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장이 반도체 시장규모와 맞먹고, 애니메이션시장이 조선 시장규모를 뛰어 넘을 정도로 세계 문화 콘텐츠 산업은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협소한 국내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주소다.
디지털타임스는 지난달 25일 문화 콘텐츠 산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정책 좌담회를 열었다. 이 날 참석자들은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 수준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고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한 사회적인 저변 확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시 : 2003년 2월 25일
■장소 : 디지털타임스 회의실
■참석자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정영수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
이교정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전무
김영만 한빛소프트 사장
박성훈 벅스 사장
홍대길 문화레저부장(사회)
▲사회 = 문화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ㆍ외 문화 콘텐츠 현황과 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를 짚어달라.
▲서병문 원장 = 문화 콘텐츠는 캐릭터ㆍ게임ㆍ애니메이션ㆍ음악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를 게임 강국이라고 말하지만,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게임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전세계 게임시장은 반도체 시장규모와 맞먹고, 애니메이션 시장은 조선 시장규모보다 크다. 반도체나 조선은 적극적인 지원 아래 높은 세계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은 미미한 수준이다. 또 음악시장은 지난해부터 오히려 줄고 있는 실정이다.
▲ 김영만 사장 = 게임은 문화 콘텐츠 산업의 대표분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타 산업군의 연평균 성장률이 5% 내외인 것에 비해 게임산업은 평균 20% 이상의 성장을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게임산업은 우수한 인적자원이 뒷받침되기만 한다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에 투자비를 회수하고 수익까지 올릴 수 있는 산업이다. 부존자원이 많지 않은 반면 우수한 인력을 갖춘 한국 실정에서 게임산업이 가지는 가치는 매우 크지 않을 수 없다. 또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 개념이 적용돼 캐릭터ㆍ애니메이션ㆍ음반 등 유관산업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서 게임산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다.
새 정부가 이러한 문화콘텐츠의 가치에 대해 잘 알고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올해는 게임 콘텐츠 산업도 양적 질적으로 발전을 이루는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교정 전무 = 애니메이션 작품 제작의 전과정을 담당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10개국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이 여기에 포함된다. 한국은 하청을 위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제작공정 처리 분야는 세계적으로 많은 인력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창작력 부족이 큰 문제다. 활발한 창작활동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애니메이션을 수출해야 한다는데 업계ㆍ정부ㆍ기관의 뜻이 일치한다. 하지만 아직 기획 분야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박성훈 사장 = 스타크래프트가 PC방 등 IT 인프라를 발전시킨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음악과 게임이 IT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일례로 벅스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가 국내 인터넷 연동망에서 차지하는 트래픽 비중은 30%에 이른다. 세계 어느 인터넷 업체도 트래픽을 이처럼 늘린 예를 찾을 수 없다.
음반 제작자들은 대중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매체가 CD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정영수 원장 = 게임산업이 많이 발전했다고 말하지만, 냉정하게 볼 때 한국의 게임산업은 도입기의 말, 또는 성장기의 초입 부분에 불과하다.
게임 업계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은 창작력이다. 게임산업은 지금까지 CEO의 결단력과 판단력에 의존해 성장해왔다. 하지만 향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출과 기획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국내 게임시장은 거의 포화상태다. 결국 해외로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마케팅ㆍ기획ㆍ연출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 국민 정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은 산업적 인식에 비해 사회적 인식이 매우 뒤떨어져 있다. 이 문제는 업계 스스로 풀 수 없다고 본다. 공공성을 가진 기관 주도로 업계와 함께 사회 인식을 전환하는 작업을 해야 게임산업은 성장기를 맞을 수 있다.
▲사회 = 해외시장 개척이 매우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한국의 문화 콘텐츠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모을 필요가 있다.
▲정영수 = 우리 게임의 해외시장 경쟁력은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 등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세계일류 상품으로서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해외진출은 우리 게임업계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많은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나 유효한 진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본다. 많은 부분이 경험 부족에서 오는 협상력 부족이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성공과 실패사례에 대한 상호 공유가 절실하다. 또한 현지문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게임내용에 국한되지 않고, 현지의 생활습관, 정서 및 현지 경제활동의 특징 등에 대한 사전 검토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해서는 안된다.
