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에서 기술 및 시장 확산을 위한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PCB산업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상호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PCB시장의 장기적인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 중견업체들을 중심으로 기술 연합체를 통한 `세불리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PCB 시장의 연이은 수요부진에 중국 등 후발국들의 파상적인 저가공세마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업체들이 과감히 핵심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향후 공동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중견기업들의 합종연횡〓올 초부터 본격화된 세계 PCB업계의 `합종연횡'은 고밀도(HDI)기판 제조공법을 둘러싼 첨단 기술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연합체' 성격을 띠고 있다. 일본 중견 PCB제조사이 주도하고 있는 비스퀘어잇(B2it)ㆍ파랍(PALAP)ㆍAGSP 등 3대 컨소시엄이 대표적이다.

일본 DTCT가 주도하는 `비스퀘어잇(B2it)'엔 산타메탈ㆍ미야기전자ㆍ에르나ㆍYKCㆍ보드팜ㆍ크로버전자 등 PCB 중견기업들과 페이스트 인쇄용 메쉬 제작사인 메쉬, 가공설비 제조회사인 카네소, 매스램 제조사인 오토기연공업, 여기에 세계적인 소재기업인 듀폰 등 22개사가 가세했다. B2it은 Ag(은) 범프를 동박에 형성해 프리프레그로 일괄적층하는 제조공법으로, 현재 크로바전자 등에서 소량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심텍이 미야기전자와 기술제휴를 맺고 오는 11월부터 이 공법이 적용된 빌드업 기판을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의 덴소가 주도하고 있는 `파랍(PALAP)'은 열가소성수지를 이용해 동박 부착 단면판에 레이저를 사용해 홀을 형성한 후, 여기에 페이스트 충진해 일괄적층하는 공법으로, 에이아이렉스ㆍU―AIㆍ쿄사 등 PCB메이커와 노다스크린ㆍOK프린트ㆍ소화 등 기술ㆍ디자인 및 에칭업체들이 참가하고 있다. 한편 다이와가 주도하는 `AGSP'는 1차 도금 후 동을 에칭해 범프를 형성해 적층시키는 제조방식으로, 쿄덴ㆍ후지기공전자ㆍTOEI전자ㆍ유니미르콘 등 5개 PCB제조사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대응책 시급〓이같은 세계 PCB업계의 `짝짓기'는 당장은 첨단 기술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컨소시엄' 형태를 띠고 있으나, 중견 PCB 제조사와 기술ㆍ생산장비ㆍ원부자재 업체들이 굳건한 상호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세계 PCB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의도도 짙게 깔려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전세계 PCB시장이 장기적인 불황기에 접어든 데다 후발 경쟁국들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면서 누가 더 적은 비용과 새로운 재료로 경쟁력 있는 기판 양산에 성공하느냐가 업계 판도를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며 "결국 차세대 PCB 기술 통일을 계기로 업계 재편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에 따른 대응책으로 국내 업체들간의 상호 협력체제 구축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북미ㆍ유럽지역 PCB산업이 급격히 몰락하면서 세계 PCB시장이 한―중―일 삼각 경쟁체제로 전환된 가운데, 일본 중견업체들은 이처럼 공동 컨소시엄을 통해 기술장벽을 더 높게 쌓고 있고, 중국은 저가공세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어, 자칫 한국이 기술(일본)과 가격(중국) 등 양면 협공으로 PCB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연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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