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훈 컴퓨팅부

"이 제품은 리포팅을 완벽하게 엔터프라이즈 웹 애플리케이션에 통합함으로써 엔드유저가 보고서를 오버헤드 없이 런타임으로 보기 및 수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고서 내용의 일부를 비즈니스 워크플로에 통합시킬 수 있고, 스케줄링ㆍ보안ㆍ폴트톨러런스(Fault tolerance)가 요구되는 고확장성 환경에서의 정보전달도 지원됩니다."

한 솔루션 업체의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제품소개서다. 조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영어단어를 발음 그대로 옮겼다. 내용도 번역체 일색이어서 도대체 무슨 내용을 설명하려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최근 정보통신(IT) 기업들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중소 벤처기업에서부터 내로라 하는 대형 업체들까지 이처럼 외래어와 번역체의 글들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실제 커스터마이징이나 아웃소싱ㆍ모듈화ㆍ탬플릿ㆍ워크플로ㆍ리파지토리ㆍ로컬라이제이션 등 일부 단어들은 IT업계에서는 마치 일상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업계 종사자들은 이같은 전문용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반인들이나 비전문가들은 해독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일쑤다. 경우에 따라 한글로 작성된 제품 설명서를 고객에게 다시 `번역'해 설명하는 기막힌 상황도 벌어진다.

문제는 누구도 이같은 전문용어를 적절한 우리말 용어로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글로벌 운운하면서 외래어 사용을 장려하는 분위기도 심심찮게 감지된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사실 원천 기술이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서 나왔다지만 IT 용어를 우리말로 풀어쓸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하지만 우리 벤처기업들은 외래어 전문용어를 사용해야 기술적 이해도가 높고 제품이 고급스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흔히들 IT는 모든 산업의 기반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만큼 IT는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적어도 IT업계에서는 그렇게 되리라 믿고 있다. 하지만 IT기업들이 스스로가 만들어낸 `언어의 덫'에 사로잡혀 일반 대중과의 접점을 잃어간다면 이도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IT업계가 `초고속인터넷 1000만 시대' `반도체 생산 세계 1위'의 신기루에 사로잡혀 대중의 삶과 유리된 채 `그들만의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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