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 고민수 직원

최근 몇년 사이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러한 `한류 열풍'의 숨은 일등공신은 경쟁력 있는 우리 고유의 콘텐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방송 현장에 몸담고 있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탄탄한 자체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풍부한 콘텐츠를 가지고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 분야에도 적극 진출해 우리나라 콘텐츠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에서 주로 활동하는 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주로 외부에서 프로그램을 수급하는 형편이라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콘텐츠 수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을 통해 공급되는 콘텐츠의 상당수는 해외에서 저가에 들여온 수준 미달의 프로그램들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프로그램 공급업자들이 겪고 있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적자 규모를 고려할 때 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저렴한 해외 콘텐츠의 무차별 수입이 가져오는 부작용, 즉 `문화 정체성 위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무분별하게 수입된 일본 애니메이션 때문에 국산 애니메이션보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더욱 친근함을 느낀다.

이렇게 수입된 콘텐츠의 내용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것이 아닌 다른 나라의 정서와 문화를 배우고 자라는 것이라 향후 문화적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콘텐츠 산업은 우리가 한류열풍에서 목도한 바와 같이 문화산업이다. 따라서 `경제 논리'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보다 높은 차원의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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