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야 놀자 우리 선생님은 아빠도 되고 친구도 되고 마을 이장도…


김은주�박경화�이혜영 지음/소나무/8000원

"애들아, 시냇물은 어떤 소리를 내면서 흘러가지?"

3학년 사회 수업을 하던 김선국 선생의 질문에 영준이, 진희, 상훈이가 재잘댄다.

"쉬~이, 하고 흘러요," "쏴아~쏴쏴, 흐르지 않나?" "음, 철벅 철벅!"

남회룡 분교에 사는 어린이들의 수업시간이다. 이 학교를 찾아가려면 서울 청량리에서 하루에 딱 한번 다니는 기차를 타야한다. 그것도 새벽 4시 봉화역에 도착해 오갈 데 없이 날이 밝기를 기다려야 하는 기차를. 아니면 영주까지 기차를 타고, 영주에서 봉화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간 다음 봉화에서 현동까지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현동까지 가는 동안 버스는 무려 네 개의 재를 넘어야 하는데, 다덕재를 지나 해발 630미터의 노루재를 넘고 회고개를 지나 마지막 꼬치비재까지 넘을 때는 눈앞이 아찔할 정도.

이 곳 작은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아빠가 되기도 하고, 친구도 되기도 하고, 마을 이장이 되기도 한다.

이제 30~40대가 된 아빠�엄마들에게 가장 아름답고 순수했던 기억은 무엇일까. 아마도 어린 초등학교 시절에 대한 기억은 아닐까. 특히 시골의 작은 학교를 다닌 이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먼지 풀풀 날리는 황토길 따라 걷던 등굣길. 선생님�친구들과 오순도순 둘러앉아 먹던 점심시간, 높던 하늘에 만국기가 휘날리던 가을 운동회, 난로 가에 둘러앉아 고구마며 감자를 구워 먹던 교실, 그리고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어린 시절 친구들.

지금은 낡은 흑백 영화처럼 기억되지만, 금산의 시골학교, 강원의 산골학교, 푸른섬 제주도의 작은 학교에선 여전히 이 모든 것이 진행형이다. 이 책에는 10개의 작은 학교가 실려있다. 그러나 몇몇은 책이 엮어지는 사이 사라져 버렸다. 지난 1999년 한 해 동안 없어진 학교 수가 무려 927개.

그러나 이처럼 작은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비단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산골 마을에서, 섬 마을에서 햇살처럼 울려나던 아이들의 웃음을 앗아가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따뜻하게 채워주던 삶의 여백이 '편리함'과 '효율성' 앞에서 무참히 도려내지는 것이다. 또한 우리 유년의 기억마저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산골마을의 작은 학교는 그 마을의 문화중심체이며, 구심점이라는 점에서 꼭 존재해야 한다.

책을 읽다보면 문득문득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그리고 마음이 순수해진다. 결국에는 고향이 그립고 친구들도 보고 싶어진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바쁜 도심에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지난 2000년에 '소중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것으로, 목차를 취재했던 시기에 따라 '봄�여름�가을�겨울로 바꾸고, 글과 사진을 다듬어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새로 구성한 것이다.

임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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