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과파티 출장 서비스업자, 아동방 전문 벽화가, 발명가...'

지난 2001년 12월 파산한 미 최대 전력 회사 엔론 출신 근로자들의 현 직업이다.

엔론이 미국 7대 대기업 가운데 하나였던 만큼 한때 잘 나가는 직장인이었던 이들은 회사 파산 후 대책없이 내동댕이쳐졌다.

엔론은 파산을 앞두고 무려 4200명을 하루만에 해고한 적도 있었다. 불시에 해고통지서를 받은 근로자들은 황급히 이력서를 마련하고 취업박람회를 드나들고 예전 직장에 전화를 걸어 일자리가 있는지 알아보는 등 우왕좌왕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창업'이다. 이들은 혼신을 힘을 쥐어짠 재기의 몸부림과 눈물겨운 노력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엔론 사우회 웹 사이트에는 현재 약 33명이 창업한 것으로 등록돼 있다. 등록하지 않은 업체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올해 62세인 루이스 블랙은 엔론에서 해고당한 뒤 소녀들을 대상으로 `출장 다과파티 서비스 업체'를 창업했다. 그녀는 소녀들의 다과파티를 준비하고 의상을 대여해주며 피넛버터, 젤리 샌드위치, 딸기 쥬스 등을 접대한다.

블랙은 "만약 엔론이 망하지 않았다면 난 아직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거예요"라면서 "(엔론 파산으로 인해)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지요"라고 말했다.

반면 궁지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창업을 선택한 직원도 있다. 엔론의 인사 훈련 매니저였던 칼 클릭커(47)는 지금 아동방 전문 벽화가로 변신했다. 아동 방이나 소아전문 병원의 벽에 애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순조롭게 창업에 이른 것은 아니다. 클릭커는 "수백번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하고 "취직을 포기한 대신 창업을 택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실업자로 지내는 동안 전화요금 연체로 인해 6개월동안 전화없이 지냈야 했다. 생필품이외의 것은 엄두를 못낼 정도로 궁핍하게 살았다. 창업을 결심한 뒤에는 자신의 집에 벽화를 그려놓고 가망 고객을 초대했다. 창업 자금 8000달러는 친구들로부터 빌렸다.

엔론의 컴퓨터 전문가였던 에릭 에덴(35)은 잔디용 스프링클러 발명가로서 새 삶을 살고 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해고를 당하자 아내가 죽을 듯처럼 겁냈어요"라고 말했다. 결국 아내와 자식을 굶겨죽일 수 없다는 비장한 결심이 잔디용 스프링클러를 발명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가 발명한 잔디용 스프링클러는 지금까지 약 500대가 팔렸으며 현재 휴스턴의 월마트에 입점하기 위해 협상중이다.

엔론의 IT분야에서 일했던 다이애너 피터스(52)는 현재 두 직업(double job)을 병행하고 있다. 낮에는 자신이 창업한 IT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서비스 용역업체 직원으로 변신해 건물 두 곳 청소 및 자잘한 심부름을 대행하고 있다. 그녀의 밤일은 여섯 자녀의 어머니이자 뇌종양에 걸린 남편을 돕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다.

김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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