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10월, 미국 UCLA의 레오나드 클라인로크 교수는 조바심 어린 목소리로 스탠퍼드연구소(SRI)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는 한달전 핵전쟁을 대비해 만든 ‘알파넷’(ARPANET)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L자가 보입니까?”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예, L자가 보이네요.” 상대방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O자를 타이핑합니다.” 그는 상대방의 첫 대답에 흥분하고 있었지만,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다시 물었다. 그러자 “예, O자도 보이네요”라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귀를 의심할 만큼 분명하게 들려왔다. “그럼 G자는?” 그러나 G자는 보이지 않는다는 대답이었다.

클라인로크 교수의 메시지 전송은 인터넷의 출발을 알리는 첫 시험이었다. 알파넷을 통한 첫 ‘접속’(LOG-IN)은 비록 ‘L’과 ‘O’의 두 글자를 전송하는데 그쳤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발걸음이었다. 그해 7월의 아폴로 11호 달 착륙과 함께.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느낌을 준다. 초창기 인터넷 버프(buff, ‘광’이란 뜻)들이 즐기던, 짤막한 글을 이용한 인스턴트 메시지 전송이 다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스턴트 메시징(instant massaging)은 인터넷상에서 키보드를 이용해 두 사람 이상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키보드 채팅’이라고도 부른다. 최근에는 동영상까지 곁들여 날로 이용자수가 늘고 있고, 방화벽과 암호 등 보안기능을 갖춘 인스턴트 메신저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스턴트 메시징 콘퍼런스(Instant Messaging Planet Fall 2002, 아시아 행사는 오는 10월 15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됨)에서는 이메일과 함께 공짜로 인식돼온 인스턴트 메신저가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단연 화제였다. 우선 보안 기능을 갖춘 인스턴트 메신저는 환자나 투자가의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의료·금융권 등 하이엔드 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고, 보안이 필요한 기업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메일을 쓰기 위해 야후를 이용하는 기업이 없듯이, 메신저를 쓰기 위해 AOL·야후·MSN을 이용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말했다. 그들은 앞으로 고객관계관리(CRM) 등 비즈니스 목적으로 인스턴트 메신저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별도의 메신저를 구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무선 단문메시지서비스(SMS)와의 통합 환경, 인터넷 전화와 동화상 기능 등은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이 활성화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IT 조사기관인 IDC는 인스턴트 메시징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올해 1억3300만달러, 2005년에는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 규모가 크지 않고 공짜를 이용하는 기업이 많지만,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메신저는 최근 P2P 네트워크로 이용되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P2P 네트워크는 개인 PC를 마치 서버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개인이 보유한 파일들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 소리바다와 냅스터의 명성도 P2P를 통해 mp3 등의 음악파일을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냅스터를 통해 유통됐던 파일은 한달에 30억개였지만, AOL 인스턴트 메신저(AIM)를 통해 유통되는 파일은 하루에 10억개에 이른다. 이 결과로만 보면 메신저야말로 P2P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대형 메신저 서비스 업체인 AOL, MSN, 야후 등이 저작권을 가진 AOL타임워너를 배경으로 삼거나 자체적으로 저작권을 가지고 있어 불법 음악파일 유통 문제도 아직까지도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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