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아이테니엄2 발표에 즈음해 “인텔의 연간 칩 생산량은 1억2000만개에 달하지만 RISC 칩 생산량은 연간 500만개가 안된다”며 “어느 쪽에 경쟁력이 있는지는 자명한게 아니냐”고 밝혔다.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ing)란 사용빈도가 높은 명령어 집합을 내장시켜 내부기능을 간소화하면서 효율을 높인 아키텍처로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울트라스팍’과 IBM ‘파워’시리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칩에 관해선 선과 IBM이 ‘반도체 전문기업’인 인텔을 따라올 수 없다는 것. 인텔은 이번에 아이테니엄2를 내놓으면서 RISC 장점을 살리면서 한단계 진일보한 EPIC(Explicitly Parallel Instruction Computing)이란 시스템 아키텍처를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서버용 CPU 개발과 생산에서 경쟁우위를 근거로 아이테니엄칩을 채택한 OEM업체(서버시스템업체)들은 칩 개발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 서버시스템 개발에 보다 집중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한층 고성능 고가용성 제품을 개발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선택과 집중’의 논리는 HP가 RISC기반의 서버전용 프로세서인 PA-RISC 생산을 포기하고 인텔 칩을 채택한 가장 큰 이유다. 따라서 프로세서 관점에서 볼 때 서버시장 경쟁은 선과 IBM의 RISC기반 전용칩과 인텔칩의 양자대결로 압축된 양상이다.

인텔 주장 가운데 아이테니엄이 서버업체간 경쟁을 촉발시켜 제품가격을 낮추면서 고객에겐 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이란 주장은 관심있게 지켜보며 검증할 대목이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들은 “현재 기업고객들은 지나치게 서버업체에 종속돼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서버공급업체가 제시하는 제품을 고객은 그저 통째로 구매하는 수동적 입장이고 이후 유지·보수관리에 있어서도 전적으로 서버업체에 의존해 돈은 돈대로 쓰고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기업 CIO들이 비용효율성을 IT투자의 제1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한국기업의 CIO들은 ‘돈이 들더라도 다운되지 않고 잘 돌아가야 한다’는 인식에 사로 잡혀있고 이로 인해 공급업체 의존률이 높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같은 인텔 주장에 대해 IBM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 글로벌 서버업체들이 전 세계시장을 평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텔은 아이테니엄 보급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20개 이상의 서버시스템 업체와 OEM 계약을 체결했고 이어 유닉스·리눅스와 윈도 운영체제를 모두 지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똑같은 인텔칩을 탑재한 제품이라고 해도 시스템 구조와 OS가 업체에 따라 다양해질 것이어서 고객은 이중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하면 되고 이로 인해 서버 공급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성능은 높아지지만 가격은 떨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경쟁유발을 통한 소비자 선택권 확대’란 인텔 주장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인텔 아이테니엄 시리즈가 ‘서버제품의 개방화’를 촉진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인텔은 아이테니엄 확산을 위해 특정 시스템아키텍처에 특정OS 만이 지원되는 컴퓨팅시스템을 겨냥하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이같은 인텔 전략과 주장에 대해 ‘칩과 OS의 통합성’으로 맞서고 있다. 유닉스 OS인 솔라리스와 전용칩인 울트라스팍의 조합은 상당기간 동안 고객들로부터 검증받은 것으로 인텔 개방성은 고객이 기피하는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창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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