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전문 채널신설 '대안' 부상


국내 방송 프로그램 유통은 지상파의 발주에 의해 독립 제작사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지상파에 판매하는 1차 판매, 지상파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중 드라마, 다큐멘터리, 오락 프로그램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판매하는 2차 판매, 지상파의 자회사를 통해 해외에 수출하는 3차 판매로 나뉜다.

가장 상품성이 높은 드라마의 경우 유명 PD의 제작사가 지상파에는 1차 방영권, PP에는 2차 판권을 넘기고 비디오ㆍDVD 등은 자체적으로 판매해 부가 수입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문화ㆍ정보 등 교양물은 2차 판매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는 곧 대형 제작사와 군소 제작사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켜 방송제작시상 전반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심각한 지상파 3사 독과점 구조 = 2001년 기준으로 전체 외주시장 1천745억원 중 지상파 물량은 약 89%인 약 1천554억원으로 추산된다. 지상파 3사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독과점 구조에서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 비율 대비 외주 제작비의 불균형은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주제작 편성 비율은 정부의 외주제작 진흥정책에 힘입어 지난 10년 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러나 지상파 3사의 총 제작비와 매출액에서 외주제작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낮은 수준이다. 총 제작비 대비 외주제작비 비율은 11.7%지만, 총 매출액 대비 외주제작비 비율은 7.1%에 그치고 있다. 외주 제작 편성 프로그램의 저작권 역시 지상파에 종속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2000년 전체 방송프로그램 가운데 제작사가 프로그램에 대한 전권을 소유한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외주제작 전문채널 설립 방안 = 지상파의 독과점 시장 구조에서는 정부의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 및 제작 지원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문화관광부는 외주제작 전문 채널의 신설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 이상훈 책임연구원은 지난 13일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주최의 토론회에서 방송의 다양성 실현 및 외주제작물의 유통시장 창출 등을 위해 외주제작 전문채널, 즉 `인디채널'의 신설방안을 제시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연구원이 제시한 것은 외주제작 전문 PP를 설립하거나 UHF 및 VHF 주파수를 사용하는 지상파 채널을 설립하는 두 가지 방안. 이중 지상파 독과점 구조를 일부라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외주제작 전문의 지상파 채널 신설방안은 기존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에 매우 위협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이 연구원이 제시한 방안은 수도권 및 대도시 중심으로 외주전문 지상파방송용 주파수를 확보하고, 나머지 지역은 위성 및 케이블TV로 의무 재전송하며 향후 디지털 방송을 위한 주파수 재할당시 VHF로 전환하거나 현 AFKN 채널을 환수해 지상파 사업자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디채널은 영상물 유통의 새로운 창구로 해석된다. 외주전문 방송사는 자체 제작 및 운영 인력을 최소화해 영국의 외주전문 채널인 `채널4'나 프랑스의 디지털 지상파 방송사와 같이 출판사형 방송구조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단순한 위주채널이 아닌 공익성을 추구하는 고품질 문화채널, 지역방송 활로, 시민참여 방송 등으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 연구원은 강조했다. 공익성 추구가 시장 논리에서는 요원한 일이므로 정부가 운영을 담당하거나 공영으로 가는 것이 적합하고 이를 위해 편성위원회를 구성, 엄격하게 채널을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주전문 지상파 채널의 설립이 지상파 독과점 구조를 일부 해소하고 시청자의 욕구를 수용할 수 있으나 공영방송과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별화된 채널 성격이 불확실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케이블PP와 케이블TV(SO)의 수신료 시장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주전문 방송사가 광고채널을 운영할 경우 PP와 SO들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지상파 3사의 시장 독과점 구도가 계속되는 한 독립제작사를 비롯한 방송영상산업 전반의 균형있는 발전을 추구하기가 어렵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아, 향후 외주전문 채널 신설을 둘러싼 공방이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엄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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