▲박성훈 = 내수시장이건 해외시장 진출이건 결국 마케팅이 문제다. 게임과 함께 해외에 진출하기 좋은 콘텐츠는 음악이다. 다만 저작권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한국의 저작권 문제 해법은 동남아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문제의 해법은 개별 사업자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서병문 = 박성훈 사장이 말한 것은 온라인 유통에 국한된 것이다. 오프라인(제작)이 빠지면 음반 전체를 볼 수 없다. 온라인 업체들은 먼저 오프라인을 인정해야 하고, 오프라인도 온라인의 기술 발전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캐릭터도 오프라인이 주가 된다. 그러나 대학생이 만든 마시마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같이 노력해야 한다.
일본이 세계 만화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 만화는 국내시장에만 한정돼 있다. 국내시장마저도 일본 만화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도 해외진출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회 = 한국이 세계 10대 애니메이션 제작국에 포함되지만 해외시장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존재는 아직 미미하다. 현재 국내에서 제작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의 수준은 어떤가.
▲이교정 =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은 크게 둘로 나뉜다. 우선 상당한 수준에 이른 작품이 유통되는 A급 시장이 있고, 이보다 낮은 수준의 B급 시장이 있다. 실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A급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지금 일반적으로 주장하는 성공 모델은 A급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맞는 적절한 투자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B급 시장 규모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이므로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중요하다.
▲서병문 = 애니메이션 산업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기획 및 마케팅 인력과 자금의 부족이다. 한 해 몇 천명의 애니메이션 전공자가 졸업하지만, 정작 애니메이션 업체에 들어가는 사람은 10%도 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잘 인지해 교육문제와 인력양성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성공사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공 사례가 많아야 창투사의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 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문화 콘텐츠 유통도 한 단계 발전했다. 우리나라에 새로운 문화 콘텐츠 시장이 열리고 해외시장을 노크할 수 있는 것은 IT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새로운 숙제들이 쌓인다고 할 수 있다.
▲박성훈 = 마시마로 캐릭터는 지난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창작능력은 있지만 이를 상품화해 유통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어온 창작자들에게 온라인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조피디나 브라운아이즈가 인터넷을 통해 처음 알려져 오프라인 시장에서까지 성공한 경우다. 음반제작자들은 처음에 모바일 벨소리나 통화연결음 서비스에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돈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활성화시키고 있다.
음반 분야에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돈이 없어서 제대로 녹음을 하지 못하는 음악가들에게는 좋은 녹음환경을 지원해야 음반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김영만 = 국내 게임산업이 짧은 시간 안에 급속도로 성장하긴 했지만, 세계시장에서 최고 수준에 이르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우선 음반이든 영화든 게임이든 사람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한데, 이것이 매우 어렵다. EA나 블리자드 등 해외 유명 게임 개발사들이 우리보다 게임성을 구현하는 능력이 우수한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가 다소 부족한 이유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어릴 때부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 정품 스타크래프트 패키지가 약 250만개가 팔렸지만, 불법 카피는 약 1000만개 가 깔려있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또 PC 구입 시에도 400만~500만원 상당의 불법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주는 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될 정도여서 사용자들의 인식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서병문 = 문화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인력양성, 지적재산권 등 관련 문제를 관계기관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또 국민이 문화 콘텐츠 산업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문화 콘텐츠 분야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자금이 유입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기업의 해외진출을 측면에서 도와줘야 한다.
▲사회 = 취약한 문화콘텐츠를 활성화하기 위한 업계와 정부의 역할도 생각해보자.
▲이교정 = 애니메이션도 내수시장을 일단 확보해야 세계시장에 나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가 1주일에 적어도 70분 이상은 국내 창작물을 의무적으로 방영해줄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이럴 경우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연간 2000명 가량의 신규 고용효과가 발생한다. 현재 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방송용 애니메이션 의무방영 총량제의 시행을 위해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광위에 상정돼 계류 중이다. 조속히 개정이 되기를 바란다.
