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흔히 네트워킹이 강조된다.

촘촘히 얽힌 인적네트워킹은 가장 큰 자산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나의 가치는 나 자체로만이 아닌, 내가 누구를 알고 있느냐로까지 평가기준이 확대되는 추세다.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업에서는 각종 결재서류, 관련문서 등 물리적인 지적형태 뿐만 아니라 직원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노하우까지 공유하기 위해 지식관리시스템(KMS)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지식을 공유하고 인적네트워킹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IT기술과 접목되며 인간관계를 확장시켜주는 소프트웨어까지 등장했다. 스탠리 밀그램 교수의 `6단계 분리법칙'이 상업용 소프트웨어로 탄생한 것이다. 6단계 분리법칙이란 하버드대학 밀그램 교수가 실험을 통해 밝혀낸 것으로 쉽게 말해 6명만 건너면 미국의 어느 누구와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최근 이같은 소프트웨어의 개발현황과 어떤 형태로 사용하는지를 집중보도했다. 신문은 이들 소프트웨어가 직원들의 사적인 메모까지도 정보로 취득하고 있어 사생활 감시 등 `빅브라더' 논쟁도 있지만 일부는 비즈니스 관계를 쉽게 확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ㆍ주소록ㆍ이메일 등 모든 개인정보를 샅샅이 분석하라

뉴욕에 본사를 둔 비저블 패스(Visible Path),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스포크 소프트웨어(Spoke Software), 산타모니카 제로디그리스(ZeroDegrees) 등은 일명 `관계분석(relationship-mining)'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 유사한 개념의 소프트웨어 테스트버전을 공개했고 올해말까지 정식버전을 출시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이들 관계분석 소프트웨어는 회사 직원들이 누굴 알고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둔다. 우선 직원들의 컴퓨터로 입력된 주소록, 인스턴트메신저의 친구목록, 전자캘린더와 이메일 응답자 등 자료를 통해 직원들의 지인을 알아낸다. 그리고 직원들과 직원의 연락처에서 알아낸 모든 지인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이 소프트웨어의 개발목적은 무엇일까. 이는 비즈니스에 필요한 인적네트워크 확산에 목적을 두고 있다. 회사내 잠재적으로 유용한 사람이 누구이고 개인적으로 소개받을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함이다. 말하자면 영업사원과 잠재적인 고객을 연결해주고 가능성있는 고객과 변호사를 연결시켜주거나 기부할 것 같은 사람과 기금모금자를 매칭시켜주는 일 등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사람들은 가까운 친구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고 이를 잘 메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생겨나면서 전화번호가 길어지고 이메일주소 등이 일반화하면서 대다수 사람들이 컴퓨터에 연락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가 이들 정보를 쉽게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들은 사회학 이론을 네트워크 분석의 토대로 삼는다. 또 심리학과 통계학을 응용해 사람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어낸다. 즉 밀그램 교수 법칙대로 세상의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두사람의 관계는 6단계내에서 설명된다는 것이다. 또 서로 알려져지 않는 관계를 발견하는데는 그들의 지도를 사용하라고 추천한다.

어쩌면 지금 인기를 끌고있는 데이트 서비스 `프렌드스터닷컴(Friendster.com)'이나 `라이즈닷컴(Ryze.com)' 등 사이트도 일종의 웹기반 네트워크의 변종이다. 이같은 서비스와 관계분석 소프트웨어의 차이라면 아래로부터 요구인지 위로부터 강요인지에 있다.

프렌드스터닷컴 등 사이트는 구성원들이 기꺼이 연락처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그러나 전용소프트웨어는 이메일이나 컴퓨터 주소록을 검색엔진으로 찾아내는 방식이다.

◇아는 사람 연결을 통해 인적네트워킹 무한확장하라

비저블 패스 소프트웨어가 고객사인 CMJ 네트워크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보자. 뉴욕의 CMJ는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신예 음악가들의 콘서트 주관 회사다.

어떤 유명음반사에 콘서트광고를 팔고 싶어하는 CMJ의 한 영업사원은 시스템에 다른 CMJ 직원중 음반회사와 연락관계가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 비저블 패스는 이 영업사원에게 특정 음반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알려준다. 물론 이 사람들은 CMJ 직원과 관계를 맺은 바 있다.

만약 시스템이 소개한 이 사람이 음반사의 마케팅 부사장이든지 등등 이유로 영업사원의 맘에 든다면 영업사원은 동료직원에게 소개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시스템에 띄울 수 있다. 이때 시스템은 동료직원이 누구인지 영업사원에게 말해주지 않는다. 이는 절대적으로 동료직원이 스스로를 나타내고 싶을 때 결정할 수 있다. 만약 동료직원이 회사를 위해서 자신의 개인적 관계를 사용하고 싶지 않을 때는 응답하지 않을 기능이 제공된다.

현재 CMJ 네트워크는 18명의 작가, 광고영업사원, 콘서트프로듀서들이 비저블 패스를 사용한다. 이 회사는 비저블 패스의 다음 버전을 고대하고 있다. 차기 버전에서는 회사의 비저블 패스 시스템을 음반사나 프로모터회사의 비저블 패스 시스템과 직접 연결시켜줘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대폭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이같은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구현된다면 인적네트워킹은 무한히 넓어질 수 있다. 나는 어떤 음반사의 프로듀서를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음반사 프로듀서를 아는 다른 누군가의 연락처를 알 수도 있다. 그리고 소개받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빅 브라더?

아직 관계분석 소프트웨어들이 100% 정확한 것은 아니다. 흔한 실수로 예들 들어 어느 직원의 주소록에서 발견된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아니라 어린 시절 캠프에서 만난 옛 친구일 수 있다.

이 경우 직원은 소개 요청을 받은 이후에 이 기록을 정확히 다시 설정할 수 있다. 또 영업사원은 이 프로그램에게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을 아는 우리 회사 사람이 누구?"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직원과 직원의 지인들간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정보분석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저블 패스의 `관계 마이닝 엔진(Relationship Mining Engine)'은 만약 어떤 직원이 누군가의 사무실 번호가 아닌 휴대전화 번호까지 알고 있다면 이 관계를 가까운 것으로 정의한다.

또 직원의 이메일에서 누군가와 정기적인 메일을 주고받은 흔적이 있다면 역시 서로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달력에 체크된 모임이나 전화회의 등도 체크사항이다. 이처럼 산재된 정보들을 모아서 분석해보면 관계의 깊이를 추측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스포크 소프트웨어는 7개 대기업, 3200명 사용자를 거느리고 지난 6월 탄생했다. 그리고 올해말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비저블 패스와 같이 스포크 소프트웨어도 직원들의 연락처 정보, 메시징, 웹 등으로부터 공개 데이터 등을 이용해 인맥정보를 분석한다. 이 프로그램은 연결관계에 가중치를 부여한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어떤 경로가 가장 생산적인지 결정할 수 있다.

제로디그리의 소프트웨어도 사용자의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 계정을 꼼꼼히 조사하고 연락처 목록을 수집한다. 이는 3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최고 상위등급에 등재된 개인의 이너서클 구성원들은 각자 네트워크 정보를 중재자 없이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너서클 외부의 사용자들은 연락처 소유자를 통해 소개를 요청해야만 한다. 그리고 연결자의 신원은 비밀유지된다.

그러나 이같은 소프트웨어가 등장해도 아직 많은 사람들은 그들 관계가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것이 회사를 아무리 돕는 일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관계분석 소프트웨어들은 이같은 심적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소개요청을 거절한다든지 등 일련의 안전장치를 제공한다.

박정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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