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 킹메이커는 인터넷"


"이번 정권의 `킹메이커'는 바로 네티즌이다." "민주당이나 특정 단체의 승리가 아니라 인터넷의 승리다."

이번 대통령 선거결과를 놓고 비평가들이 하는 말이다. 당내에서의 취약한 조직적 기반이나 자금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당선자가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다름 아닌 20~30대 네티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초 투표율이 85% 이상은 돼야 노무현 후보가 낙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었다. 20~30대가 48.3%로 전체 유권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상당수가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는 정치무관심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70%를 겨우 넘는 대선 사상 최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는 승리의 월계관을 썼다. 노 당선자의 개혁을 위한 노력이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매체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전파됐고 이 힘이 정치와는 무관하게 살아왔던 젊은이들의 힘을 결집하고 조직화한 것이다.

그동안 인터넷이 무명의 평범한 사람들을 스타로 만든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앙증맞은 춤 솜씨로 네티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꼬마 아가씨도 있었고, 짤막하면서도 솔직한 문장력으로 인기 작가로 부상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길지 않은 일회성 인기에 머무른 경우가 많았고 분야도 엔터테인먼트 같은 대중문화에 한정됐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한 두 사람의 스타가 아닌 수많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다양한 행사가 치러지고 의견이 모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초의 정치팬클럽으로 불리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나 민주당 인터넷선거 기획본부 같은 구심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는 네티즌들의 참여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는 데 그쳤을 뿐, 이들 사이트의 주인공은 단연 네티즌들이었다. 네티즌들은 마음이 끌리는 글이 있으면 이를 바로 다른 게시판에 옮기거나 메일이나 휴대폰 문자메시지, 또는 메신저로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었다. 또 문제가 있는 글에 대해서는 바로 의견을 달아 자신의 생각을 표시했다. 인터넷의 양방향성과 속도가 선거라는 정치 활동을 네티즌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 전자투표를 실시하거나 인터넷 유세를 해 당선에 성공한 예가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전국가적으로 쌍방향 통신의 장점을 잘 활용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예는 드문 일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이미 인터넷 이용자가 2500만명에 달하고 초고속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으며 이동전화 가입자가 3240만명에 달할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제 이같은 최고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새로운 e폴리틱스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1만여건에 달하는 게시물이 선관위에 의해 삭제조치를 당했다. 또 익명성을 악용한 인터넷을 통한 비방과 흑색선전도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사이버 공간의 독버섯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네티즌과 관련 기관 등이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인터넷 시대에 맞게 관련법이나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인터넷 선거운동이나 토론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모두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정비해나가지 않으면 어렵게 꽃피운 e폴리틱스의 꽃을 유지�확대시킬 수 없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인터넷 강국에 걸맞은 e폴리틱스 문화를 키워나감으로써 IT 제품이나 기술뿐만 아니라 e폴리틱스의 제도와 전통을 수출할 수 있는 문화수출국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장윤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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