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개시됐다. 이젠 ‘사이버 전쟁’, ‘사이버 테러리즘’에 대한 과장이 등장할 차례이다.
미 안보국장 톰 리지의 발언이 바로 과장의 시작이다. 그는 이라크 공격 시간과 맞춰 테러경계 수준을 오렌지 등급으로 격상시켰다. 리지에 따르면 안보국은 인터넷을 모니터링하며 잠재적인 테러 및 사이버 테러, 해킹, 국가차원의 정보전 등에 관한 조짐을 살피고 있다.
리지는 오렌지 등급 발령 이튿날인 20일에는 2004년 예산을 늘려달라고 하원위원회에 요청했다. 그는 이 요청 근거로 "사이버 테러리스트도 실제 테러리스트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리지는 “안보국은 실제 테러와 사이버 테러를 구분하지 않을 것이며, 인터넷에 대해서도 실제 테러에 준하는 감시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람은 뭔가 단단히 착각하는 것 같다.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실제 테러리스트’는 레바논의 미 해병대 병영을 폭파했고 U.S.S.콜 구축함을 공격했다. 또 오클라호마시 연방 건물을 폭파했으며 세계 무역센터와 펜타곤에 자폭 테러를 가했다.
그저 컴퓨터에 능숙할 뿐인 해커들이 이런 사건들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최근까지 리지는 사이버 테러리즘의 위험에 대해 비교적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사실 그는 이에 관해 그동안 별다른 언급도 없었는데, 한 측근에 의하면 리지 국장은 사이버 테러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예산 심의 시점이 되자 리지는 갑자기 소란을 피우고 있다. 지난 1월까지 안보국을 맡았던 리처드 클락 전 국장과 똑같은 행태이다.
클락은 심각한 편집증 환자였다. 경력의 대부분을 폐쇄적인 정보관련 기관에서만 보낸 그는 항상 ‘하늘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클락은 ‘핵공격을 받은 이후 정부기능 지속을 위한 계획’을 입안한 적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일은 상당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경력이 그의 편집증을 합리화시키지는 못한다.
1998년 클린턴 대통령이 자신을 국가조정관에 임명하자 클락은 곧 ‘디지털 진주만’ 상황에 대해 경고해 주변의 빈축을 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디지털 진주만 상황이 닥치게 되면 모든 컴퓨터가 교란되며 전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클락은 1980년대 중반 국무부 근무당시 리비아 테러리스트 모아마르 가다피를 응징하기 위해 황당한 쿠데타 선동작전도 계획한 적도 있다. 클락의 작전은 SR-71 정찰기 부대를 리비아 상공에 띄우고 마치 공습이 시작된 것처럼 소란을 피워 가다피가 당황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클락이 작성한 메모에 따르면 그사이 미 해군은 해안선 밖에서 공격을 가장하고 국무부는 가다피를 대체할 인물을 물색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자 당황한 레이건 당시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 작전을 슬그머니 묻어버렸으며 뉴욕 타임즈의 윌리엄 사파이어는 이를 ‘어리석고 지저분한 작전’이라고 조롱했다.
필자도 지난 2001년 12월 1시간동안 클락을 인터뷰하면서 극적인 것에 집착하는 그의 성격을 직접 살필 기회를 가졌다. 클락은 지난 1월 퇴임 성명서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과대망상을 드러냈다. 그는 성명에서 MS 소프트웨어로 운용되는 서버를 공격한 SQL 슬래머 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클락은 슬래머가 인터넷 트래픽의 심장부인 일부 루트 서버를 무력화 시켰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사실과 달랐다. 도메인 등록기관중 하나인 RIPE NCC 보고서에 따르면 슬래머 웜은 13개의 루트 서버 중 2개의 작동을 방해했으며 감염으로 무력화된 서버는 한 대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도메인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는 것이다.
또한 클락은 캐나다의 국민투표가 컴퓨터 문제 때문에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실제로는 캐나다의 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실시한 인터넷 투표가 약간 느리게 진행된 것이다. CBC 보도에 따르면 투표를 마친 시점은 원래 일정에 비해 45분 늦어졌을 뿐이다.
사실 이 같은 부풀리기 문제는 클락과 리지의 문제만은 아니다. 정부 관료는 자기 업무의 중요성을 과장해 연봉을 올릴 수 있으며 예산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클락은 종종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위험성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법안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높을 뿐 아니라 기업 비용 부담도 커지는, 타당하지 못한 법안들이었다.
한가지 명심할 것은 컴퓨터를 해킹하는 것보다 특정 목표물을 폭파하는 것이 차라리 더 쉽다는 사실이다. 이에 관해서는 CNET뉴스닷컴이 지난해 자세히 보도한바 있다.
해커가 컴퓨터로 침입, 실제 테러와 같은 피해를 입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해킹 자체에도 상당한 전문지식이 필요하지만 장기인 컴퓨터는 아무 소용도 없는 여러가지 보안장치들도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다른 말로 하자면 필자는 ‘사이버 테러’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지난 주 카운터페인의 브루스 쉬네이어가 말한 것 처럼 하룻동안 이메일을 보지 못한다면 짜증은 나겠지만 이를 ‘테러’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20일 저녁 부시 대통령은 정보 분석과 인프라 보호를 담당하게 될 안보국 부국장으로 프랭크 리부티를 지명할 것임을 밝혔다. 이 직책은 인터넷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막중한 책임이 따르게 된다. 미 해병대 퇴역 중장인 리부티는 현재 뉴욕시경(NYPD)의 대테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앞으로 리부티가 사이버 테러리즘을 올바른 각도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툭하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나서거나 ‘디지털 진주만’이 곧 일어난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는 정부 관료는 더 이상 필요없다.
