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 월드캐피탈코리아 감사ㆍ객원논설위원

1798년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에 나섰다. 3만 수천의 군사들을 이끌고 사막을 행군하고 있었다. 군사들이 갈증을 호소했다. 한 모금의 물이 그리웠다. 그러나 사막에서 물을 찾을 재간은 없었다. 아무리 상승의 나폴레옹군이라고 해도 물 없이는 전투를 할 수 없었다. 군사들은 허덕이기 시작했다.

군사들 앞에 갑자기 물이 나타났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면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군사들은 물을 향해 달렸다. 그렇지만 아무리 다가가도 물은 여전히 멀리서 반짝였다. 야자나무가 거꾸로 보이기도 했다. 군사들은 '하나님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우리를 최후의 심판에서 구해주십시오."

군사들은 이 물을 '도망가는 물'이라고 표현했다. 이것이 신기루였다는 사실은 나중에 밝혀졌다. 신기루 현상은 남극, 북극 등 극지방에서도 일어난다고 한다. 빙산이 공중에 거꾸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바람에 탐험가들이 애를 먹은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삼국지'의 조조도 물 때문에 고생을 했다. 조조는 남양이란 곳에 있는 장수를 공격하기 위해 출발했다. 195년의 일이다. 군사들이 사흘이나 물을 마시지 못해 고통을 겪게 되었다. 조조에 대한 원성이 높아졌다. 사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군사들이 동요하자 조조도 당황했다.

그렇지만 조조가 누군가. 역시 '조조'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싸움에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자 묘책을 떠올렸다. 앞을 가리키며 외쳤다. "내가 이곳을 지나간 적이 있다. 조금만 더 가면 매화 숲이 나온다. 거기까지만 가면 물은 없더라도 매화열매로 목을 축일 수 있을 것이다."

군사들은 시큼한 매화열매를 생각하자 저절로 군침이 돌았다. 갈증을 잊게 되었다. 용기를 내어 전진했다. 행군 속도가 빨라졌다. 마침내 물을 찾을 수 있었다. 사기가 다시 높아졌다.

또 물 이야기다. 장자는 세상을 멋대로 산 사람이었다. 굶기를 밥먹듯 했다. 그렇다고 영원히 굶을 수는 없었다. 어느 날 허기를 견디지 못해 벼슬을 하고 있는 친구를 찾아갔다. 몇 끼니 먹을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며칠 있으면 세금이 걷힌다. 그러면 300금 정도는 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만 기다려라."

친구의 따돌림에 열을 받은 장자가 말했다. "내가 돈을 꾸러 오는 도중에 보니 길바닥의 수레바퀴 자국에 물이 고여 있었다. 그런데 물 속에 있던 붕어가 물이 조금밖에 없어 숨이 차니 어디 가서 물을 구해 부어달라고 통사정하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 월 나라로 가는 길이니 돌아오는 길에 물을 잔뜩 부어주겠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붕어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물이 조금만 있으면 살 수 있다. 그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아마도 생선가게에 매달려 있을 것이다."

'철부지급(轍 之急)'의 고사다. 말라죽어 가는 붕어에게는 한 방울의 물이 더 귀하다는 얘기다.

지도자는 중요하다. 나폴레옹이 '대선배'인 조조를 읽었더라면 군사들의 갈증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풀어주었을 것이다. 유능한 지도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군사들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지도자 선임 문제'를 가지고 입씨름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색깔론'이 나오고 '윤리론'도 들먹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바쁘다. '사스'라는 전염병이 경제의 덜미를 잡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경제를 사스가 위축시키고 있다. 경제적 손실이 몇 십억 달러나 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북한 핵 문제까지 겹치고 있다. 외국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기업들은 목이 타고 있다. 초조해하고 있다. 지도자를 구하는 사이에 붕어가 말라죽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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