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한국전략경영학회장 경북대경영학부 교수

지역혁신과 지방분권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루자는 공감대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특히 피폐한 지방경제를 신산업으로 다시 일으키고자 하는 의지가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거의 모든 지역이 정보기술(IT)ㆍ바이오ㆍ메카트로닉스 등 소위 스타 산업들을 육성하겠다고 발전계획을 입안하고 있다. 여기에 첨단산업 클러스터의 조성계획까지 비슷한 실정이다. 한마디로 차별화된 지역발전 전략이 없다. 가장 큰 이유로는 전략산업의 선택과 집중육성이라는 과거 경제발전 전략의 관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만 해도 포항의 철강산업 외에도 휴대폰 단일 품목이 구미지역 총생산액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구미와 포항 공단은 주도면밀한 전략산업 육성책의 산물이다. 그러다 보니 향후 지역을 먹여 살릴 신산업을 '계획'하려 드는 무모함이 당연한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육성전략은 수직계열 위주의 자기완결형 산업에서나 그 효과를 발휘할 뿐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상호작용하면서 기술을 발전시키는 첨단 지식산업에서는 한 두 개 굵직한 대기업의 유치만으로는 경쟁력 있는 산업 집적지를 창출할 수 없다. 지리적으로 가까이 붙어 있음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그 결과 집단적으로 기술혁신을 가속화시킴으로써 그 지역은 특정 부문에서 브랜드를 쟁취하게 된다. 그래서 똑같은 사업을 그 지역에서 해야 성과도 배가된다는 믿음을 갖게 되고, 그 결과 외부로부터 인적ㆍ물적 자원들이 유입돼 지역발전의 가속화를 이루는 것이 성공의 요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 지가 명확해 진다. 기술의 융합화와 복합화의 추세로 인해 어떤 산업을 선택해야 하는지 애매하게 돼버린 상황에서, 전략산업의 선택에 고민하기보다는 차라리 중소벤처기업들의 상호작용 즉, 혁신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보다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들의 개별 기술개발은 그 동안 정책지원의 주요 대상이었다.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은 이들간의 상호교류와 공동노력이다. 첨단 지식산업일수록 많은 기업들간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빠른 기술변화에 대응해 나가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전략산업도 그 결과로써 창출된다고 할 수 있다. 지식과 아이디어의 원천인 지방대학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방자치단체가 차세대 전략산업으로서 환경 친화적인 전기자동차를 선택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이 산업은 외국기업이나 국내 자동차 기업을 유치한다고 육성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지역 업체 중 전기자동차의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수십, 수백 개의 관련 중소기업들이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로교통법과 같은 제도 개선과 초기 시장창출을 위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역의 혁신활동은 그냥 자발적으로만 일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도권 중심의 경제력 집중으로 인해 시장실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아무리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와 잠재력 있는 자원이 있어도 여기에 돈과 인재가 몰려들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필자는 지역혁신을 지원하는 기구를 전국적으로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이 기구는 지역의 실정에 따라 독립적으로, 또는 테크노파크와 같은 기존 조직 안에 설치될 수 있다. 다만 그 기능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프로젝트들을 발굴하고 이것들이 지역의 전략산업이 될 수 있게끔 제도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시장성 평가는 물론 투자의 기능도 동시에 가져야 할 것이다.

미래형 전략산업은 기계적이기보다는 유기체적이다. 이 유기체를 구성하는 주체는 불특정 다수의 중소벤처기업들이다. 이들의 상호교류로 인한 혁신활동이 유기체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지방 중소벤처기업들의 혁신을 지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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