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상 한국외국어대 교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10대 국정과제 중 우리 경제의 성장을 위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 건설"이다.

그러나 동북아시아 또는 더 크게 아시아 전체의 허브 역할을 이미 수행하고 있는 지역은 우리나라의 서울, 인천, 경기도, 대전 등이 아니고 동경, 홍콩, 싱가포르임을 인정하면서 허브 계획의 수립을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 기존 허브 도시들은 물론 상해, 북경 등 중국의 도시들도 이미 필사적으로 경쟁을 시작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동경이나 중국의 허브 도시들은 우리나라의 허브 도시 후보들보다 배후 시장 규모가 훨씬 크다. 홍콩, 싱가포르 등은 물류 및 금융 인프라가 우리나라 보다 상당히 앞서 있다. 또한 허브 역할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인적자원의 세계화 요소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 역시 우리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렇게 어려움이 많은 실정인데도 최근 정부 부처, 지방 자치 단체들간에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 도약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전략은 물론 기본적인 핵심 산업 전략에 관해서도 이견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즉, 물류와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이를 달성할지, 아니면 국내 산업 중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IT 산업을 중심으로 BT, NT 등 새로운 지식 기반 산업의 집중 육성을 통해 이를 달성 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해외 자본의 적극적인 유치를 좀 더 강조할지, 아니면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 및 지식 창출 능력을 먼저 강화하여야 할지도 논란거리이다.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 도약이 단순한 정치적 표어가 아니려면 구체적인 거점 지역 선정, 핵심 산업 전략, 사회간접자본, 교육, 문화, 법률 등의 지원 전략이 좀 더 세밀하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할 지는 좀 더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다음과 같은 세가지 원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동북아의 허브란 세계를 상대로 하는 전략이므로 국제적인 비즈니스 환경과 제도가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 즉, 국내 수준의 제도와 지원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의 기업도 자리잡고 싶은 매력적인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동북아 허브란 종전의 발전 틀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의 기존 제도와 산업을 재편성하거나 지역을 이전하는 수준이 아니라, 더욱 뛰어난 사업이나 기능을 새로 창출하는 것을 강조하여야 한다.

셋째, 동북아의 중심으로 모여야 하는 것은 물자 뿐 아니라, 차세대의 중심 자원인 정보, 자본, 지식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 허브 후보 지역들이 가진 공항, 항만, 철도, 도로, 창고 시설 뿐 아니라 국내적 수준과 규모가 아닌 세계적인 정보통신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구축하고, 세계적 금융 자본이 홍콩이나 동경 이상으로 모여들고, 세계의 두뇌들이 거주하거나 수시로 방문하여 지식을 전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제도와 혜택을 주어야 한다.

허브란 자전거 바퀴살이 모이는 축과 같이 기계장치에서 분산된 힘을 모으는 중심 부품이거나,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다른 컴퓨터들을 통신을 위해 연결해 주는 중심 장비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 중심 국가를 위한 경제적 허브의 육성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써야 할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란 선택된 지역, 산업, 입주자들에 대한 집중적 지원과 동시에, 선택되지 않은 것에 대한 "포기"를 의미한다. 따라서 일부 지역, 산업, 국민들의 불만과 불평을 초래할 것이다. 그렇지만 새 정부의 지방분권화 정책을 잘못 사용하여 동북아 허브 구축의 지역, 산업, 기능에 지나친 분산이나 지역이기주의를 허용한다면 아시아의 경제력이 집중되는 허브가 아니라 아시아의 주변 인력과 기술을 공급받은 몇 개의 새로운 지방산업단지 육성에 머무를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