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반도체 설계사업 모델을 찾아라."

메모리 이외의 반도체를 설계하는 중소형 반도체 업체가 최근 3, 4년 사이 100여군데로 급증한 가운데 그동안 가장 바람직한 사업형태로 꼽혀온 순수 자체 브랜드 칩 사업이 국내 현실에서는 신속하게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지적을 반영하듯 최근 들어 특정 시스템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 설계기술을 확보한 업체가 자사 반도체를 탑재한 시스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스토리지에 들어가는 IDE 레이드칩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아라리온은 최근 들어 자체 칩을 탑재한 중저가 기업용 스토리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라리온의 스토리지용 반도체는 2계층 레이드(저가 디스크 중복배열) 기술로 일반 소비자용 IDE 스토리지를 미드레인지급 중가 기업용 스토리지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올해 상반기에 공급한 IDE 스토리지 레이드칩의 물량은 개수로만 따지면 약 15만개. 아직 관련 시스템 업체가 많지 않은 탓에 칩 공급만으로는 기대했던 매출을 거두기 힘들다는 판단하에 아라리온은 자체 칩을 기반으로 스토리지 사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물론 원가절감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토리지에 들어가는 칩 기술개발도 꾸준히 지속한다는 것이 회사측 방침이다.

반도체 설계회사가 시스템 제조까지 도맡는 것은 회사의 역량을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지적돼왔지만 순수 반도체 칩만으로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만형 반도체 설계산업이 국내에서 뿌리를 내리기에는 국내 반도체 설계산업 환경이 매우 척박한 형편이다.

전세계 PC에 들어가는 메인보드 및 칩셋 업체가 몰려 있는 대만에서는 가격경쟁력만 있으면 연 단위 칩 공급물량이 400만개 이상을 훌쩍 넘는 경우도 부지기수지만 국내에서는 내수 시스템 시장이 크지 않아 10만개도 넘기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칩을 수출하면서 자체 브랜드 칩만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내 반도체 설계회사도 상당수 있다.

반도체 회사로서 시스템 제조는 칩만으로는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선택한 궁여지책일 수 있다. 그러나 원천 반도체 설계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 제조는 단기간에 매출을 신장시키고 R&D 투자를 지속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설계회사의 시스템 제조 병행이 국내 반도체 설계업계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차선책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허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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