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시장에도 한국HP처럼 탄탄한 애프터서비스(AS)망을 갖춘 외국계 기업이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라는 막강한 국산 프린터 브랜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프린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한국HP를 모델케이스로 삼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외산 HDD의 고질적인 AS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내 진출한 외국계 HDD업체 본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뿌리를 제대로 내릴 수 있는 AS방안을 마련해 과감한 투자를 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HP는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에서 분리해 독자적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철저한 AS망를 구축하는 전략을 세워, 유통대리점을 좀처럼 바꾸지 않으면서 소비자와 유통시장에 강한 신뢰감을 심어줬다. 이같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고 국내 기업보다 더 친숙한 외국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HDD 업체 중 한국HP와 같은 진지한 자세로 국내 시장에 접근하는 기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국내 지사 설립과 운영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이들 업체들의 국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웨스턴디지털은 1995년 매출부진을 이유로 지사를 철수했다가 올 초 다시 한국시장에 진출했는데, 이 기간동안 국내 시장의 상황에 따라 지사설립설이 2~3차례 이상 나돌았다. 시게이트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 국내 컴퓨터 시장이 크게 위축되자 지사를 철수했지만, 국내 시장에서 여전히 제품은 판매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진출해 있는 외국계 HDD 업체들이 하는 역할이 거의 없어 이 부분부터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품 수입과 판매, AS 등 거의 모든 업무를 이른바 ‘총판’으로 선정된 대리점이 대부분 담당하고 있어, 외국계 HDD업체들의 국내지사는 제품 주문과 신제품 소개 등 극히 제한된 업무만을 담당하는 연락사무소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외국계 HDD 업체의 국내 지사들은 제품처리와 관련한 실질적인 권한이 없으며, 제품을 수입·판매하는 대리점들이 AS 등에서 문제를 일으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산 HDD의 AS 문제는 맥스터와 시게이트, 웨스턴디지털 등 주요 외국계 HDD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고, 본사 차원에서 AS부문에 충분한 투자만 한다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계 HDD 업체들의 국내 지사들이 상설 AS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제품 AS에 나서면 불성실한 AS문제가 해결되고, 대리점망도 정비할 수 있어 시장점유율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올해 400만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HDD 시장을 아무런 투자없이 차지하겠다는 것은 과욕이다”면서 “국내 HDD시장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과감한 투자가 뒤따라야만 국내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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