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내희 중앙대 교수ㆍ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ㆍ객원논설위원
한국사람들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먼 옛날 유목생활을 한 때문인지 같은 공간을 다용도로 쓰는 습속이 있는 것이다. 유목민은 천막 하나를 가지고 온갖 용도로 쓰는데, 우리가 실내공간을 사용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안방의 경우 침구를 깔면 잠자리요, 밥상을 놓으면 식당이오, 집안식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 거실이오, 손님을 맞으면 객실이오, 낮은 책상을 갖다 놓으면 공부방인 식이다. 근래에 들어와 서구식 생활습관이 수용되어 침대나 소파로 방안을 채우는 일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나 과거의 습속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작년 월드컵 행사가 끝난 뒤, 서울시청 앞을 광장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나온 적이 있다. 이 의견을 수용하여 서울시가 시청앞 광장 조성사업을 추진했는데, 시의회가 사업비 55억원을 전액 삭감함으로써 무산되었다. 국내 어느 도시든 광장과 공원을 더 많이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소신을 가져온 터이지만, 일단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시청 앞은 주변 여건상 광장으로 고정하기보다는 그대로 두고 다양한 용도로 써야 한다고 본 때문이다. 이런 곳은 전형적인 '보자기' 공간이다. 행사가 있으면 보자기 펼치듯 광장으로 쓰고 평소에는 접어놓고 자동차거리로 쓰면 된다.
공간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그 특징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척박한 땅도 그렇게 하면 쓸모가 생기는 법이다. 물길과 토질에 따라 구획한 천수답이 좋은 예다. 중요한 것은 구획의 척도다. 프랙탈 기하학을 정립한 베노이트 만델브로트도 비슷한 통창력을 가졌던 것으로 전한다. 그는 어떤 자로 재느냐에 따라 영국해안선의 길이가 다르게 나오며, 자의 최소단위가 작을수록 그 길이가 길어짐을 증명했다.
지금 여러 분야에서 이 최소단위를 정하는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새만금간척을 둘러싼 논란이 한 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서해안은 유명한 리아스식 해안이다. 굴곡이 많고, 후미나 만이 크게 발달해 있으며, 물길도 그만큼 복잡하다. 이런 곳은 지형과 물길만큼이나 삶의 모습, 문화가 다양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여기에 둑을 쌓는 것은 생태계 보고인 갯벌만이 아니라 이 곳 주민들이 쌓아온 삶의 다양한 켜도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복잡한 물길, 굴곡진 해안선, 즉 프랙탈 지형을 파괴하는 일을 '평면적 사고'라 불러보자. 지금 유감스럽게도 이런 사고방식이 너무 큰 지배력을 발휘하며 폐해를 낳고 있다. 새만금 간척을 하겠다는 것은 리아스식 해안의 복잡성을 없애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곳 땅, 바다, 문화의 특이성과 다양성을 없애고 삶의 해안선을 재는 척도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자의 눈금이 길어지면 해안선의 길이는 그만큼 줄어든다. 삶의 최소단위를 더 세밀하고 적실하게 설정하려는 노력을 포기함으로써 사회의 온전한 발전에 더 큰 손실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꼴인 것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라는 정부 정책과제가 최근 사회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이때 어떤 기하학을 적용하느냐는 것이다. 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 지형으로 가려면 어떤 식으로든 땅을 넓히는 일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진행중인 소득의 확장공사에는 평면기하학만 이용된다는 느낌이다. 소득을 올리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한국노동자의 임금이 중국에 비해 너무 높다는 지적 같이 그런 경우다. 이것은 한국과 중국의 생산조건을 동일 평면에 놓고 비교하는 것과 같다.
