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대는 막을 내릴 것인가. 1999년을 정점으로 해마다 PC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PC운영체제(OS)를 주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놓은 해결책은 뭘까.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MS가 11월 발표할 OS `태블릿PC 에디션'을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태블릿PC 에디션이 PC시장의 해결사로 등장할지 섣부른 판단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윈도XP를 기반으로 한데다 종이처럼 편하게 펜으로 쓴다는 이 제품에 쏟는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건 사실이다.

2000년 컴덱스의 개막 연설에서 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재미있는 제품을 소개했다. 윈도OS를 종이처럼 편하게 쓴다는 `태블릿PC'가 그것이다. 태블릿 PC는 노트북PC의 휴대성과 개인정보단말기(PDA)의 편의성을 겸비한 제품이다. 크기는 A4용지 정도로 OS는 PDA처럼 터치스크린에 전자펜으로 직접 쓴다. 물론 2000년 당시 MS가 태블릿PC를 들고 나왔을 때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태블릿PC가 당시 처음 선보인 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MS는 92년 `윈도 포 펜(windows for pen)―컴퓨팅'이라는 필기체 인식 윈도OS를 내놓은 적이 있지만 실패했다. 이러한 실패작을 다시 내놓을 이유가 뭐냐는 비난이 많았다.

하지만 MS는 이제 태블릿PC를 쓸 만한 환경이 성숙됐다고 말한다. 빌 게이츠는 태블릿PC를 `컴퓨팅·커뮤니케이션·전자책을 위한 것'(for computing, communicating, and e-books)라고 표현했다. 이제는 블루투스나 무선랜(WLAN) 등 네트워크 환경이 좋아진데다가 노트북PC와 PDA 등 휴대용 장비의 기술발전으로 중앙정보처리장치(CPU)의 발열문제나 배터리 시간 등 많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이다.

MS가 2000년에 약속했던 태블릿PC 에디션이 오는 11월 선보인다. 에이서와 후지쓰 등 하드웨어 업체도 앞다퉈 관련 하드웨어를 내놓는다. 태블릿PC에 사용되는 OS의 이름이 `윈도XP 태블릿PC 에디션'이다.

◈윈도XP와 호환성 문제 없어〓윈도XP 태블릿PC 에디션은 윈도XP를 기반으로 만들어 기존 데스크톱PC의 인터페이스와 통일감을 유지할 뿐 아니라 프로그램 호환성도 만족시키겠다는 것이 MS측의 의도다.

뚜껑을 열어본 윈도XP 태블릿PC 에디션은 윈도XP 프로페셔널 버전을 태블릿PC에 맞게 개조한 것이다. 여기에 음성인식 기능과 전자펜 인식기능을 넣어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아무튼 이제껏 MS가 만든 OS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윈도XP 커널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건 매력적이다.

윈도XP를 기반으로 한 것은 일반 데스크톱PC용 프로그램과도 100% 호환된다는 의미다. 태블릿PC에 이러한 프로그램 호환성은 시장을 개척하는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OS와 함께 MS의 소프트웨어를 이끄는 `오피스XP'는 태블릿PC의 기업용 시장공략에 첨병역할을 한다. 아웃룩 2002와 워드 2002, 파워포인트 2002, 엑셀 2002 등을 그대로 쓸 수 있고 전자펜으로 직접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어 편하다.

윈도XP 태블릿PC 에디션은 이처럼 마우스와 키보드 대신 전자펜으로 명령을 실행하거나 텍스트를 입력한다. 이전에도 이러한 제품은 있었지만 PDA 시장에서 얻은 노하우 덕분에 필기체 인식률이 많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하드웨어 환경도 훨씬 나아진 게 차이점이다. 기존 제품은 전자펜을 거의 세로로 세워서 쓰거나 아이콘을 눌러야 제대로 인식되는 등 불편했지만 윈도XP 태블릿PC 에디션에서는 이런 불편함이 사라졌다. 실제 에이서가 11월 발표할 태블릿PC로 실험해본 결과 전자펜으로 쓰는 작업이 한층 편해졌다.

태블릿PC는 `디지털로 만든 종이'를 지향한다. 이런 종이역할은 MS `윈도 저널'이 맡는다. 윈도저널은 일종의 디지털 기록패드다. 종이에 낙서하듯이 그냥 적어놓고 원한다면 저장해둘 수도 있다. 종이에 일일이 기록한 다음 나중에 PC로 정리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물론 낙서처럼 써놓은 내용은 윈도 텍스트 폰트로 바꿀 수 있다. 낙서가 문서로 바뀌는 것이다.