또 투자조합이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강화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투자조합의 손실 부분을 세금 감면 등의 방법으로 보전토록 하는 등 투자조합 활동이 보다 적극성을 띨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
▲정영수 = 게임산업도 투자활성화가 시급하다. 정부가 투자조합을 만들고 투자가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장, 독려해도 투자는 쉽게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 지분만큼이라도 바로 지원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선투자의 폭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발전에 있어 시장원리에 의한 자율적인 성장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사회규범 및 윤리 유지를 위한 정부의 규제는 불가피하다. 다만 산업발전에 장애요소가 돼서는 안된다. 정부의 규제도 문제지만, 각 부처마다 문화 콘텐츠 관련법을 제정할 경우 자칫 업체 담당자들이 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김영만 =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정부 심의가 보다 유연할 필요가 있다. 또 문화 콘텐츠 관련법규에서 이 분야 기업들의 사업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나 해외진출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부분은 없애야 한다.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해외기업의 지사가 들어오는데 세제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뿐만 아니라 게임산업의 경우에는 문화관광부를 주무부처로 규정하고 있으나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과도 업무가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업계나 소비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 업무를 일원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이를 통해 세제 지원이나 전문인력 공급 등이 원활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영수 = 언론이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게임을 다뤄서는 안된다. 오히려 게임의 좋은 점을 자꾸 부각시켜 일반인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게임산업개발원은 다음달부터 초등학생, 교사, 학부모 4000명을 초청해 게임산업에 대한 현장 견학을 시킬 예정인데, 이같은 인식전환 작업이 필요하다. 사회적 인식전환과 시장의 저변확대를 위해 `에듀테인먼트' 활성화는 매우 중요하다. 게임분야에서는 이미 교육용 게임개발 및 보급에 지원의 폭을 넓혀가고 있으며 기능성 게임 개발에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박성훈 =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하면 항상 제도가 사회현상을 따라오지 못한다. 온라인 음악 유통 분야도 제도와 사회현상간에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 정부가 음반업계와 온라인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국내 법 적용사례가 해외진출에도 중요한 단초가 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교정 =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갖고 있는 오락적 기능과 교육을 연계시키는 `에듀테인먼트'를 활성화시켜 게임을 하면서 공부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것이다.
▲서병문 = 문화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비전과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우수 인력들이 이 분야에 몸담을 수 있도록 언론이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또 5~10년 후에 음악ㆍ애니메이션ㆍ게임 산업이 매우 유망하다는 사실을 부모들이 알아야 한다.
▲사회=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결국 업계와 정부의 노력, 그리고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또 언론도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책무를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 좌담회가 문화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
정리 = 강동식기자
디지털타임스는 지난달 25일 문화 콘텐츠 산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정책 좌담회를 열었다. 이 날 참석자들은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 수준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고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한 사회적인 저변 확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시 : 2003년 2월 25일
■장소 : 디지털타임스 회의실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정영수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
이교정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전무
김영만 한빛소프트 사장
박성훈 벅스 사장
홍대길 문화레저부장(사회)
▲사회 = 문화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ㆍ외 문화 콘텐츠 현황과 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를 짚어달라.
▲서병문 원장 = 문화 콘텐츠는 캐릭터ㆍ게임ㆍ애니메이션ㆍ음악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를 게임 강국이라고 말하지만,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게임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전세계 게임시장은 반도체 시장규모와 맞먹고, 애니메이션 시장은 조선 시장규모보다 크다. 반도체나 조선은 적극적인 지원 아래 높은 세계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은 미미한 수준이다. 또 음악시장은 지난해부터 오히려 줄고 있는 실정이다.
▲ 김영만 사장 = 게임은 문화 콘텐츠 산업의 대표분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타 산업군의 연평균 성장률이 5% 내외인 것에 비해 게임산업은 평균 20% 이상의 성장을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게임산업은 우수한 인적자원이 뒷받침되기만 한다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에 투자비를 회수하고 수익까지 올릴 수 있는 산업이다. 부존자원이 많지 않은 반면 우수한 인력을 갖춘 한국 실정에서 게임산업이 가지는 가치는 매우 크지 않을 수 없다. 또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 개념이 적용돼 캐릭터ㆍ애니메이션ㆍ음반 등 유관산업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서 게임산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다.
