면 정갈하고 깨끗한 사무실 분위기에 누구나 감탄하게 된다. 서비스센터에 가보면 깔끔한 제복의 서비스 요원들과 대형 TV에 만화책까지 가지런히 비치한 대기실 등, 고객과 직원을 배려하는 양 사장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그러나 사장실을 들어가면 더 놀라게 된다. 3평 남짓의 좁은 방은 너저분하게 서류와 책이 쌓여 있고, 그 흔한 소파 하나 없이 싸구려 테이블만 책상과 접견용으로 마련되어 있다.

언젠가 세계 1위 MP3플레이어 업체 CEO의 품위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자, 양 사장은 "사장이 방을 크게 쓰는 것은 죽은 뒤에 무덤을 크게 쓰는 것과 똑 같은 것"이라며 특유의 멋 적은 웃음을 지었다. 양 사장은 그런 사람이다. 작은 촌 동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마음 좋은 옆집 아저씨요, 편안한 이웃 같은 사람이다. 그의 편안한 웃음과 말투 어디에도 `쏘리 소니'(Sorry SONY)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불과 4년 만에 매출액 2000억원에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이뤄낸 당찬 CEO의 카리스마나 입지전적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평범한 사람이 삼성전자 메모리 성공신화의 주역으로 기록되어 있다. 양 사장은 미국 현지법인의 초기 멤버로서 삼성전자의 첫 메모리 제품을 미국시장에 진입시켰으며, 홍콩 지사장 부임 시에는 삼성전자의 CD플레이어 칩을 일본 소니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로 끌어 올렸던 사람이다.

양 사장은 화려한 전투사라기 보다는 조용한 전략가다. 소니와의 전쟁에서도 치열하고 극적인 전투로 이기기보다는 시작할 때부터 이미 소니를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과 조건을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양 사장이 `쏘리 소니'의 기치를 들고 출발할 때도 나는 그의 성공을 의심치 않았다. 이미 그 사람에겐 이길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고 이겨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양 사장은 단순히 이익 창출을 위해 레인콤을 이끌어 나가는 `사업가'가 아니라, 레인콤을 경쟁력 있는 업체로 만들기 위해 일하는 `장인'이다. 그의 바람대로 레인콤이 한국 전자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선도 업체로 우뚝 설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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