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급변하는 세계경제 속에서 우리 산업이 집중해야 할 새로운 성장엔진은 무엇일까. 세계최강의 위치에 올라서면서도 산업 전�후방에 걸쳐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 IT산업의 대표적인 성공신화인 반도체와 CDMA는 그런 의문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두 모델은 새로운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과감한 목표설정과 도전, 그리고 선진시장을 직접 공략해 단기간에 세계시장에서 선두권으로 도약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성공한 방식(CDMA)과 세계시장을 우선 공략한 방식(반도체),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CDMA)과 기업의 도전에 뒤이은 정부지원(반도체) 등 실행과정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최근 국내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반도체와 CDMA의 성공신화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11월 이동전화 단말기를 포함한 무선통신기기가 월간 수출액 순위에서 처음으로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치고 1위로 우뚝 올라섰다. 지난 96년 CDMA 기술을 국내에서 상용화한 지 불과 6년여만에 이동전화 단말기가 반도체에 이은 차세대 수출주력품목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것이다.

CDMA 기술개발 성공은 장비산업 및 부품산업,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 등 광범위한 분야의 전후방 연관산업을 탄생시키며 국민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수행해왔다. 세계최고 수준의 이동통신 보급률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이동통신 장비를 생산하는 이동통신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IT 성공신화로 일컬어지는 D램이나 TFT LCD 등이 `이미 존재하는 선진기업의 제품'을 모방하거나 추월해 만들어낸 성공신화인데 반해, CDMA는 통신 후발국이 민관 합작으로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이룩한 성과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동통신 산업은 특히 기초기술ㆍ표준ㆍ생산기반 등 세가지 측면에서 모두 글로벌 기업에 비해 뒤지지 않는 대표적인 분야로 성장했다.

◇민관이 합작해 만든 신화〓CDMA 상용화 프로젝트는 89년부터 96년까지 7년간 정부출연연구비 543억원 등 총 996억원의 연구개발비와 1000여명의 연구원이 투입된 대형 연구개발사업이었다. 당시 개발과정은 연구개발에 착수한 지 4년만인 94년에 시제품을 개발해낼 정도로 `초고속'으로 진행됐다.

93년 당시 정부는 CDMA 개발시한을 당초 97년에서 95년으로 앞당기는 배수의 진을 치고 이 시한에 맞춰 개발을 독려했다. 또 CDMA 개발과 함께 정부는 국내 통신서비스를 5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 때부터 CDMA 신화는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국내시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은 곧장 국내외 시장에서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국내시장에서 제품을 출시한 지 2년만에 모토로라코리아를 누르고 단말기시장에서 1위에 올라선 후 현재까지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으며, 96년 CDMA 상용서비스가 시작된 후 2년 만에 세계 CDMA 브랜드 1위로 올라섰다.

CDMA의 성공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단말기 산업이 육성됐고, 국내 정보화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CDMA 기술의 파장과 효과는 통신기기산업, 통신서비스 산업, 통신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산업, 정보화수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CDMA 성공신화를 일궈낸 지난 10여년은 민관합작의 차세대 디지털 이동통신 성공(89~95년)→국내시장의 폭발적 신장과 도약(96~99년)→글로벌 경쟁력 확보(2000년~현재)로 이어지는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특히 3단계는 제품수출 일변도의 전략에서 벗어나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CDMA를 채택할 수 있도록 민관이 다양한 채널을 가동한 시기였다.

◇기술 산업요인의 시스템적인 성공〓전문가들은 국내 CDMA 기술개발 및 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요인들이 시스템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CDMA 성공신화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통신방식이 변하는 시점에 CDMA라는 우수한 기술에 주목하고 △수요부처가 주도적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만들어 △기술개발 관리조직을 설치 운영하고 △글로벌 공동연구를 수행하면서 △수요자인 이동통신 사업자와 함께 상용화 환경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성공요인이 시스템적으로 작동하면서 일궈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림> 참조

정부주도 기술개발 성과와 부품개발 정책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자체 기술력 확보노력이 어우러지면서 단기간 내에 세계최고 수준의 이동통신 산업이 육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단말기 보조금정책, 경쟁정책, 수출지원정책에 힘입은 기업의 제품혁신, 마케팅 및 해외진출 노력이 결합되는 등 시장과 기업 및 정부의 복합적인 노력이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면서 산업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신수종(新樹種) 산업 육성전략의 교과서〓CDMA 신화는 신수종산업 육성전략을 마련하는 데 있어 교과서적인 교훈을 우리에게 제시해주고 있다.

먼저 도전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선진업체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조직의 역량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트렌드를 읽고 한발 앞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과 기술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기존 틀에 얽매여서는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한다는 교훈인 것이다.

세 번째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개발체제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CDMA 성공사례는 `통제와 자율'의 딜레마를 해결한 보기 드문 성공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열정적인 사회 문화적인 특성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이를 경쟁적으로 수용하는 우리의 문화적 특성을 잘 활용하면 신기술제품의 초기 시장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박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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