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사전조율안돼 사업 '발목'


행정기관의 등기부등본 공동 열람에 대한 수수료 문제는 전자정부 정책에 정부가 얼마나 단편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지난 11월 대 국민 민원서비스 향상을 위해 전자정부 출범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면서도 등기부등본 공동열람에 대한 행정기관간의 의견조율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오히려 국민에게 불편만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종이 없는 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20여의 민원에 대해 민원인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도록 했으나 부처간 협조가 필요한 등기부등본의 행정기관 공동열람만이 좌초돼 자칫 전자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등기부등본 주관 부처인 대법원을 비롯해 행정자치부 등 각 행정기관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청와대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정부는 향후 전자정부사업 추진시 부처간 의견을 수렴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등기부등본 서비스 실태〓지난해 11월부터 등기부등본 제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행정기관을 찾는 민원인들은 황당한 경험했다. 최근 등기부등본 서류가 필요한 민원을 청구했던 김 모씨(자영업, 36)는 "등기부등본을 반드시 첨부해야 합니다"라는 행정기관 민원담당 공무원의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G4C 시행이후 등기부등본을 첨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정부의 당초 방침과 달리, 대법원과의 수수료 정산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등기부등본을 제출해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공무원은 이어 "행정전산망을 통한 민원처리 관련법에 수수료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돼 수수료 납부가 되지 않으니 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을 직접 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의 홍보와는 달리 일선 민원창구에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민원인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발단〓지난해 11월 `전자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행자부, 건설교통부, 법원행정처, 국세청 등 4개 부처가 행정정보망을 공동 이용함에 따라 등기부등본 등 20종의 민원서류에 대해 민원인들로부터 따로 서류를 받지 않고 행정기관이 행정전산망을 통해 열람, 처리하도록 했다.

그러나 매년 2000억원의 등기부등본 수수료를 거두어 온 대법원이 행정기관에 대한 등기부등본 열람 수수료를 면제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행정기관들이 수수료 부담문제로 민원인들에게 서류제출을 요구해 이에 따른 불편이 민원인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대법원이 행정기관에 부가하는 등기부등본 열람 수수료는 700원이다. 대법원의 이같은 수수료 부가는 일선 행정기관의 막대한 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져 행정기관들이 잇따라 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사업자신고, 사업내용 변경 등으로 시ㆍ군ㆍ구청 등 일선 행정기관에 등기부등본을 첨부해야 하는 민원은 건물 등기부등본 115종, 법인 등기부등본 391종, 토지 등기부등본 141종 등 총 647종에 달한다.

◇대책〓현재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행자부와 대법원에 대해 청와대 등이 나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조율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행자부는 수수료 비용을 파악을 위해 일선 행정기관에 민원처리를 위해 제출되는 등기부등본 열람 건수를 표본조사해 이 결과를 토대로 대안을 마련해 대법원과 협의중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행정기관간 열람건수가 아주 미미한 만큼 대법원이 행정기관에 부가하고 있는 등기부등본 열람 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기획예산처가 별도 예산을 책정해 행정기관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등기부등본 열람 수수료를 일괄 정산해주는 방안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행자부가 제시한 방안을 검토중"이라면서도 "행정기관에서 공동 열람할 수 있는 등기부등본 서비스를 이용하는 민원인들에게만 면제 혜택이 돌아가고 개인적으로 등기부등본을 이용하는 일반 민원인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며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남상훈기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