새 정부가 이러한 문화콘텐츠의 가치에 대해 잘 알고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올해는 게임 콘텐츠 산업도 양적 질적으로 발전을 이루는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교정 전무 = 애니메이션 작품 제작의 전과정을 담당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10개국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이 여기에 포함된다. 한국은 하청을 위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제작공정 처리 분야는 세계적으로 많은 인력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창작력 부족이 큰 문제다. 활발한 창작활동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애니메이션을 수출해야 한다는데 업계ㆍ정부ㆍ기관의 뜻이 일치한다. 하지만 아직 기획 분야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박성훈 사장 = 스타크래프트가 PC방 등 IT 인프라를 발전시킨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음악과 게임이 IT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일례로 벅스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가 국내 인터넷 연동망에서 차지하는 트래픽 비중은 30%에 이른다. 세계 어느 인터넷 업체도 트래픽을 이처럼 늘린 예를 찾을 수 없다.
음반 제작자들은 대중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매체가 CD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정영수 원장 = 게임산업이 많이 발전했다고 말하지만, 냉정하게 볼 때 한국의 게임산업은 도입기의 말, 또는 성장기의 초입 부분에 불과하다.
게임 업계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은 창작력이다. 게임산업은 지금까지 CEO의 결단력과 판단력에 의존해 성장해왔다. 하지만 향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출과 기획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국내 게임시장은 거의 포화상태다. 결국 해외로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마케팅ㆍ기획ㆍ연출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 국민 정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은 산업적 인식에 비해 사회적 인식이 매우 뒤떨어져 있다. 이 문제는 업계 스스로 풀 수 없다고 본다. 공공성을 가진 기관 주도로 업계와 함께 사회 인식을 전환하는 작업을 해야 게임산업은 성장기를 맞을 수 있다.
▲사회 = 해외시장 개척이 매우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한국의 문화 콘텐츠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모을 필요가 있다.
▲정영수 = 우리 게임의 해외시장 경쟁력은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 등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세계일류 상품으로서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해외진출은 우리 게임업계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많은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나 유효한 진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본다. 많은 부분이 경험 부족에서 오는 협상력 부족이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성공과 실패사례에 대한 상호 공유가 절실하다. 또한 현지문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게임내용에 국한되지 않고, 현지의 생활습관, 정서 및 현지 경제활동의 특징 등에 대한 사전 검토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해서는 안된다.
▲박성훈 = 내수시장이건 해외시장 진출이건 결국 마케팅이 문제다. 게임과 함께 해외에 진출하기 좋은 콘텐츠는 음악이다. 다만 저작권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한국의 저작권 문제 해법은 동남아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문제의 해법은 개별 사업자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서병문 = 박성훈 사장이 말한 것은 온라인 유통에 국한된 것이다. 오프라인(제작)이 빠지면 음반 전체를 볼 수 없다. 온라인 업체들은 먼저 오프라인을 인정해야 하고, 오프라인도 온라인의 기술 발전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캐릭터도 오프라인이 주가 된다. 그러나 대학생이 만든 마시마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같이 노력해야 한다.
일본이 세계 만화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 만화는 국내시장에만 한정돼 있다. 국내시장마저도 일본 만화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도 해외진출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회 = 한국이 세계 10대 애니메이션 제작국에 포함되지만 해외시장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존재는 아직 미미하다. 현재 국내에서 제작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의 수준은 어떤가.
▲이교정 =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은 크게 둘로 나뉜다. 우선 상당한 수준에 이른 작품이 유통되는 A급 시장이 있고, 이보다 낮은 수준의 B급 시장이 있다. 실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A급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지금 일반적으로 주장하는 성공 모델은 A급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맞는 적절한 투자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B급 시장 규모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이므로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중요하다.
▲서병문 = 애니메이션 산업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기획 및 마케팅 인력과 자금의 부족이다. 한 해 몇 천명의 애니메이션 전공자가 졸업하지만, 정작 애니메이션 업체에 들어가는 사람은 10%도 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잘 인지해 교육문제와 인력양성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성공사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공 사례가 많아야 창투사의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 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문화 콘텐츠 유통도 한 단계 발전했다. 우리나라에 새로운 문화 콘텐츠 시장이 열리고 해외시장을 노크할 수 있는 것은 IT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새로운 숙제들이 쌓인다고 할 수 있다.
▲박성훈 = 마시마로 캐릭터는 지난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창작능력은 있지만 이를 상품화해 유통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어온 창작자들에게 온라인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조피디나 브라운아이즈가 인터넷을 통해 처음 알려져 오프라인 시장에서까지 성공한 경우다. 음반제작자들은 처음에 모바일 벨소리나 통화연결음 서비스에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돈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활성화시키고 있다.
