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아남반도체를 인수키로 한 것은 세계적인 파운드리(수탁생산)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건설·생명·화재 등 주력 계열사를 동원해 반도체 사업 강화에 나선 만큼, 자칫 반도체 사업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그룹 전체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위험부담이 있지만 적극적인 투자 없이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반도체 업종 중에서는 파운드리가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 사업이지만 동부전가가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 한 세계 선두권에 진입하기 힘들다는 것이 반도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전체 반도체 시장은 오는 2006년까지 연평균 10%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파운드리는 2006년까지연평균 29%씩 성장해 반도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7.9%에서 1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소자업체들의 외주의뢰 생산확대와 일관가공생산라인(FAB)을 보유하지 않은 설계전문업체들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대형 고객사 확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생산능력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부 반도체 전문가들은 TSMC·UMC·CSM 등 3대 업체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 동부의 아남반도체 인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수 배경=동부전자는 최근까지 생산능력 확대와 고객사 추가 확보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 사업강화를 위해서는 기술 및 자본제휴선인 도시바 외에 대형 고객사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월 5000장(200㎜웨이퍼 기준)의 생산능력으로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고객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생산능력만을 확대할 수도 없는 것이 동부전자의 사업경쟁력 확대에 따른 딜레마였다. 이 때문에 세계 시장의 45%, 28%를 장악하고 있는 TSMC와 UMC에 수탁생산 의뢰가 몰려 파운드리 업계에는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한층 더 가중됐다.

동부전자는 1개 FAB 건설시 약 20억 달러가 소요되는 투자의 위험부담을 줄이면서 대형 고객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안으로 아남반도체를 선택, 두 가지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아남반도체는 현재 전체 생산의 약 70%를 TI제품으로 할당하고 있고 도시바·NEC·아트멜 등 유명 반도체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동부그룹의 관계자는 “1700억원을 투자해 월 3만장의 생산능력과 대형 고객사를 추가 확보해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 순위 4위에 등극하는 것은 상당히 매력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예상 효과 =동부전자는 0.25㎛~0.13㎛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아남반도체는 일부 0.35~0.25㎛급을 제외한 전체 라인의 80%를 0.18㎛급으로 전환한 상태이다. 주요 생산제품도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로직 IC·임베디드 메모리 등으로 비슷하다.

동부전자는 아남반도체 인수를 통해 기술의 향상보다는 외형을 키우고, 기존 아남반도체의 고객사인 TI·NEC 등과도 협력관계를 맺을수 있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또 패키징 및 테스팅 분야에서도 앰코와 협력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전망=동부전자는 당분간 현 아남반도체의 시스템을 유지하다 조만간 완전 흡수·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1년여의 과도기를 가진 후 기업이미지(CI) 통합 작업 등을 통해 장기적인 사업비젼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전자는 아남반도체 부천FAB의 생산능력은 당분간 월 3만장으로 유지하고, 올해말까지 3억50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본사가 위치한 음성 FAB의 생산능력을 올해 월 1만장, 내년 2만장, 2004년 4만장으로 각각 확대할 계획이다.

또 매출액은 두 회사를 모두 합해 내년에 7억5000만달러, 2004년에 12억1000달러를 달성하고 건실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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