이왕 낙서할 생각이라면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다가 주석을 달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워드문서를 열어놓고 디지털 펜으로 주석을 달아놓으면 공책이 따로 없다. 가장 좋은 예는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면서 강조할 부분에 직접 `낙서'하는 게 아닐까 싶다.

윈도XP 태블릿PC 에디션은 음성인식도 지원한다.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아웃룩이나 워드 등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 또 말을 텍스트로 받아쓰는 딕테이션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음성인식 기술은 매력적이지만 아직 인식률에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건 사실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보면 윈도XP 태블릿PC 에디션은 윈도XP를 기반으로 전자펜을 활용한 필기체 인식과 음성인식을 곁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S는 태블릿PC의 주요 고객을 일반 사용자가 아닌 지식근로자와 모바일 인포메이션 소비자(mobile information consumer)라고 말한다. 주로 기업 사용자가 쓴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기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오피스XP와의 호환성을 확보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필기체 인식 역시 단순 필기 외에도 기존 프로그램과의 연동을 강조, 활용도를 얼마든지 넓힐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음성인식은 주 입력장치로 자리잡으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빌 게이츠 회장이 태블릿PC를 발표할 때만 해도 입력장치는 전자펜 하나뿐이었다. 실제 윈도XP 태블릿PC 에디션은 전자펜으로 필기한 낙서를 텍스트로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펜으로 마우스나 키보드처럼 명령을 실행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익숙한 습관을 한꺼번에 버리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불편하다. PDA 역시 휴대성을 고려해 키보드를 없앴지만 외장형으로 별도 구입해서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태블릿PC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아직까지는 키보드가 곁에 있어야 편한 게 사실이다.

◈노트북PC와의 차별화가 관건〓이제 윈도XP 태블릿PC 에디션을 보다 자세하게 들여다보자. 사실 전자펜이 없다면 태블릿PC는 노트북PC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사용자가 전자펜을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태블릿PC OS의 생명과 같다. 윈도XP 태블릿PC 에디션은 제어판에서 태블릿PC의 전자펜을 최적화할 수 있다. 펜의 굵기를 정하거나 왼손잡이, 오른손잡이에 맞게 설정해주기도 한다. MS의 마우스처럼 제어판을 이용해 특정 기능의 단축 키 역할도 설정할 수 있다.

언어 역시 우리나라 말은 물론 영어·독일어·프랑스어·일본어·중국어 등 다국어를 지원한다. 처음 나왔다고 해서 한동안 영어버전만 쓰는 것 아니냐고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태블릿PC가 일반 사용자용이 아니라 기업이나 전문가를 위한 제품이라면 보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태블릿PC는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다. 보안수준이 낮다면 중요한 자료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어 기업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노트북PC 역시 기업용에는 보안기능이 꼭 들어가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윈도XP 태블릿PC 에디션은 암호파일시스템 보안기능과 접속통제 등 윈도XP에서 있는 보안기능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태블릿PC를 쓸 수 있는 사용자 이름과 암호를 미리 지정해놓은 다음 부팅할 때 + + 키를 동시에 눌러 특정 사용자만 로그인할 수 있다.

윈도XP 태블릿PC 에디션을 사용해보면 데스크톱PC에서 윈도XP를 사용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다만 마우스 대신 전자펜을 사용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예전에는 전자펜이 있어도 실제 명령이나 작업을 처리하기 어려웠다. 기껏해야 아이콘을 눌러 명령을 실행하거나 필기체 인식률이 좋지 않아 간단한 메모 몇줄이나 쓰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윈도XP 태블릿PC 에디션은 이전보다 전자펜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이 훨씬 늘어났다. 태블릿PC에서 전자펜의 기능성과 활용도는 노트북PC와의 차별화를 분명히 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도 전자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으며, 기존 노트북PC 사용자에게 태블릿PC를 구입하도록 하려면 MS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된 전자펜 인터페이스를 고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MS가 말하는 것처럼 정말 종이에 쓰는 것처럼 간편하게 윈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러한 MS의 노력이 결실을 거둔다면 `이미 노트북PC와 PDA를 갖고 있는데 뭐가 더 필요하냐'는 비판은 듣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윈도XP가 지닌 뛰어난 기본 멀티미디어 기능까지 활용해 쉬운 PC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첨병역할도 태블릿PC 에디션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태블릿PC는 일종의 포스트(post) PC다. 하지만 이 작은 포스트 PC가 성공을 거둔다면 기존 PC도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간 how pc 이석원기자 lswcap@howp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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