(ZDNet Korea 제공)
미 안보국장 톰 리지의 발언이 바로 과장의 시작이다. 그는 이라크 공격 시간과 맞춰 테러경계 수준을 오렌지 등급으로 격상시켰다. 리지에 따르면 안보국은 인터넷을 모니터링하며 잠재적인 테러 및 사이버 테러, 해킹, 국가차원의 정보전 등에 관한 조짐을 살피고 있다.
리지는 오렌지 등급 발령 이튿날인 20일에는 2004년 예산을 늘려달라고 하원위원회에 요청했다. 그는 이 요청 근거로 "사이버 테러리스트도 실제 테러리스트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리지는 “안보국은 실제 테러와 사이버 테러를 구분하지 않을 것이며, 인터넷에 대해서도 실제 테러에 준하는 감시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실제 테러리스트’는 레바논의 미 해병대 병영을 폭파했고 U.S.S.콜 구축함을 공격했다. 또 오클라호마시 연방 건물을 폭파했으며 세계 무역센터와 펜타곤에 자폭 테러를 가했다.
그저 컴퓨터에 능숙할 뿐인 해커들이 이런 사건들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최근까지 리지는 사이버 테러리즘의 위험에 대해 비교적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사실 그는 이에 관해 그동안 별다른 언급도 없었는데, 한 측근에 의하면 리지 국장은 사이버 테러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예산 심의 시점이 되자 리지는 갑자기 소란을 피우고 있다. 지난 1월까지 안보국을 맡았던 리처드 클락 전 국장과 똑같은 행태이다.
클락은 심각한 편집증 환자였다. 경력의 대부분을 폐쇄적인 정보관련 기관에서만 보낸 그는 항상 ‘하늘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클락은 ‘핵공격을 받은 이후 정부기능 지속을 위한 계획’을 입안한 적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일은 상당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경력이 그의 편집증을 합리화시키지는 못한다.
1998년 클린턴 대통령이 자신을 국가조정관에 임명하자 클락은 곧 ‘디지털 진주만’ 상황에 대해 경고해 주변의 빈축을 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디지털 진주만 상황이 닥치게 되면 모든 컴퓨터가 교란되며 전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클락은 1980년대 중반 국무부 근무당시 리비아 테러리스트 모아마르 가다피를 응징하기 위해 황당한 쿠데타 선동작전도 계획한 적도 있다. 클락의 작전은 SR-71 정찰기 부대를 리비아 상공에 띄우고 마치 공습이 시작된 것처럼 소란을 피워 가다피가 당황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클락이 작성한 메모에 따르면 그사이 미 해군은 해안선 밖에서 공격을 가장하고 국무부는 가다피를 대체할 인물을 물색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자 당황한 레이건 당시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 작전을 슬그머니 묻어버렸으며 뉴욕 타임즈의 윌리엄 사파이어는 이를 ‘어리석고 지저분한 작전’이라고 조롱했다.
필자도 지난 2001년 12월 1시간동안 클락을 인터뷰하면서 극적인 것에 집착하는 그의 성격을 직접 살필 기회를 가졌다. 클락은 지난 1월 퇴임 성명서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과대망상을 드러냈다. 그는 성명에서 MS 소프트웨어로 운용되는 서버를 공격한 SQL 슬래머 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클락은 슬래머가 인터넷 트래픽의 심장부인 일부 루트 서버를 무력화 시켰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사실과 달랐다. 도메인 등록기관중 하나인 RIPE NCC 보고서에 따르면 슬래머 웜은 13개의 루트 서버 중 2개의 작동을 방해했으며 감염으로 무력화된 서버는 한 대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도메인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는 것이다.
또한 클락은 캐나다의 국민투표가 컴퓨터 문제 때문에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실제로는 캐나다의 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실시한 인터넷 투표가 약간 느리게 진행된 것이다. CBC 보도에 따르면 투표를 마친 시점은 원래 일정에 비해 45분 늦어졌을 뿐이다.
사실 이 같은 부풀리기 문제는 클락과 리지의 문제만은 아니다. 정부 관료는 자기 업무의 중요성을 과장해 연봉을 올릴 수 있으며 예산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클락은 종종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위험성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법안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높을 뿐 아니라 기업 비용 부담도 커지는, 타당하지 못한 법안들이었다.
한가지 명심할 것은 컴퓨터를 해킹하는 것보다 특정 목표물을 폭파하는 것이 차라리 더 쉽다는 사실이다. 이에 관해서는 CNET뉴스닷컴이 지난해 자세히 보도한바 있다.
해커가 컴퓨터로 침입, 실제 테러와 같은 피해를 입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해킹 자체에도 상당한 전문지식이 필요하지만 장기인 컴퓨터는 아무 소용도 없는 여러가지 보안장치들도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다른 말로 하자면 필자는 ‘사이버 테러’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지난 주 카운터페인의 브루스 쉬네이어가 말한 것 처럼 하룻동안 이메일을 보지 못한다면 짜증은 나겠지만 이를 ‘테러’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20일 저녁 부시 대통령은 정보 분석과 인프라 보호를 담당하게 될 안보국 부국장으로 프랭크 리부티를 지명할 것임을 밝혔다. 이 직책은 인터넷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막중한 책임이 따르게 된다. 미 해병대 퇴역 중장인 리부티는 현재 뉴욕시경(NYPD)의 대테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앞으로 리부티가 사이버 테러리즘을 올바른 각도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툭하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나서거나 ‘디지털 진주만’이 곧 일어난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는 정부 관료는 더 이상 필요없다.
(ZDNet Korea 제공)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