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마련된 시장조성제도가 오히려 기관투자자들의 손실보전에 더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조성제도는 기관투자자에 비해 정보력과 분석력이 뒤처지는 개인투자자들이 입을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공모주를 인수한 주간증권사가 매매개시일로부터 1개월 동안 해당종목의 주가를 공모가격의 90%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신규 등록종목의 공모주 청약시 기관투자자들의 고수익펀드에 대한 배정 물량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어 실질적인 보호대상이 바뀐 상황이다. 또 관련학계 및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특정한 가격대에서 주가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규정도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수익펀드의 공모주 우선 배정원칙이 문제=현행 규정에 따르면 코스닥등록을 위한 공모주 청약시 고수익펀드는 전체 물량의 55%를 우선 배정받는다. 기관, 일반, 우리사주조합에는 각각 10%, 15%, 20%가 할당된다. 1999년 11월 이전만 해도 기관 30%, 일반 50%, 우리사주조합 20%였으나 11월부터 고수익펀드에 대한 우선배정이 의무화되면서 배분률도 10%에서 30%→40%→50%→55%로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반면 개인은 50%에서 40%→30%→25%→15%로 점차 축소됐다.

이처럼 개인와 기관(고수익펀드)투자자간에 공모주 배분비율이 역전된 상황이지만 시장조성의 대상이 되는 주식은 우리사주조합 배정물량 20%를 제외한 모든 공모주가 포함되고 있다. 한국증권연구원의 정윤모 수석연구원은 "현재 시장조성 제도는 주간증권사가 정보분석력이 충분한 전문가가 운영하는 고수익펀드에 대해서도 가격보전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또 "장기펀드인 고수익펀드는 채권만기 이전에 수익을 내기 위해 새롭게 발행되는 공모주에 투자한다"며 "이때 필요한 자금은 기존 주식재고물량 청산을 통해 마련되기 때문에 고수익펀드에 배정된 공모주는 보통 매매개시일 하루 이틀만에 유통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즉 발행된 공모주의 55% 가량이 등록 직후 매물로 나와 시장의 수급구조를 악화시키고 주가하락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대우증권의 정영채 주식인수부장은 "현행 제도는 기관에게 현물 매수물량의 90%에 대한 풋옵션을 함께 주는 격"이라며 "인위적인 비율이 아닌 수요공급에 기초한 공모주 배분이 이뤄져야 하며, 시장조성제도도 미국처럼 가격이 아닌 유동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그러나 "시장조성제도는 투자자보호 외에 주간사의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공모가 산정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유통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효과도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미국식 시장주의로 가는게 맞지만 국내 금융시장환경을 고려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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