음반 분야에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돈이 없어서 제대로 녹음을 하지 못하는 음악가들에게는 좋은 녹음환경을 지원해야 음반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김영만 = 국내 게임산업이 짧은 시간 안에 급속도로 성장하긴 했지만, 세계시장에서 최고 수준에 이르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우선 음반이든 영화든 게임이든 사람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한데, 이것이 매우 어렵다. EA나 블리자드 등 해외 유명 게임 개발사들이 우리보다 게임성을 구현하는 능력이 우수한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가 다소 부족한 이유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어릴 때부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 정품 스타크래프트 패키지가 약 250만개가 팔렸지만, 불법 카피는 약 1000만개 가 깔려있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또 PC 구입 시에도 400만~500만원 상당의 불법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주는 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될 정도여서 사용자들의 인식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서병문 = 문화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인력양성, 지적재산권 등 관련 문제를 관계기관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또 국민이 문화 콘텐츠 산업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문화 콘텐츠 분야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자금이 유입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기업의 해외진출을 측면에서 도와줘야 한다.
▲사회 = 취약한 문화콘텐츠를 활성화하기 위한 업계와 정부의 역할도 생각해보자.
▲이교정 = 애니메이션도 내수시장을 일단 확보해야 세계시장에 나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가 1주일에 적어도 70분 이상은 국내 창작물을 의무적으로 방영해줄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이럴 경우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연간 2000명 가량의 신규 고용효과가 발생한다. 현재 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방송용 애니메이션 의무방영 총량제의 시행을 위해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광위에 상정돼 계류 중이다. 조속히 개정이 되기를 바란다.
또 투자조합이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강화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투자조합의 손실 부분을 세금 감면 등의 방법으로 보전토록 하는 등 투자조합 활동이 보다 적극성을 띨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
▲정영수 = 게임산업도 투자활성화가 시급하다. 정부가 투자조합을 만들고 투자가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장, 독려해도 투자는 쉽게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 지분만큼이라도 바로 지원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선투자의 폭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발전에 있어 시장원리에 의한 자율적인 성장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사회규범 및 윤리 유지를 위한 정부의 규제는 불가피하다. 다만 산업발전에 장애요소가 돼서는 안된다. 정부의 규제도 문제지만, 각 부처마다 문화 콘텐츠 관련법을 제정할 경우 자칫 업체 담당자들이 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김영만 =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정부 심의가 보다 유연할 필요가 있다. 또 문화 콘텐츠 관련법규에서 이 분야 기업들의 사업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나 해외진출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부분은 없애야 한다.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해외기업의 지사가 들어오는데 세제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뿐만 아니라 게임산업의 경우에는 문화관광부를 주무부처로 규정하고 있으나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과도 업무가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업계나 소비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 업무를 일원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이를 통해 세제 지원이나 전문인력 공급 등이 원활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영수 = 언론이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게임을 다뤄서는 안된다. 오히려 게임의 좋은 점을 자꾸 부각시켜 일반인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게임산업개발원은 다음달부터 초등학생, 교사, 학부모 4000명을 초청해 게임산업에 대한 현장 견학을 시킬 예정인데, 이같은 인식전환 작업이 필요하다. 사회적 인식전환과 시장의 저변확대를 위해 `에듀테인먼트' 활성화는 매우 중요하다. 게임분야에서는 이미 교육용 게임개발 및 보급에 지원의 폭을 넓혀가고 있으며 기능성 게임 개발에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박성훈 =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하면 항상 제도가 사회현상을 따라오지 못한다. 온라인 음악 유통 분야도 제도와 사회현상간에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 정부가 음반업계와 온라인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국내 법 적용사례가 해외진출에도 중요한 단초가 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교정 =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갖고 있는 오락적 기능과 교육을 연계시키는 `에듀테인먼트'를 활성화시켜 게임을 하면서 공부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것이다.
▲서병문 = 문화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비전과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우수 인력들이 이 분야에 몸담을 수 있도록 언론이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또 5~10년 후에 음악ㆍ애니메이션ㆍ게임 산업이 매우 유망하다는 사실을 부모들이 알아야 한다.
▲사회=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결국 업계와 정부의 노력, 그리고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또 언론도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책무를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 좌담회가 문화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
정리 = 강동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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