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전산업의 역사는 채 50년이 안된다. LG가 1958년 금성사(현 LG전자)를 설립하며 1960년대 냉장고와 흑백TV, 에어컨을 만들기 시작했고, 10년 뒤인 1969년 삼성이 현재의 삼성전자 전신인 삼성전자공업을 설립했다. 그 후 1974년 대우전자가 생겨 국내 가전산업은 이들 3개 전자회사를 중심으로 성장 발전했다.

이들 3개 회사는 1990년대 각기 글로벌 전략으로 유럽과 멕시코 등지에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 컬러TV와 냉장고, VCR 등을 대량 생산하면서 가전 왕국인 일본을 추격하는 황금시기를 열었다. 이 때부터 이른바 '가전3사'라는 말이 업계나 언론을 통해 일반화되기 시작했던 것같다.

그러다가 3개축의 하나인 대우전자가 대우그룹 해체의 위기를 맞으며 1998년 삼성자동차와의 빅딜 무산, 그 이듬해 결국 다른 대우 계열사들과 함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가전 3사'라는 말은 정체성을 잃었다.

그러나 워크아웃 진입 이후 구조조정의 과정을 거치며 지난해 11월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이름을 바꾼 옛 대우전자가 과거 가전 명가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우선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올 상반기 워크아웃 이후 최초로 660억원에 달하는 경상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1조1000여억원에 영업이익 693억원. 올 상반기 극심한 내수 침체로 가전업계가 어려웠던 점을 감안할 경우 꽤 괜찮은 성적표를 손에 쥔 것이다.

대우의 이같은 결실은 흔히 우리 경제가 2만 달러 시대로 가기 위한 최우선 선결과제로 꼽히는 '상생의 노사문화'와 직원들의 '땀'에 의한 것이라는 게 내ㆍ외부의 평가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2000년 1만명을 넘던 직원이 현재 4000명으로 줄었고, 50여명이던 임원 수도 26명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수출 물량의 납기 준수와 품질은 오히려 좋아졌고, 이에 따라 올들어 미국 가전업체인 메이텍과 대규모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급계약의 성사를 비롯, 미 GE 등 해외바이어들로부터 OEM 생산 요청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또 워크아웃 이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며 대우전자 부문과 대우모터 부문이 합병돼 대우일렉트로닉스로 통합되면서 1사2노조가 운영되고 있지만, 지난 7월 임금협상은 무교섭 무분규로 타결됐다. 회사의 구성원인 임직원 모두가 서로 신뢰하며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회사에 힘을 보태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것.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올해 매출 2조1000억원에 경상이익 1000억원을 넘긴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또 사업부문도 냉장고와 세탁기 등 백색가전 중심에서 향후 가전 시장을 이끌 디지털TV와 셋톱박스 등 영상디스플레이 부문에 대한 라인업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프로젝션TV의 잇따른 출시와 PDP TV의 제품군 확대, 셋톱박스 내장형인 일체형 디지털TV 제품의 출시 등을 계획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옛 대우전자의 명성을 회복하며 '가전 3사'의 위상을 찾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이익을 내고 특정분야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출시하여 국내 가전의 한 축으로 자리잡는 것 또한 과거 '가전 3사' 시절 못지않은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본다.

서낙영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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