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가 5000파운드가 넘는 범고래들이 관중들에게 가슴지느러미를 흔들며 조련사를 등에 태워 헤엄치고, 관중석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꼬리로 물세례를 하는 장면은 실로 장관이었다. 관중석에서는 웃음과 탄성, 그리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글은 미국 올랜도 씨월드 범고래 쇼의 광경을 표현한 것이다. 바다의 포식자인 범고래를 길들여 인간 앞에서 춤을 추도록 조련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증시 통합난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강정호 선물거래소 이사장에게는 심기일전의 계기가 됐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에서도 이해 당사자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표류중이던 증시 체제개편 문제가 최근 선물거래소의 '증시통합 논의기구 참여 결정'으로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강정호 이사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입장 선회 배경에 대해 틱낫한 스님의 '화'와 켄 블랜차드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2권의 책 소개로 대신했다.

강 이사장은 "가슴에 화를 품고 있으면 상대방이 무슨 얘기를 해도 이해하거나 수용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선물거래소가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은 단기적으로 갈등과 부담이 되더라도 선물시장 육성을 위해 통합논의 기구에 참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부산 발전에 좋은 일이라는 판단을 내린 때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범고래 조련의 비결이 잘못한 일에 대해 벌을 주기보다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도록 유도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즉 잘못된 일에 쓰인 에너지를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에너지로 전환시킬 때 보다 큰 목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마도 강 이사장은 증시통합 문제를 반대만 하기보다는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긍정적인 실익을 구하는 것이 선물시장 육성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듯 하다.

증시 개편 문제를 포함해 최근 NEIS나 새만금 간척사업 등 국가적 현안문제가 이해당사자의 대립과 주장만 난무하는 가운데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태에서 강 이사장의 결정은 참으로 신선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와 양보를 바탕으로 한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적 원칙과 절차가 여느 때보다 소중한 시기이다.

박상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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