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등록업체인 소프트윈과 에이콘의 부도로 불거진 IT업계 유통사기사건의 한 축인 소프트뱅크유통코리아(SBCK)가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렸다.

SBCK가 RF로직으로부터 받은 어음은 소프트윈과 에이콘의 부도로 인해 휴지조각이 된 상태다. RF로직의 자회사인 소프트윈은 SBCK의 직접적인 거래 당사자가 아니지만 SBCK는 소프트윈이 발행한 어음을 RF로직의 결제대금으로 받았다. 역시 RF로직이 소유한 에이콘은 직접적인 거래 당사자로 참여해 어음을 발행했다. 따라서 소프트윈과 에이콘의 어음을 소지한 SBCK는 이를 현금화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반면 대부분 실제 물품거래가 없이 어음만 순환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가공거래 과정에서 SBCK가 다른 IT업체에 지급한 자사 발행어음은 속속 돌아오고 있다. 현재 SBCK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급해야 할 어음규모는 300억~400억원으로, SBCK는 이 가운데 155억원어치의 어음에 대해 일단 피사취 부도신청을 해놓았다. 피사취 부도신청은 사기 등 거래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어음을 결제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다. 그러자 SBCK 발행어음을 쥐고 있는 IT업체는 SBCK를 상대로 어음금 청구소송을 제기할 태세다.

SBCK는 `RF로직-SBCK-타 IT기업'의 삼각구조로 이뤄진 어음 순환매매 과정에서 RF로직에 의해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책임을 면할 입장이 아니다. 우선 SBCK 내부적으로 어떻게 이런 거래가 이뤄졌는지에 만인의 의혹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SBCK 직원과 RF로직의 공모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데, SBCK측은 지난 7~8월 집중된 어음 순환매매의 핵심 인물이자 거래처인 RF로직의 이병훈 상무가 잠적한 상태에서 이 거래의 실무팀장이었던 자사 직원의 종적 또한 묘연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SBCK 대표이사 등은 RF로직이 부도나면서 어음부도를 알게 됐다고 하지만 거래규모로 미루어 볼 때 대표이사 등이 정말 몰랐으며 개입하지 않았는지는 분명치 않다.

SBCK는 어음금 지급거절의 명분인 `피사취'(사기당함)의 근거로 어음의 순환매매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문제가 된 거래의 대부분이 실제 물품거래 없이 어음만 주고받는 이른바 `어음 돌려치기' 등의 수법으로 이뤄졌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SBCK의 이같은 설명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다른 기업도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매출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노출시켜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세무당국과 사법당국에 조사, 제재, 형사처벌의 빌미를 스스로 제공한 셈이다.

그렇다고 피사취 부도신청을 거두자니 300억~400억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형편이다. 이에 대해 SBCK 발행어음을 소지하고 있는 다른 업체들은 "비록 진성어음이 아니라도 SBCK는 어음 발행회사로서 기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영업의 계속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SBCK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의 벤처재벌 손정의씨가 지분을 투자한 SBCK는 이처럼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박창신기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