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정책 혼선 '유효경쟁' 요원


통신시장에 `후발사업자 위기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두루넷에 이어 최근 온세통신 마저 법정관리체제에 편입되면서 데이콤ㆍ하나로통신 등 후발 유선통신 사업자들은 요즘 `살아남기' 해법을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무선통신시장에서도 후발사업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만년 3위'인 LG텔레콤은 지난해 승부수로 던졌던 미니요금제 등 파격적인 요금할인 조치 마저 가입자 유치에 별다른 약효가 없자 `번호이동성이 도입되는 내년부터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자기최면을 걸면서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통신시장은 여전히 안개속처럼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어려운 경제여건하에서도 부분적으로 흑자를 내는 등 나름대로 선전했던 통신시장에 이처럼 한꺼번에 먹구름이 밀려들기 시작한 배경은 과연 무엇인가. 우선 사업자간 출혈 ㆍ과당경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후발사업자들은 최저가 요금 정책 등 틈새시장을 겨냥해 가입자 유치에 적극 나섰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선부문의 KT와 무선부문의 SK텔레콤이라는 유ㆍ무선 지배적 사업자의 막강한 위세에 눌려 후발사업자들의 마케팅 노력은 번번이 물거품이 되기 일쑤였다. 제살깍기식 경쟁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후발사업자에게 타격을 가하게 됐다.

하지만 출혈경쟁의 폐해 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과도한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사실상 용인하는 정통부의 정책실패나 정책 부재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양승택 전 정통부장관이 주창했던 `통신 3강정책'은 어느덧 흐지부지됐고, 이상철 전 장관때부터 `시장논리'가 보다 중요한 잣대가 됐다. 진대제 장관은 지능형로봇ㆍ포스트PC 등 신성장 전략을 강조하면서도 통신시장 유효경쟁체제 구축에 관한 확실한 복안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3강정책 뿐 아니라 공익성과 이용자 편익을 동시에 감안해야 하는 통신시장의 특성상 정통부의 규제 정책은 그간 갈팡질팡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단말기 보조금 지급과 번호이동성 시차도입제 등 현안을 놓고 정통부가 정책 혼선을 보인 점도 통신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이 15일 국회 과기정위 질의를 통해 "단말기 보조금 지급 허용과 관련해 언제까지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매달릴 것이냐"며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정책을 제시하라"고 추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선통신시장에서 후발업체들이 경영위기에 빠져든 것은 정통부가 유선시장의 지배적사업자인 KT에 대해 정책적 규제를 제대로 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후발사업자의 안정적 시장 진입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부족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시외전화 사업자에게 LM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후발사업자들의 목소리나 제각각 청구되는 전화요금을 합산 청구하자는 `통합빌링'에 대한 요구가 수년째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도 정통부가 `친(親)KT'적인 성향에서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후발사업자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통신망공동활용(LLU)제도나 시내전화번호이동성 제도 역시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정통부의 적극적 추진 의지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는 결국 시내전화 부문의 가입자 2200만명을 확보해 점유율 96%를 차지하고 있는 KT에 대해 2위 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이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가 하는 점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후발업체 관계자들은 "이같은 구도를 유지하려면 왜 사업권을 부여하면서 경쟁을 도입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미국 통신시장은 `미연방통신위원회(FCC)가 시장지배적사업자인 AT&T를 상대로 한 규제의 역사'라는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FCC가 AT&T에 대해 분할과 역무허용이라는 규제의 잣대를 적절히 구사하면서 오늘날의 통신구도를 이끌어냈듯이 국내 통신시장에도 규제는 필수불가결한 정책수단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강약과 완급, 속도 조절 등 적절한 정책적 배합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이동통신시장에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독과점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후발사업자들은 상호접속료 문제나 주파수 효율성, 시장진입 시기의 차이 등을 선ㆍ후발 사업자간 경쟁력 격차 요인으로 꼽고 있다. 다만 무선통신부문은 유선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체제가 잘 구축돼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인 것 같다. 하지만 규제의 대표적 수단인 요금의 경우 점차 규제장치로서의 기능이 약화되는 추세다.

SK텔레콤은 현재 요금과 관련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허가제를 적용받고 있으나 앞으로 유보신고제가 도입될 경우 정책 효율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것이 후발사업자들의 주장이다. KTF,LG텔레콤은 또한 현재 이동통신 시장에서 서비스의 본질에 해당되는 가격(요금)과 품질(통화품질)에 비해 단말기ㆍ멤버십ㆍ기타 제휴서비스 등 보완상품에 의한 경쟁으로 왜곡이 심화돼 있다는 논지를 내세우고 있다. 정통부는 이통시장에 대해서도 유효경쟁구축을 외치고 있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정통부가 유무선사업자, 선후발사업자간 공정경쟁 구도 정착을 위해 `규제'라는 무기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적용해나갈지 주목된다.

김동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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