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구랍 31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술혁신과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제도 정비를 통해 기업이 뻗어가는 데 제약이 없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완화'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업활동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보다 자유로운 기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취해야할 과제는 무엇일까. 신 정부가 공약한 `디지털 강국'을 건설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할 주요 정책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정부조직 개편

정부조직개편은 신정부 출범에 즈음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해 선거과정에서 공약으로 제시한 국가CIO직과 청와대 정보화수석비서관 신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조직 전체의 정보화, 제2차 전자정부 사업 등을 주관할 국가CIO의 위상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정보통신부는 정통부 장관이 국가CIO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전행정부처를 총괄할 수 있는 국무총리실이나 기획예산처가 이를 맡고 정통부의 정보화기획실을 이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 정보화수석 신설과 함께 그동안 중복투자�밥그릇싸움이란 지적을 받아온 부처간 기능중복 문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노무현 당선자는 `통합의 효율보다는 경쟁의 효율'을 언급, 정통부�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문화관광부 등 기존 조직의 틀을 크게 흔들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정보화수석으로 하여금 부처간 조율기능을 수행토록 하겠다는 게 노 당선자의 공약이다. 그러나 `작은 정부' `정부예산의 효율적 집행' 등을 위해서는 일부 중복기능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어서 노무현 정부가 이를 어떻게 정리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반 경제부처 기능조정 역시 빅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이 중 경제정책과 예산편성 기능의 통합 내지 조정은 `예산 없는 정책'(재정경제부)과 `정책 없는 예산'(기획예산처)을 합쳐 온전한 경제기구로 만들자는 문제로 이른바 `통합론'과 `분리론'이 팽팽하다. 현재 이원화돼 있는 금융감독 의사결정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와 집행기구인 금융감독원을 통합하는 사안은 노 당선자가 일찍이 공약했던 만큼 신정부 출범과 동시에 구체적인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의 통상기능을 분리시켜 통상부처를 신설하거나 산업자원부에 합칠 것인지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18부(部) 4처(處) 16청(廳)'의 정부조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방송�통신 융합시대의 대응

방송의 디지털화, 통신과 방송 융합의 시대적 흐름에 따른 법과 제도, 조직의 정비는 올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특히 방송�통신 융합시대의 방송법 개정은 작년 가을부터 정보통신부�방송위원회�문화관광부 등이 제도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한 상태로, 새해 벽두부터 `뜨거운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은 정보통신부�통신위원회�문화관광부�방송위원회의 역할 조정과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주요 방송사 노동조합 등 노동계가 방송과 통신위를 합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과 함께 정통부 해체를 주장하고 나서는 등 방송�통신 융합문제를 이슈로 점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가 방송과 통신 산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흐름에 대응하고, 조직 통합과 기능조정에 따른 불협화음을 최소화해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더 협상이 올해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방송과 통신서비스 시장 개방 문제는 핫 이슈가 될 게 분명하다. 정부는 방송�통신을 포괄하는 시청각 서비스 시장 개방 등과 관련, 오는 3월 말까지 최초 양허안을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이 때부터 시장개방 논의가 본격화될 예정으로, 이를 계기로 KBS2�MBC�EBS�YTN 등의 민영화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식(ATSC) 디지털 지상파 방송방식을 유럽식(DVB―T)으로 변경하라는 여론도 노무현 정부에 넘겨진 과제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미국식을 고수한 데 대해 방송 전문인들과 노동조합은 `정통부 해체'로 맞서고 있어 D―TV 방식은 미완의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벤처기업 활성화

잇단 벤처 비리와 유명 벤처 기업인의 구속 등으로 벤처 업계가 위축돼 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고사위기의 벤처업계를 살려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범하게 됐다.

벤처위기의 원인에 대한 노무현 당선자의 인식은 `현정부(김대중 정부)가 무분별하게 벤처를 양산했다'는 것이다. 노 당선자는 `벤처 기업 육성'에 무게를 실었던 현정부의 정책을 유지하되, 엄정한 평가시스템을 구축해 제대로 된 벤처기업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비단 벤처기업 지원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속 빈 강정'과 같은 부실 기업이 판치는 코스닥 시장이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고 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코스닥 등록할 때 이같은 평가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 노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제시한 정책 공약에서 △IT 벤처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평가시스템과 공정한 시장 경쟁 환경의 구현 △IT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IT 기업 중심의 제3시장 활성화 △대기업의 무분별한 지배 진입 규제 △기술 집약형 IT 벤처 기업에 대한 직접 금융 지원 확대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노 당선자가 이같은 공약을 기조로 벤처 위기를 해결할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보복지국가 건설

"지금까지 IT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탄탄한 인프라 위에 정보 복지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IT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인터넷 보편적 서비스' 제도를 도입, 건강과 법률, 조세, 주택 정보 등 각종 생활정보를 전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노인과 여성ㆍ장애인ㆍ농어촌 지역주민들이 정보화에서 소외당하지 않도록 정보격차해소 방안을 강구, 차별 없는 평등사회를 펼쳐나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아울러 무료 온라인 교육을 통해 평생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자녀들의 학습 기회를 확대해야하며 각종 통화서비스의 통화품질 향상과 이용요금의 지속적인 인하를 추진하는 것도 신정부 과제다.

노무현 당선자는 IT와 정보화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투명�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전자결재ㆍ전자입찰ㆍ전자상거래 등을 촉진해 부정부패가 없는 정보화시대의 깨끗한 사회를 실현하고, 어떤 경우에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공약이다. 나아가 인터넷 선거를 통해 공정한 참여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온라인 인권구제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건전한 정보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신정보윤리운동'도 노무현 정부가 출범초기부터 추진해야할 국민과의 약속이다.

박창신기자.권정숙기자.채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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