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억원의 지원자금 운영을 기반으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단시간에 애니메이션·캐릭터·음악 등 문화콘텐츠업계를 아우르는 핵심 지원기관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문화콘텐츠분야에 통합적 지원 기능을 맡는 기관이 없었던데다 대부분의 업체가 영세해 진흥원의 지원자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콘텐츠 업체들이 진흥원 지원 작품으로 선정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면서 진흥원의 정책 하나 하나가 전체 업계의 방향을 좌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진흥원이 이러한 영향력에 걸맞게 콘텐츠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위상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진흥원의 지원분야에는 핵심 콘텐츠인 게임이 빠져 있다. 게임은 진흥원의 주력 지원분야인 애니메이션·캐릭터 등 비실사 내러티브 산업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어 연계 지원이 이뤄질 경우 콘텐츠산업 전체를 전반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지원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국내 게임은 외산 게임에 비해 동영상 퀄리티와 캐릭터 상품화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 업체간 협력모델에 대한 수요도 커지는 추세여서 통합지원 정책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진흥원과 게임 지원기관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을 통합,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진흥원의 해외 마케팅과 게임개발원의 게임산업 지원 노하우가 합쳐질 경우 훨씬 더 효과적인 콘텐츠산업 지원이 가능해지고 업무 효율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 게임은 전세계적인 소비자를 만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 상품으로서의 상품성도 매우 높다”며 “소설에서의 인기를 극장으로 이어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같은 콘텐츠를 키우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진흥원이 포괄적인 문화콘텐츠 산업 조성자로서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범정부차원의 대대적인 예산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반도체시장을 키울 때처럼 정부가 나서 대대적으로 콘텐츠산업을 지원해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진흥원은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통부와 공동으로 진행중인 HDTV기술개발단 사업에서 정통부가 내년도 예산지원을 꺼리고 있어 이 사업예산은 줄어들 위기에 처해 있다. 뿐만 아니라 출범 1년 밖에 안된 정부 산하기관에 업적을 과다하게 요구하는 예산 담당 정부부처의 실적주의식 발상도 중장기 예산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도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는 업계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HDTV기술개발을 비롯한 각종 중장기 사업을 실현시키기 위해 이를 공론화할 계획이다.

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이교정 전무는 “공모전이나 제작지원과 같은 단발성 사업보다는 업계 전체에 이득이 되는 중장기 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업계지원을 위한 지속성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송재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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