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호 펜타시스템 상무

이번에 사상 초유의 인터넷 마비상태를 초래한 `슬래머 웜'은 인터넷 강국을 자랑하던 한국의 치부를 여실히 전 세계에 보여주고 말았다. 유독 한국만이 그 피해가 컸고, 인터넷 사용량이 적은 주말에 발생했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이번 재난에 대해 신문과 방송은 연일 갖가지 진단과 처방이 제시하고 있다. 이미 경고된 MS SQL서버의 취약점에 불감증을 보였던 IT관계자들에 대한 반성부터, 재해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통신사업자나 한국의 최고 침해사고대응팀인 CERTCC­KR의 무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사고원인 제공자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감정적 비난에 이어 정부는 정보보안특별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든가 심지어 정통부는 소프트웨어 리콜을 검토한다는 `희극적'인 대책까지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70년대 앞으로만 밀어 붙이던 시대가 있었다. 인적자원과 생산기반 시설이 취약했던 제조 중심의 산업시대에 "앞으로"의 구호는 분명히 우리가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하는데 큰 힘을 발휘했었다. 하지만 너무나 급격히 앞으로만 밀어 붙임으로써 감추어졌던 문제들은 90년대 들어오면서 하나씩 우리에게 큰 재난으로, 그리고 해결해야 할 과제로 다가왔다.

인터넷으로 인한 새로운 사회혁명이 시작되면서 후발 산업국으로 �아가기에 바빴던 한국은 선두로 도약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만났다. 일단 한국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초반에 선두주자로 나서는데 성공했다. 이동통신을 비롯, 세계가 부러워하는 인터넷 인프라를 건설하고 인터넷 혁명의 첨병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그러나 필자는 항상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뒤를 돌아 볼 여유 없이 새로운 것에만 열광적으로 집착하는 화려한 발자취 뒤에 남겨져 나뒹구는 숱한 재난의 잠재물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앞으로'시대의 유산인 성수대교 붕괴나 삼풍백화점 재난의 교훈을 우리는 까맣게 잊어 먹고 인터넷이란 새로운 시대에도 오직 전진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는 성수대교에 한정된다. 삼풍백화점 붕괴는 백화점 붕괴만으로 한정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네트워크화 되어 연결된 인터넷 시대에 어느 한곳의 재해는 그 파장을 짐작하기 어렵다. 조그만 프로그램인 `슬래머 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식을 해 한국전체를 한순간에 `동작그만'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사소한 일 하나까지 정보시스템에 의존해야하는 세상에서 정보시스템의 영속성은 개인, 기업, 나아가서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게 된다. 정보시스템의 재해를 예방하고 재해시 신속한 복구로 정보시스템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 차원인 생존권의 위협으로부터의 보장과 기업차원에서 비즈니스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매우 중대한 일이고 기업과 국가가 반드시 투자하고 구축해야 할 필수불가결한 영역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백업시스템 구축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재해는 온갖 방면으로부터 도래할 수 있다. 시스템 오류, 시스템 과부하, 전쟁, 천재지변, 그리고 이번 같은 웜의 침투 등 다양한 재해의 위험을 예측하고 측정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시스템에 기꺼이 투자해야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재해 예방과 재해 복구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고 홍보활동을 해야 하고 정기적인 점검과 감독체제를 시행, 튼튼한 정보시스템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CERTCC­KR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위기시 정확히 가동될 수 있도록 위기대책시스템을 유지관리하는 것이다. 건설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운영에도 투자해 질적인 향상을 이루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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