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하고 적을 공격하고 상자를 부수고 아이템을 먹는다. 아케이드 액션 게임은 게임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장르 중 하나다. '마리오'에서 '소닉'까지 비디오게임을 대표하는 캐릭터 중 상당수가 이 장르에서 나왔다. 성별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고, 온 가족이 모두 모여 웃고 떠들며 즐기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비디오게임의 성격을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비디오게임산업에 뛰어들었다면 어떤 업체라도 한번쯤은 도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장르이기도 하다. 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2가 내놓은 '블링스 : 타임 스위퍼'와 '잭 앤 덱스터' 두 편을 비교해보자.

◇ X박스 '블링스:더 타임 스위퍼'

'시간제어' 참신성 눈길


화면 속에서 쉴새없이 쏟아지는 적을 보며 잠깐만 멈춰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한번쯤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잘나가다가 딱 한번 점프 잘못해서 죽어버렸을 때, 점프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고 원통해 한 기억 역시 마찬가지다. 블링스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게임에 집어넣자는 재미있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그러니까 이 게임은 3D가 아닌 4D게임인 셈이다.

게임의 주인공은 시간을 관리하는 타임 팩토리의 고양이 요원 블링스다. 타임 크리스털을 훔치는 톰 톰 갱과 맞서 싸워 어지러워진 시간을 제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시간 관리자답게 블링스는 타임 크리스털을 이용해 시간의 흐름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뒤로 돌리거나 멈출 수 있고 앞으로 빨리 가게 할 수도 있다.

주위의 물건을 빨아들였다가 다시 발사하는 전투시스템은 특이하고 긴장감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본질은 시간이라는 차원을 새롭게 사용하는 데 있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어떻게 시간의 흐름을 사용하느냐가 게임 진행의 핵심이다. 그리고 시간조절 버튼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크리스털을 정확하게 조합해야 얻을 수 있다. 원하는 버튼을 얻기 위해 크리스털을 맞추는 재미도 쏠쏠하다.

참신한 시스템에다가 X박스게임답게 최상의 그래픽을 갖춘 블링스, 하지만 뛰어난 게임은 되지 못했다. 아케이드 액션게임의 핵심은 역시 맵 디자인이다. 3D게임에는 2D게임과는 다른 게임성이 있다. 그래픽만 매끈하게 3D로 나왔다고 다가 아니고, 3D배경이 2D 때와는 다른 무대가 되어줘야 한다. 블링스에서 맵은 맵, 움직이는 캐릭터는 움직이는 캐릭터일 뿐이다. 맵은 단순한 배경에 불과한 것이다. 시간이라는 재미있는 요소가 고작 퍼즐 풀이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3D게임이 흔히 보여주는 단점인 시점조절의 엉성하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자꾸 바뀌는데도 세상은 그냥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것 등은 맵 디자인 자체의 미숙함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블링스는 아케이드 액션게임이 가장 쉬운 듯 보이면서도 가장 큰 노하우가 필요한 장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 PS2 '잭 앤 덱스터'

'공간조작' 진행 박진감


닌텐도의 '마리오'와 세가의 '소닉'에 맞서 소니의 구세주 역할을 했던 게 '크래쉬'다. '잭 앤 덱스터'는 플레이스테이션1과 2에 걸쳐 4편의 '크래쉬 밴디쿳'을 만든 '노티 독' 이 새롭게 내놓은 아케이드게임이다.

잭 앤 덱스터는 형식만으로 보면 고전적 스타일의 아케이드게임이다. 간단한 키 조작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사용하는 키는 3개뿐이지만 이를 적당히 조합해서 다른 동작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점프버튼을 두 개 누르면 이단점프가 되고, 점프 후 펀치나 발차기 등을 조합해서 다양한 기술을 펼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게이머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가를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도 잭 앤 덱스터는 기본에 충실한 게임이다. 족제비 친구 덱스터는 새로운 아이템을 얻을 때마다 요란한 세리머니를 보여준다. 마이클 잭슨의 문 워크에서 브레이크 댄스, 바디 빌더의 동작까지 눈이 즐거울 뿐 아니라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 듯 뿌듯해진다.

더 중요한 건 3D로 구현된 맵과 게이머간의 상호작용이다. 이 게임에서 맵은 적과 아이템이 널려 있는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 게이머가 넘어야 하는 하나의 난관이 다. 게임 속에 펼쳐진 공간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게이머에게는 하나의 도전인 것이다. 맵이 그저 단순한 '장소'에 불과한 블링스와는 근본적인 다른 점이다. 이 차이는 게임 제작사가 이제껏 쌓아온 실력과 노하우의 차이이기도 하다.

박상우 게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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