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 아산회장이 4일 새벽 '투신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이승의 삶을 마감했다. 정 회장의 최후는 온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는 여백(餘白)을 남겼다.
정 회장의 비보를 접하고 그가 세상을 '떠났다'기 보다는 '등졌다'는 생각이 먼저 뇌리를 스쳤다. 정 회장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사를 탓하며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대변하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김윤규 현대아산사장이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에게 "회장님이 다 막으려고 돌아가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정 회장이 이승을 하직하면서도 많은 것을 떠 안고 갔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 회장은 유서를 통해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회한어린 자책과 함께 자신의 유분(遺粉)을 금강산에 뿌려달라는 말을 남겼다. 중국 오대사(五代史)를 다룬 '왕언장전(王彦章傳)'을 보면 '虎死留皮 人死留名(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정 회장이 이승에 남긴 것은 단순히 이름 석자나 한줌 뼛가루만은 아닌 듯 싶다.
그가 죽음으로 호소하고자 한 것은 아마도 '대북 경협사업의 지속적 추진'이 아니었을까. 물론 대북송금과 150억원 현대 비자금 수사 등을 둘러싸고 정 회장을 짓누른 압박감도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단초가 됐을 것으로 추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중요한 것은 정회장의 죽음으로 인해 대북 경협사업이 중단되거나 좌절돼서는 결코 안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역사적 요구이자 시대적 명제이기도 하다.
북한이 5일 아태평화위를 통해 '금강산 관광 임시 중단'을 통보한 것은 그런 점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조의기간을 포함한 일정기간'으로 단서를 달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남북경협사업이 커다란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고 정주영회장을 비롯해 현대그룹이 그간 펼쳐온 대북사업은 투자 대비 수익을 중시하는 기업의 일반적 경영관행에 비춰 볼 때 대단한 모험이요 도박이었음이 분명하다. 여기에는 기업경영과 수익모델이라는 일반적 잣대만으로는 형량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숭고한 염원과 의지가 내재돼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재계 관계자들이 정회장의 죽음에 대해 "정치적 압박에 희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도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여기에는 기업인을 옥죄고 백안시하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에 대한 강력한 항변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정치인이나 권세가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하면서도 기업인에 대해 사시(斜視)로 바라보기를 즐기는 일반 '관객'에 대한 불만도 섞여 있는 듯 하다.
출간된 소설은 이미 소설가의 것이 아니다. 독자와 평자에 의해 평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자리를 옮긴 정 회장에 대한 평가 또한 마찬가지다. 자연인 정몽헌은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가 죽음으로써 남기고자 했던 의미를 찾아내고 꽃피우는 일은 현대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우리가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화해와 한반도 통일이라는 대의를 가슴깊이 아로새길 수 있다면 영정 사진에서 환히 웃던 정 회장의 모습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통신부 차장
정 회장의 비보를 접하고 그가 세상을 '떠났다'기 보다는 '등졌다'는 생각이 먼저 뇌리를 스쳤다. 정 회장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사를 탓하며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대변하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김윤규 현대아산사장이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에게 "회장님이 다 막으려고 돌아가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정 회장이 이승을 하직하면서도 많은 것을 떠 안고 갔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 회장은 유서를 통해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회한어린 자책과 함께 자신의 유분(遺粉)을 금강산에 뿌려달라는 말을 남겼다. 중국 오대사(五代史)를 다룬 '왕언장전(王彦章傳)'을 보면 '虎死留皮 人死留名(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정 회장이 이승에 남긴 것은 단순히 이름 석자나 한줌 뼛가루만은 아닌 듯 싶다.
그가 죽음으로 호소하고자 한 것은 아마도 '대북 경협사업의 지속적 추진'이 아니었을까. 물론 대북송금과 150억원 현대 비자금 수사 등을 둘러싸고 정 회장을 짓누른 압박감도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단초가 됐을 것으로 추론된다.
북한이 5일 아태평화위를 통해 '금강산 관광 임시 중단'을 통보한 것은 그런 점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조의기간을 포함한 일정기간'으로 단서를 달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남북경협사업이 커다란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고 정주영회장을 비롯해 현대그룹이 그간 펼쳐온 대북사업은 투자 대비 수익을 중시하는 기업의 일반적 경영관행에 비춰 볼 때 대단한 모험이요 도박이었음이 분명하다. 여기에는 기업경영과 수익모델이라는 일반적 잣대만으로는 형량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숭고한 염원과 의지가 내재돼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재계 관계자들이 정회장의 죽음에 대해 "정치적 압박에 희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도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여기에는 기업인을 옥죄고 백안시하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에 대한 강력한 항변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정치인이나 권세가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하면서도 기업인에 대해 사시(斜視)로 바라보기를 즐기는 일반 '관객'에 대한 불만도 섞여 있는 듯 하다.
출간된 소설은 이미 소설가의 것이 아니다. 독자와 평자에 의해 평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자리를 옮긴 정 회장에 대한 평가 또한 마찬가지다. 자연인 정몽헌은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가 죽음으로써 남기고자 했던 의미를 찾아내고 꽃피우는 일은 현대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우리가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화해와 한반도 통일이라는 대의를 가슴깊이 아로새길 수 있다면 영정 사진에서 환히 웃던 정 회장의 모습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통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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