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명리학 연구가

우리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를 흔히 폰 노이만식 컴퓨터라 부른다. 폰 노이만은 헝가리 출신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이다. 한데 게임 이론의 선구자로서도 유명하지만 프로그램 내장 방식의 컴퓨터 작동원리를 개발한 사람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차 대전 중 미국이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프로그램 내장 방식의 컴퓨터를 만들었다. 그 시기는 1942년 임오(壬午)년이었으니 이제 컴퓨터는 60년의 역사를 가지게 된 셈이다.

60이란 숫자는 결코 평범한 숫자가 아니다. 음양 오행에서는 60년을 모든 것이 한번의 순환을 마치는 기본 주기로 보며, 한 갑자(甲子)라 부른다. 따라서 컴퓨터 역시 이제 작년 2002년부터 새로운 순환 주기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원래 복잡한 계산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컴퓨터였지만, 지금의 컴퓨터 유저들은 컴퓨터가 계산기였다는 점을 오래 전에 망각해 버렸다. 게이머에게 컴퓨터는 게임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작동해주는 충실한 네모난 철제 상자일 뿐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컴퓨터는 팔레트와 종이를 무진장 쓸 수 있는 박스일 뿐이다. 그런가 하면 네티즌에게 있어 컴퓨터는 정보의 바다로 그리고 동호회로 들어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모니터일 뿐이다.

멀티미디어와 네트워크라는 기술이 우리로 하여금 컴퓨터 본연의 기능을 망각하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이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가능케 한 일등 공신은 1972년에 등장한 마이크로 프로세서(micro processor) 이다. 여기서 필자가 재미나게 여기는 점은 폰 노이만의 컴퓨터가 세상에 등장한 이래 30년이 지난 시점, 즉 60 갑자의 절반 지점에서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만물은 60년의 절반 지점에 가면 질적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컴퓨터 뿐 아니라 모든 것이 그렇다. 음양 오행을 연구하는 필자가 이 방면의 연구에 한없이 매료되는 것도 변화의 이런 규칙성 때문이다.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등장하기 전까지 컴퓨터는 아무나 만지거나 사용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었다. 컴퓨터라 하면 대기업이나 은행에서나 사용하는 초 고가의 장비였으며, 컴퓨터 실은 일종의 신전이자 성소였다. 컴퓨터가 제시하는 메시지는 문자 그대로 신탁(oracle)이었다.

그러던 것이 인텔 등에 의해 개발된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마이크로 프로세서란 실리콘 조각 위에 트랜지스터 회로를 수만 개-지금은 너무나 많아서 몇 개 인지도 잘 모르겠지만-이상 집적한 것이다.

필자가 처음 컴퓨터를 대한 것은 1983년, 은행의 전산부에서 근무하면서였다. 당시 컴퓨터는 웅장한 외관에 기계 돌아가는 소리만 해도 마치 큰 공장의 동력실을 연상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불과 10년이 못 가서 필자는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받게 되었다.

어느 날 집에 들어가 보니 어린 아들 녀석이 PC를 마구 해체해놓고 턱을 괴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야, 이놈아 마구 해부하면 어떡해"라고 나무라자, 아들 녀석은 "음- 친구가 더러워져서 닦아주고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

신탁을 내리는 신(god)이 아니라, 함께 노는 친구가 된 것이었다. 이제 컴퓨터가 등장한 지 60년이 지났으니 머지 않아 또 다른 물결이 밀어닥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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