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만9477년, 전화(戰禍)가 휩쓸고 간 은하계 저 멀리의 행성 루비-카(Rubi-Ka)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중 하나는 테디콘(Thedeacon)이다.

테디콘은 추한 얼굴의 돌연변이지만, 자존심이 센 호색한이다. 재산도 많지만 그의 비속한 혀놀림이야말로 능수능란하다. 여성, 남성, 중성 등 모든 이방인을 성적으로 유혹할 정도다.

또한 그는 친절하며 무리를 이끌 줄 아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루비-카의 빈곤층사이에서는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자비로움으로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행성의 엘리트층간에는 상사병과 외로움을 달래줄 줄 아는 너그러움으로 존경받는다.

물론 테디콘은 가공의 인물이다. 2003년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에 사는 27세의 컴퓨터 수리공으로 생활고와 싸우며 사는 리처드 스텐런드씨가 바로 테디콘이란 가공의 인물을 창조한 주인공이다.

루비-카 역시 가공의 행성이다. 인터넷기반 게임인 아나키(Anarchy) 온라인속에 만들어진 행성이다. 수천명의 고객이 12.95달러 월정액 요금을 내고 매일 이 게임에 로그인한다.

대부분 게이머는 단지 기분전환을 위해 게임을 한다. 그러나 일부 게이머들에게는 우정과 사랑, 질투, 미움, 존경으로 가득찬 이 거대한 멀티플레이어 게임의 가상세계가 현실적인 메일요금 고지서나 회사정책, 개인적 아픔과 이루지 못한 꿈만큼이나 중요하다. 스텐런드씨도 이런 게이머에 속한다.

그는 그동안 생활의 여유없이 하루를 살아가며, 싸구려 스릴과 텔레비전 문화의 함정에 걸려 지내왔다고 느낀다. 이것이 바로 그가 지난달 하루평균 7시간을 루비-카에서 보낸 이유다. 지난 2년동안 이 행성에서 2400시간을 머문 것도, 테디콘이 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스텐런드씨는 월세 655달러의 아파트방에서 홈비즈니스로 컴퓨터 수리와 조립을 한다.

스텐런드씨 부부는 자주 외출하지 않는다. 재정문제 탓도 있지만 인간관계를 회의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대할수록, 더욱 증오하게 되지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별 생각없이 산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의 말이다. 그렇지만 게임의 세계에는 항상 무언가가 있다.

만일 게임이 미리 정해져 있는 틀에 박힌 승리로 끝나야 한다면, 아나키 온라인은 게임이라고도 부를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훌륭한 가상 모래놀이 박스이다. 성곽 대신에 게이머들은 인생을 만든다.

아나키 온라인의 게이머들은 아바타를 창조하고 거대한 3차원 컬러그래픽 세계를 항해한다. 아바타는 4가지 돌연변이종과 12가지 전문직업 가운데 하나에 속하게 된다.

아바타를 만들고 나면 우선 이성을 찾아 시시덕거리는 일부 게이머들도 있다. 팀을 짜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다른 이들은 넓은 미개척지를 찾아 탐험을 떠난다. 많은 이들이 부와 물질을 소유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게이머들은 캐릭터 능력을 키워 200단계 레벨의 끝으로 오르려 노력하면서 이따금씩 주어지는 반복적인 보상에 심리적 위안을 받는다.

다른 게이머들과 전쟁을 통해 사회적인 명성을 높일 수도 있고 이는 아나키 온라인에 깔린 기본 스토리의 일부분이다. 여기서는 루비-카 행성을 조정하고자 하는 반역자들의 호전적인 연합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옴니-텍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모든 게이머들은 대체로 양세력중 하나에 속하게 된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자신의 삶을 바꿔보려는 의도에서 사람들이 이런 게임에 열중하는 듯 합니다. 게임에서는 보스도 될 수 있고, 유명인사도 될 수 있으니까요." 이 게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게이머 조직인 스톰의 의장이자, 실제로 스톡홀름의 음악제작자인 오스카 애즈브링크씨 말이다.

테디콘 역시 이 게임에서 저명인사이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주 40시간 이상씩 게임을 하면서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02년 2월부터 forums.anarchyonline.com의 게임공동체 게시판에 3000건 이상의 글을 올렸다. 대다수 게이머들은 그가 익살스럽다고 말한다. 테디콘은 게이머 조직 스톰의 멤버이기도 하다.

실제로 스텐런드씨의 사생활은 약간 내성적이다. 논리정연하고 지적이면서도, 그는 학교가 창조력을 억누른다고 생각해 대학진학을 하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 말에 따르면 심지어 어릴 적에도 밖에 자주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대부분 시간을 집 근처에서 보냈죠. 아들 부부는 다른 이들만큼 사교적이 아닙니다." 피아니스트인 그의 어머니가 전화로 들려준 내용이다.

유례없는 능력과 레벨 200의 환상적인 부를 소유한 그는 종종 옴니-텍에 저항해 싸우는 반역자들을 설득하기도 한다. "신규 게이머도 많은 돈을 벌자"는 그의 말은 루비-카의 새로운 주민들에게 성구가 되고 있고 웹 포럼에서 3만5000번 이상 회람됐다. 테디콘이 도시를 가로지르면, 마치 유명인사를 본 것처럼 덜 부유한 게이머들이 몰려온다. 테디콘은 거의 대부분 그들의 소원을 들어준다.

요즘 테디콘은 그의 동료인 메타-물리학자(Meta-Physicistㆍ일종의 마법사)들을 돕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1년 이상 메타-물리학자들은 게임에서 아주 약한 능력을 가진 집단으로 간주됐던 그들의 전문성을 높이려고, 오슬로에 본사를 둔 이 게임 운영회사인 펀컴(Funcom)에 로비를 하고 있다.

메타-물리학자의 능력향상이 관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테디콘은 지난주에 벌어진 항의시위를 조직하는데 2주일을 보냈다. 블랙 선데이라 불리는 시위는 적어도 사기진작에는 성공적이었다. 펀컴은 날씨를 불길한 암흑으로 바꾼 항의시위가 있었음은 인정했다.

2년전 스텐런드씨의 웹기반 컴퓨터 회사는 파산의 위기를 맞았다. 몇달안에 파산보호신청을 해야 할 형편이었다. 그러던 2001년 7월 어느 날 스텐런드씨 부부는 쇼핑센터를 들렀다. 그의 부인은 셔츠를 몇벌 샀고, 스텐런드씨는 아나키 온라인을 샀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아나키 온라인이 내 삶을 구원한 셈입니다. 지금도 재정적으로는 궁핍한 상황입니다. 이달 말에는 거리로 나앉아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지금 당장 행복한 인생을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과는 달리 가상세계의 테디콘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들이다.

세스 쉬셀 www.nytimes.com/2003/06/12/technology/circuits/12pla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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