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에 따른 피해가 여행ㆍ항공 분야 등의 서비스 업종에서 ITㆍ제조업 분야 등 전방위로 확산되며 이라크 전으로 얼어붙었던 경기회복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특히 중국을 비롯, 사스가 활개를 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며, 국내 업체들의 대중국 진출과 마케팅 활동, 발표회 전시회 등의 일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연이은 취소와 연기〓중국의 최대 무역박람회인 중국수출상품 전시회의 경우 방문객이 지난번 보다 90%나 줄고, 수출 주문은 3분의 2가 감소했다. 박람회는 지난 15∼20일과 오는 25∼30일로 나뉘어 열리는 데 현재까지 방문객은 1만6433명으로 작년 10월의 13만5482명에 비해 매우 초라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에서 열릴 예정이던 `APEC e―커머스 페어'도 사스로 인해 무기 연기됐다. 이로 인해 옌타이 지역에 생산법인ㆍR&D센터 등을 세우고 현지화 전략 기반을 다져온 LG전자ㆍ텔슨전자 등의 박람회 참가가 무산됐다. 당초 한국관을 공동 구성해 참가키로 했던 국내 7개 업체와 3개 기관 등도 참가를 취소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일정으로 방한 예정이던 이스라엘 이동통신 관련 15개 업체들도 사스 영향으로 일정을 전면 취소했고, LG전자의 베이징ㆍ상하이 등지의 홈네트워크 발표회가 연기되는 등 대부분 전자업체들의 마케팅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전자업계〓삼성전자ㆍLG전자 등 전자업계는 사스 영향으로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지역의 TVㆍ에어컨ㆍ냉장고 등 소비재 전자제품 판매가 급감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5월1일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노동절 연휴는 가전과 휴대폰 분야 등에서 통상 1∼2개월치의 물량이 소화되는 특수였으나, 이번 노동절은 사스 영향으로 휴일수도 3일 내외로 줄어들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가 금지되고 있어 직접적인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는 대면 접촉이 적은 DM발송 강화 등을 통해 영업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통신업계〓통신업계는 사스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3월 이후 위험지역의 출장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이용경 KT 사장이 참여할 계획이었던 지난 8일 KT의 중국 북경사무소 개소식 일정을 취소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통신량 감소 등의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KT는 사스가 확산되던 지난 3월말부터 이달 10일까지 11일간 발생한 중국ㆍ홍콩지역의 국제전화 통화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홍콩의 경우는 평소에 비해 50%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KT 측은 "이는 홍콩 현지기업들이 대거 철수했다는 반증"이라고 해석했다.

KTF 역시 사스 발생지역의 출장을 자제하도록 하는 한편, 오는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릴 `아시아 텔레콤' 행사 참여 여부도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다.

사스는 국내 진출한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한 다국적 기업은 최근 고객 및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본사 엔지니어가 아닌 국내 지사 엔지니어를 연사로 활용했다. 당초 연사로 내정된 본사의 엔지니어가 `본사방침'에 따라 방한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체는 본사에서 개최되는 정례회의 참석을 거부 당해, 이메일과 전화로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부품ㆍPC업계〓중국에 반도체 조립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부품업계는 공단 지역이 일반인과의 접촉이 비교적 적어, 특별한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학교에 대해 휴교령을 내린 것처럼 대규모 인원이 모여있는 공장에 가동 중단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사스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현지에 있는 PC나 휴대폰 공장과 반도체 공장의 가동이 전면 중단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삼보컴퓨터는 심양법인이 사스위험지역은 아니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심양법인 근무 주재원은 물론 중국계 공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방역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고, 한국HP도 사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들의 중국 및 동남아지역 출장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아태지역본부에서도 사스가 진정국면을 보일때까지 한국에서 가질 예정이었던 각종 행사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항공업계〓국내 항공업계의 고전도 지속되고 있다.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중국 내 여러 지역에서 사스 환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중국 일부노선의 운항 중단 기간을 내달 중순까지 연장키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중경, 인천∼계림, 인천∼서안, 대구∼상해 등 중국행 4개 노선에 대해 당초 오는 27∼28일까지 운항 중단하려 했던 것을 내달 중순까지 늘렸다. 다만 이미 예약이 완료된 인천∼서안, 인천∼중경 등 일부구간의 내달 초 운행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대한항공도 홍콩ㆍ대만을 포함한 중국 10개 노선의 운휴를 연장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 또는 말까지 운휴 예정이던 인천∼무한, 인천∼곤명, 인천∼제남, 인천∼삼아, 인천∼하문, 부산∼홍콩, 청주∼상해, 광주∼상해, 부산∼서안, 제주∼북경 노선은 다음달 중순까지 운항이 중단된다.

이건우기자.서낙영기자.백용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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