해안선의 길이가 자의 최소단위에 따라 달라지듯이 삶의 질도 얼마나 세밀하고 정교하게 지표와 척도를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균질성에 바탕을 둔 평면의 확장만 생각한 나머지 굴곡과 후미진 곳, 패인 곳과 찌그러진 곳을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것을 특이성과 다양성으로 끌어안아 합산할 때 소득도 늘고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그러려면 평면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사람들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먼 옛날 유목생활을 한 때문인지 같은 공간을 다용도로 쓰는 습속이 있는 것이다. 유목민은 천막 하나를 가지고 온갖 용도로 쓰는데, 우리가 실내공간을 사용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안방의 경우 침구를 깔면 잠자리요, 밥상을 놓으면 식당이오, 집안식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 거실이오, 손님을 맞으면 객실이오, 낮은 책상을 갖다 놓으면 공부방인 식이다. 근래에 들어와 서구식 생활습관이 수용되어 침대나 소파로 방안을 채우는 일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나 과거의 습속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작년 월드컵 행사가 끝난 뒤, 서울시청 앞을 광장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나온 적이 있다. 이 의견을 수용하여 서울시가 시청앞 광장 조성사업을 추진했는데, 시의회가 사업비 55억원을 전액 삭감함으로써 무산되었다. 국내 어느 도시든 광장과 공원을 더 많이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소신을 가져온 터이지만, 일단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시청 앞은 주변 여건상 광장으로 고정하기보다는 그대로 두고 다양한 용도로 써야 한다고 본 때문이다. 이런 곳은 전형적인 '보자기' 공간이다. 행사가 있으면 보자기 펼치듯 광장으로 쓰고 평소에는 접어놓고 자동차거리로 쓰면 된다.
공간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그 특징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척박한 땅도 그렇게 하면 쓸모가 생기는 법이다. 물길과 토질에 따라 구획한 천수답이 좋은 예다. 중요한 것은 구획의 척도다. 프랙탈 기하학을 정립한 베노이트 만델브로트도 비슷한 통창력을 가졌던 것으로 전한다. 그는 어떤 자로 재느냐에 따라 영국해안선의 길이가 다르게 나오며, 자의 최소단위가 작을수록 그 길이가 길어짐을 증명했다.
지금 여러 분야에서 이 최소단위를 정하는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새만금간척을 둘러싼 논란이 한 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서해안은 유명한 리아스식 해안이다. 굴곡이 많고, 후미나 만이 크게 발달해 있으며, 물길도 그만큼 복잡하다. 이런 곳은 지형과 물길만큼이나 삶의 모습, 문화가 다양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여기에 둑을 쌓는 것은 생태계 보고인 갯벌만이 아니라 이 곳 주민들이 쌓아온 삶의 다양한 켜도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복잡한 물길, 굴곡진 해안선, 즉 프랙탈 지형을 파괴하는 일을 '평면적 사고'라 불러보자. 지금 유감스럽게도 이런 사고방식이 너무 큰 지배력을 발휘하며 폐해를 낳고 있다. 새만금 간척을 하겠다는 것은 리아스식 해안의 복잡성을 없애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곳 땅, 바다, 문화의 특이성과 다양성을 없애고 삶의 해안선을 재는 척도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자의 눈금이 길어지면 해안선의 길이는 그만큼 줄어든다. 삶의 최소단위를 더 세밀하고 적실하게 설정하려는 노력을 포기함으로써 사회의 온전한 발전에 더 큰 손실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꼴인 것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라는 정부 정책과제가 최근 사회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이때 어떤 기하학을 적용하느냐는 것이다. 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 지형으로 가려면 어떤 식으로든 땅을 넓히는 일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진행중인 소득의 확장공사에는 평면기하학만 이용된다는 느낌이다. 소득을 올리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한국노동자의 임금이 중국에 비해 너무 높다는 지적 같이 그런 경우다. 이것은 한국과 중국의 생산조건을 동일 평면에 놓고 비교하는 것과 같다.
해안선의 길이가 자의 최소단위에 따라 달라지듯이 삶의 질도 얼마나 세밀하고 정교하게 지표와 척도를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균질성에 바탕을 둔 평면의 확장만 생각한 나머지 굴곡과 후미진 곳, 패인 곳과 찌그러진 곳을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것을 특이성과 다양성으로 끌어안아 합산할 때 소득도 늘고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그러려면 평면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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