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IT 분야 다국적 업체 총수들의 나들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더구나 이 바람은 앞으로 잘 나가는 업체들에게는 거의 관례로 굳어질 가능성이 다분해 다국적 IT 업체 총수들이 중국을 방문했는지의 여부는 해당 업체들의 그 해 경영 상태를 가늠해보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한마디로 그룹 총수가 중국에 관심을 갖기 않거나 그럴 처지가 못되는 다국적 IT 업체들은 이제 다국적이라는 접두사가 민망스럽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세계적 다국적 IT 업체들의 총수들이 중국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부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작년에만 모토롤라, 모건 스탠리, 휼렛패커드, 루슨트, 제너럴 일렉트릭, 나스닥을 비롯한 무려 30개 이상 다국적 업체의 총수들이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특히 이들 중의 상당수는 국내외의 바쁜 일정을 쪼개 단 하루동안 방문한 경우도 적지 않아 중국을 사업 내지 시장 확장을 위해서는 해마다 한번 정도는 반드시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금년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를 비롯해 선의 스콧 맥닐리,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메픽스의 리차드 쿡, QAD의 파멜라 롭커, 체크포인트 소프트웨어의 제리 언저맨 등이 경쟁적으로 베이징(北京)등을 방문, 다국적 IT 경영진들간에 거세게 일고 있는 중국 열기를 분명히 증명해줬다. 방문 예정 일정은 더욱 만만치 않다. 미 무선통신업계의 거함으로 불리는 심볼을 비롯해 EMC, 시놉시스등 CEO들의 방문 계획이 올해 안으로 줄줄이 실현될 예정으로 있다.

이들의 방문은 물론 엄청난 시장인 중국에 대한 외견상의 적극 관심 표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외자 유치 내지는 IT 분야 기술 습득을 노리는 중국 업계와의 이해 관계가 바로 맞아 떨어져 시장 진출의 확대나 신규 합작 사업 모색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이는 총수들의 행보에서 무엇보다 잘 알 수 있다. 우선 금년 초 방문을 포함해 1993년 이래 무려 7차례나 중국을 찾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게이츠회장 행보가 그렇다. 겨우 이틀동안의 짧은 방문이었음에도 그를 만나지 않은 인사들은 중국 IT 업계의 고위 관리나 영향력 있는 주요 CEO들이 아니라는 농담까지 돌게 만들었을 정도로 왕성한 실무 차원의 행적을 보였다. 내용 방면으로 들어가면 더 실감이 난다. 윈도의 소스 코드 개방 방안을 공언한 점이나 향후 투자를 최대 60억달러까지 늘이겠다고 재차 약속한 사실은 그의 방중에 담긴 의미를 진짜 여실히 보여준다고 해도 좋은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합작으로 설립한 소프트웨어 회사와 상하이(上海) R&D 센터등의 확대, 개편이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그의 빈번한 중국행은 마이크로 소프트에 대한 업계 전반의 반감을 다소나마 줄여보자는 고육책의 성격이 없지 않다. 이는 중국이 리눅스에 무게 중심을 두고 이의 보급에 그 어느 나라보다 주력한다는 사실에서도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하다. 또 마이크로 소프트사가 거의 독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피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중국이 용중(永中), 탕저우(唐州)등의 제품을 잇따라 출시, 강력하게 도전하는 자세를 보이는 데에서도 중국 업계에 보내는 유화적 제스처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위기는 읽혀진다. 하지만 이같은 분석에도 불구, 그의 빈번한 중국 나들이는 궁극적으로는 역시 미국을 능가할 시장으로서의 중국의 가능성을 높이 산 때문이라고 해야 훨씬 더 진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초 하루 일정을 포함해 총 5차례 중국 방문을 기록중인 델컴퓨터 마이클 델회장의 행보도 결코 게이츠회장에 못지 않다. 푸젠(福建)성 샤먼(厦門) 방문 당시 100억위안(1조5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릴 컴퓨터 공장의 설립을 사실상 확정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상대적으로 처지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시장 확대를 위해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 최소한 10억위안(1500억원)을 투자, 아시아운영센터를 설립할 계획도 거의 확정했다고 한다. 상하이에 CPU 제조 및 본체 설계를 위한 아시아설계센터를 설립한다는 복안은 이로 볼때 크게 대단한 결정이라 하기 어렵다.

선의 스콧 맥닐리라고 광의의 라이벌들이라 해도 좋을 마이크로 소프트나 델 CEO들의 행보를 쳐다보고만 있을 까닭이 없다. 아니 오히려 1985년부터 시작, 현재 6차례에 이르는 장구한 중국 방문 역사에서 보듯 다소 전문가적 냄새까지 풍긴다고 해야 옳을지 모른다. 다른 업체들이 비교적 주목하지 않는 전자 정부 구축 및 무선 네트워크 기술의 응용 사업에 진력하는 모습이 유독 눈에 띄는 것이다. 특히 전자 정부 구축의 경우 시스템 및 장비, 각종 관련 소프트웨어를 무료 제공하는 파격 조건을 내세워 벌써 베이징 일부 구(區)와 중소 지방도시로부터 신규 수주 실적을 상당히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의 경우 하드 웨어 부문에서 지난 10여년 이상 기간동안 쌓아올린 나름의 브랜드 이미지가 시장 확대 및 신규 사업 진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외에 휼렛패커드와 IBM, GE, EMC 등의 CEO들도 자신들의 중국행 목적이 단순한 시장 상황의 관찰이나 자사 시찰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거나 할 예정으로 있다. 특히 IBM같은 경우는 하드웨어에서부터 소프트웨어까지 거의 전 분야의 사업을 2005년까지 중국 전역에서 펼친다는 목적으로 중국 시장 분석 리포트를 최고 경영자 그룹에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활동중인 IBM 직원들이 "우리를 IBM의 중국 주식회사라 부르지 말고 중국 IBM 주식회사로 불러달라"는 주문을 최근 언론에 주문하는 데에는 다 이런 까닭이 있지 않나 싶다. 바야흐로 다국적 IT 업체들의 중국 공략이 서서히 본격화되는 시기가 목전에 바짝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베이징=홍순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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