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IT시장 패권 장악에 나섰다.

중국은 `기술 강대국'(technology superpower) 입국을 목표로 기존의 생산기지 역할에서 벗어나 최첨단 기술 개발, 독자적인 표준 제정 등 세계 기술 트렌드를 자국 주도로 이끌어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에 따라 연간 수 십억 달러를 혁신 및 신기술 표준 개발 사업에 쏟아 붓고 있으며 MS, 인텔, 시스코 시스템스에 필적할 자국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야심을 표출하고 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아시아 및 서방에 인적 및 금융 자원이 흩어져있는 중국이 스스로를 혁신의 본향으로 삼고자 한다고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보도했다.

중국은 PC, TV, DVD플레이어 분야에서 세계적인 생산 중심 기지에서 벗어나 진정한 기술 입국 실현을 목표로 한국 및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되는 2008년까지 이를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중국은 사실 아시아 지역에서는 가장 늦게 IT산업의 세례를 받았다. IT산업은 2차 대전 이후 일본, 한국, 중국의 순서로 개화했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이 외국 자본을 차단한 채 IT산업을 육성시켰다면 중국은 적극적인 외자 유치와 모방 정책을 통해 IT산업을 육성시켰다는 점이 큰 차이다. 현재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망이 탄탄히 깔려있고 일본은 10여년의 경제 불황 중에도 시장 진입 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첨단 과학인 지능형 네트워크와 나노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

그러나 중국 IT산업의 발전은 주변 국가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대만 정부 지원 리서치 및 개발 센터인 ITRI의 밥 양 행정담당 부사장은 "만약 중국에 앞선다면 끝까지 앞서야 한다"면서 "중국 주변 국가들은 중국의 급상승을 따라잡을 전략이 필요하다"고 고백했다.

중국은 특히 독자적인 기술 표준을 제정함으로써 외국 업체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막대한 로열티를 절약하고 자국 기술을 독보적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휴대 전화, 디지털 TV, DVD 플레이어 등의 분야에서 독자적인 표준을 제정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하이테크 시장에서의 지위를 상승시키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잠재적으로 리스크가 큰 전략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MS, 인텔, 시스코 시스템스와 필적할 자국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보조금을 비롯한 여러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 제도는 수입국 정부로부터 과중한 관세가 매겨질 경우 막대한 수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중국 정부는 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는 중국 정부의 전략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기업의 기술력이 비록 소니, 삼성전자의 것보다 뒤떨어지지만 상황은 가변적이라고 보고 있다. 상하이 필립스의 최고 기술 책임자(CTO)인 프랜스 반 엠펠은 "중국은 곧 기술 수혜국에서 선진국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례로 중국 국영 기업인 다탕(大唐)텔레콤은 독일 지멘스와 손잡고 독자적인 차세대 휴대 전화 표준인 TD-SCDMA 표준을 만들었다.

중국이 이 표준을 제정한 가장 큰 이유는 로열티를 아끼기 위해서라고 다탕의 탕 루안 최고 운영 책임자(COO)는 말했다. 루안 COO는 중국 정부의 후원에 힘입어 TD-SCDMA 표준이 중국 시장 점유율 30%까지 올라갈 것이며 해외에서도 10%의 시장점유율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토록 독자적인 표준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는 엄청난 인구, 즉 소비 수요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조 정남 부회장은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다. 그러므로 중국 정부가 어떤 표준을 정하면 그것이 곧 세계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IBM 글로벌 통신 부문의 리치 스톰프 부사장도 몇 년 내에 "중국에서 정한 표준을 세계 시장에서 채택하는 것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전도 중국 정부가 독자 표준을 추구하는 분야다. 일례로 DVD 플레이어분야에서 중국은 독자 표준인 EVD를 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스카이워스 멀티미디어 인터내셔널(Skyworth multimedia international Ltd.) 등이 가입한 인헨스드 비디오디스크 플레이어 (EVD) 표준을 지지하고 있다. 스카이워스는 중국 3위의 TV 제조업체이자 중국 제1위의 DVD 플레이어 조립업체로써 20여개의 중국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이룬 인헨스드 비디오디스크 플레이어 (EVD) 플레이어 개발 포럼을 이끌고 있다.

중국 DVD플레이어 업계에서는 기존 표준에 대해 전면적인 승리는 어렵겠지만 부분적인 승리라도 달콤할 것이라며 꿈에 부풀어 있다. 독자 표준이 자국민으로부터 사랑받게 되면 현재 일본 경쟁업체들에게 지불해야하는 로열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헨리 라우 스카이워스의 CEO는 "만약 소니와 필립스가 EVD를 판매하고 싶다면 EVD포럼에 로열티를 내야할 것"이라고 들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새 디지털 TV 표준에 서명할 계획이다. 국영기업인 센젠 국영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이미 새로운 셋톱박스용 회로 디자인을 개발중이다.

만약 중국이 이처럼 독자 표준 구축에 성공한다면 또 다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다. 지금까지 기술 리더십은 필연적으로 반도체 디자인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반도체 디자인산업은 전통적으로 고 마진 산업으로 불린다. 중국은 현재 단순한 계약에 의한 칩 생산 기지일 뿐이지만 표준 구축 노력이 성공한다면 칩 디자인 산업이 상승세를 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의 칩 디자인 회사들은 아직 세계 무대에서 아직 미미한 주자들이지만 중국정부는 지난해 신생 칩 디자인 기업들에게 재정적 도움을 주기 위해 7개의 지역 디자인 허브를 설립하는 등 반도체 산업에서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결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리서치 회사인 I서플라이 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칩 디자인 산업 매출은 이미 연간 30%씩 성장하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중국의 칩 디자인 회사들은 대만 반도체 업체들과 손잡고 `천하통일'을 꾀하고 있다. I서플라이는 중국 본토의 칩 디자인 회사와 대만의 반도체 회사가 결합하면 향후 6년 후면 북미 칩 디자인 산업을 능가하게 될 것이며 세계 매출의 40%를 점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과 대만 반도체 회사의 결합을 이를 `더 위대한 중국'(greater China)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오는 2006년쯤 중국의 칩 디자인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고 해도 `해외 메이저 반도체 업체들과의 격차는 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가전, 소프트웨어, 반도체, 나노테크놀로지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보다 앞서나가는 전략을 추구함으로써 중국에게 발목을 잡히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역설적으로 중국의 IT산업을 고무하고 더 발전시키고 있는 셈이라고 비즈니스위크는 지적했다.

김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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