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소재로 한 비디오게임은 게임마니아들에게는 영원한 고전이다. 이라크전의 전운이 감도는 요즘, 미국에서는 실제 전쟁처럼 리얼리티가 뛰어난 플레이스테이션2용 비디오게임들이 안방을 점령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최근호는 그래픽 기술의 진보를 넘어서 이제는 군사고문까지 채용해가며 점점 실제의 전투와 닮은꼴로 진화해 가는 비디오게임의 세계를 소개했다.

<편집자주>

`새 천년의 군사적인 전망은 한 마디로 단언하기 어렵다. 초강대국들은 국제적 안정이 국제질서와 평화유지를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오늘날 테러리스트와 편집광적인 국가들, 폭력적인 성향의 군 지도자들은 자유를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시 대통령 집무실의 보고서에나 써있을 법한 얘기다. 하지만 알고 보면 미 해군 특수부대를 소재로 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2'용 비디오 게임인 `소콤: U.S. 네이비 실'의 줄거리에서 따온 것이다.

지퍼 인터랙티브(Zipper Interactive)에서 개발한 전쟁게임인 소콤은 생생한 전투장면과 음향효과,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잔혹해지는 병사들의 살육전으로 가득 차 있다. 소콤류의 게임에서는 일반적으로 생생한 전투상황 묘사, 적진을 파고드는 구체적인 임무, 진짜 같은 상황요약보고서, 머리를 써야하는 전술, 전투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능 등을 제공한다.

요즘 게임산업의 추세는 언뜻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래픽 기술의 진보보다는 1990년대의 발전기를 거치면서 터득한 게임개발업체들의 노하우에 의해 결정된다. 오늘날 게임 개발자들은 `폼 나게 무기 잡는 법' `우렁찬 전투명령' `포화 속에서 어떻게 실감나게 피하는가'와 같은 세부적인 묘사에 더 치중하고 있다.

"우리는 2~3년 전에 이미 게임에서 사실감 있는 시각효과가 주는 이점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지요." 게임업체 고담 게임스(Gotham Games)의 제이미 리스(Jamie Leece) 사장의 말이다. 그는 사실성 있는 상황묘사를 통해 게임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게임제작을 위해 군사 고문들이 해줘야 할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러시아제 칼라쉬니코프(Kalashnikov) 자동소총과 콜트(Colt) 자동 권총을 구별하는 요령부터 군사작전의 세부 묘사까지 군사고문들은 전문가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다. 데일 다이(Dale Dye)씨가 영화와 TV, 비디오 게임에서 노련한 군사기술 고문역할을 해준 것이 좋은 사례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제작된 1인칭 슈팅게임으로 대히트를 기록한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사의 `명예훈장'(Medal of Honor)에서 고문역을 맡은 바 있는 그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소콤의 경우 사용자들은 온라인 상에서 무전기를 끼고 진짜 해군 특수부대원이 되어 적과 교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게임을 만들었다. 또 다른 전쟁게임인 `사막의 폭풍'에서는 몸을 숨기는 은폐 기능이 강조된다. "실제 전투에서는 자신을 적에게 드러내지 않는 기술이 필요하죠"라고 극비임무를 담당했던 전 공수부대 요원 물린스(John F. Mullins)씨는 말한다. 그가 본 비디오게임에서 실전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실수는 한 병사가 홀로 등장해 람보 스타일의 엄청난 자동화기로 적 소대를 상대하는 것이라고 그는 얘기한다. "내가 400~500명의 적과 마주친다면, 차라리 자살을 해서 적들이 내 시체를 찾기 위해 고민하도록 하는 게 낫습니다"라고 그는 농담을 던진다.

게임 전문잡지 `게임 인포머'(Game Informer)의 공동편집자인 크리스티언 브로거(Kristian Brogger)씨는 군사 고문들이 전쟁 장르의 게임 흥행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유저들은 사실적인 전투상황을 체험하기를 원하고, 새로운 전쟁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군사고문을 두는 것은 이미 보편화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명예훈장'이 그가 본 가장 격렬한 비디오게임이며, 마치 게임의 무대인 오마하(Omaha) 해변에 가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고 말한다.

때로 게임 개발자들이 오락성을 위해 게임의 리얼리티를 희생할 때도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해군 특수부대원들은 어두운 밤에 몸을 숨기고 천천히 이동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게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훤한 대낮에 아무런 주저 없이 빠르게 움직인다.

이처럼 리얼리티가 갖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게임 사용자가 상상을 초월하는 생생한 전장경험을 하는데는 군사고문의 조언이 매우 유용하다고 지퍼 인터랙티브의 짐 보슬러(Jim Bosler) 사장은 말한다.

<마이클 메리어트(MICHEL MARRIOTT) http://www.nytimes.com/2002/10/03/technology/circuits/03WAR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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